사랑하마
보호병동에 핀 들꽃 [7]

-경고- 정신과 보호병동(폐쇄병동)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극단적인 선택, 자학, 폭력 및 성적 요소가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숙고해 주세요. 위와 같은 내용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람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읽기를 권합니다. 이 수필을 올리는 이유는, 정신적인 위기에 빠졌거나 정신 병동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호 병동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그들의 고정관념과 비관을 타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깊은 상처를 숨겨온 청소년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가명을 썼습니다. 성별과 나이(호칭)과 같은 설정도 몇몇 변경하였고, 사건도 이야기에 걸맞도록[…]

보호병동에 핀 들꽃
/ 2020-10-24
사랑하마
코스모스 [2]

아래 주의사항 꼭 읽어주세요. -주의- 극단적인 선택, 폭력 및 성적 요소가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군요……. 그동안 이 글의 파급력이 있었을 겁니다. 트라우마 요소가 있는 글에는 주의문을 올리겠습니다. 또한 이 글을 읽기 전 댓글부터 확인해 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 나는 네가 우리 아파트 16층에 다시 찾아왔다는 걸 선명히 느꼈다. 분명 너는 이 지루한 아파트 단지를 떠나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목요일 저녁 5시 40분, 노을은 수평선이 아닌 빼곡한 도심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네가 주홍빛의 둥그런 잔상에 시달릴지 모르겠다. 곧 야시장이 열리고 복잡한 인파 속에서[…]

코스모스
/ 2020-09-26
사랑하마
너는 내 이름을 썼고, 나는 네 이름을 그렸다. [1]

너는 나를 처음부터 사랑했기에 텅 빈 도화지 한편에는 내 이름부터 새겼다. 양팔을 펼친 종이의 여백을 어둠이라 잉크가 스며 두터워진 이름을 빛이라 호명하되 날 위해 한 줌의 사금 같은 문장도 쓰지 않았다. 단지 넌 쉼표만 하나 찍고 글도 모르는 내게 만년필을 넘겨줄 뿐. 쉼표, 곧 산산조각 날 무거운 고개를 숙이며 뒤틀린 꼬리는 갈고리처럼 제 머리를 할퀸다. 구멍 난 쉼표에서 훅 피어오르는 화염의 먼지, 펜촉보다 얇은 입자들은 종이에 다소곳이 앉아. 목격자 없던 폭죽놀이는 38만 년 동안 타오르며 그을린 자국으로 자신의 삶을 알리는가, 하고. 대폭발은 홀로 보내는 탄생…….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기 싫었다.[…]

너는 내 이름을 썼고, 나는 네 이름을 그렸다.
/ 2020-09-13
사랑하마
아레카야자 [1]

태풍 '하이선'이 온대. 바다 한가운데에 컴퍼스의 바늘을 움푹 찌르고 동그라미를 그린 것처럼. 4B 짜리 진한 바람의 곡선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또 목덜미를 물기도 하겠지. 네가 시퍼렇게 뜬 얼굴로 비틀거리며 육지로 걸어들어올 때, 난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블루 라이트를 맞으며 모든 소식을 들었단다. 햇볕 대신 따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빗물 대신 수돗물로 가득 채운 분무기를 뿌려주고 풀잎의 향 대신 꿉꿉한 천장에 스며드는 곰팡이 실내의 아레카야자, 태풍을 맞아본 적 없는! 확장된 베란다에 기어들어온 빗방울은 점묘화 찍듯이 타닥타닥 튕기는데. 창틀에 울컥이는 빗물을 닦는 주인은 혀를 쯧쯧 차며 구시렁거려. 머리채가 사방으로 뜯겨나가는 가로수 아래, 꽃잎을[…]

아레카야자
/ 2020-09-11
사랑하마
우리는 땅에서 살아갑니다 [1]

헐벗은 땅은 자신의 등바닥을 구부정히 내놓습니다. 서늘한 잿빛으로 얼어붙은 구름 아래에서 위에서 아래로 줄기 없이 피어난 흰 꽃송이를 묵묵히 맨몸으로 받아냅니다. 사람들은 어설프게 걸친 옷자락을 꽁꽁 싸맨 채 깔려죽은 새하얀 꽃잎을 다시 타박타박 눌러가며 따끔거리는 아픔과 간지러운 사랑을 외면하고 새까만 걸음을 찍어냅니다. 남겨진 발자국, 비록 못난 것과 잘난 것이 있어도 그것이 휘어진 바닥을 따라 똑같이 굽어진 줄 모르고 어찌 반듯한 인생을 안다고 소리치겠습니까? 쌓여있던 시간이 다시 녹아 흘러갈 때까지 땅에 쏟아지는 눈물이 스며들 때까지 사라진 발자국 위에 둥글게 피어날 분홍 꽃 이젠 배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땅에서 살아갑니다
/ 2020-08-31
사랑하마
나의 별 하나 [1]

아파트 옥상에서는 밤의 굴곡이 잘 보인다. 동그랗게 천장을 뒤덮은 까만 하늘 오후에서 오전으로 바뀌는 시각, 소년은 꼿꼿이 서서 고개를 쳐들어 별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균열이 간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알갱이들 왜 대답이 없니 손을 휘휘 저어서 손톱으로 공중의 표면을 긁어내고, 알알이 박혀있던 날카로운 유성우는 소년의 몸을 향해 우수수 쏟아진다. 팔뚝에 그을린 여러 자국이 줄무늬가 되어… 한 층 진한 흉터를 안고 털썩 주저앉는다. 발목 아래 출렁이는 그림자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을까 다시 기도하듯이 웅크려 시멘트 바닥에 눕는다. 아니요 별님은 없어요, 나의 별은 없어요 더운 땀이 흐르며 악몽인 듯 움찔거리던 소년 뒤로 새벽과[…]

나의 별 하나
/ 2020-08-15
사랑하마
주파수(퇴고) [1]

네 주파수가 닿기 전에 나의 심장은 늘 무음 모드였다. 이젠 손목에 박힌 핏줄을 지그시 누르면 가느다란 울림이, 여러 겹의 음으로 변해 몸을 두들긴다. 막 켜진 라디오처럼 귀에 걸린 박동을 두꺼운 피부까지 뚫어 너에게 전송한다. 수 십억 개의 신호와 낯선 두근거림이 들리는데 아무래도 이것은 심장의 노래인가 보다. 난 얼마나 서럽게 찾았던가 그 잃어버린 소리를 느린 전파 너머, 번쩍이는 태양이 식어 날카로운 어둠에 접속이 뚝뚝 끊긴다. 혈관에 흐르던 주파수가 약해지고 네 아날로그 맥박은 요란히 흔들린다. 그리고 멎는다. 멎어버린다. 발신지 없는 마지막 기록을 부여잡아 내가 모든 이들의 손목을 짚어볼 테니. 우리의 삶은 두[…]

주파수(퇴고)
/ 2020-07-28
사랑하마
N수생(퇴고) [1]

무거운 책가방에 깔려 검은 구름도 같이 흐느끼는 날이다. 우산을 넘어 정면으로 맞서는 빗방울 두 정거장 전에 노란 020 버스 난 10분 동안 시를 쓴다. * 18살의 스터디 플래너 볼펜으로 사각사각 묻히는 10시간, 6월 국어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치면 여전히 소나기 퍼붓는 지루한 장마이다. 현대 시 파트에서 머뭇거리며 한용운 시인은 절대자를 찾아 사는데 우린 대학만 가면 살맛 나겠네? 점심시간에는 낄낄거림 없이 고요한 재수학원에 반찬 냄새만 돈다. 두들기는 빗소리로 잠기운을 환기하고 주제 모르는 병신이란 말도 달게 녹여 먹어, 160일만 죽은 듯 살자. 살어라. * 점수가 나를 삼킨 하루 집으로 가는 길 020 버스에는[…]

N수생(퇴고)
이기인(시인) / 2020-07-25
사랑하마
주파수 [1]

네 발신지를 보기 전에 나의 심장은 늘 진동 모드였다. 이젠 손목에 박힌 핏줄을 지그시 누르면 가느다란 울림이, 여러 겹의 음으로 변해 몸을 두들긴다. 막 켜진 라디오처럼 귀에 걸린 박동을 두꺼운 피부까지 뚫어 너에게 전송한다. 수 십억 개의 신호와 낯선 두근거림이 들리는데 아무래도 이것은 심장의 울음인가 보다. 나는 얼마나 서럽게 찾았던가 그 잃어버린 소리를 느린 전파 너머에 번쩍이던 태양이 식고 내 두 눈동자에 검은 하늘이 들러붙는다. 이 가슴의 파장은, 어둠의 벽이 막아서도 지평선을 더듬어 네게 기어갈 테니 마침내 주파수가 닿으면 너는 내 손목을 짚어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삶은 두 개의 채널이[…]

주파수
/ 2020-07-24
사랑하마
N수생 [1]

검은 구름 흐느끼는 날 졸음에 취해 울렁이는 몸부림. 명령으로 숨 쉬는 하루 눈꺼풀 한 움큼 붙잡고 들어 올려 번들번들한 머리카락이나 씻어라. 발밑의 끈끈한 그림자는 그대로 두고 하얀 먼지 품은 옷에 몸을 끼워 넣자. 우산을 넘어 정면으로 맞서는 빗방울 두 정거장 전에 노란 020 버스 난 10분 동안 시를 쓴다. * 18살의 스터디 플래너 볼펜으로 사각사각 묻히는 10시간, 6월 국어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치면 여전히 소나기 퍼붓는 지루한 장마이다. 한용운 시인은 절대자를 찾아 사는데 우린 대학만 가면 살맛 나겠네? 점심시간에는 낄낄거림 없이 고요한 재수학원에 반찬 냄새만 돈다. 두들기는 빗소리로 잠기운을 환기하고 주제[…]

N수생
김경연 /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