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마
낙엽 [1]

심심한 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날, 저는 한 장의 죽은 낙엽이 되었습니다. 낙엽은 붉게 물든 후에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저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후 붉어졌습니다. 유연한 흐름을 타며 춤추는 단풍이 부러워도 단풍은 가볍고 죄 많은 사람은 무겁기에 같은 땅 위에서 오직 저만 피를 흘렸던가요 비릿한 흙 알갱이마다 아늑함이 퍼져오자 막상 죽어버릴까 소름 끼치게 두려워 정신을 일으켜 집까지 발을 옮겼습니다. 왜 그 후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상처를 치료하던 중 맡았던 알코올 냄새 얼굴의 절반을 가린 넓적한 밴드 하지만 몸은 아파도 가슴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흘린 눈물 한 그릇을 다 마신다 해도 하나도[…]

낙엽
/ 2020-06-25
사랑하마
그래서 나는 죽음을 선택했다(1) [1]

이윽고 오늘이 왔다. 오후 6시 집에는 아무도 없다. 집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얼굴을 살짝 비볐다. 부드럽고 풍성한 털이 내 볼을 스쳤다. 그리고 집에 있는 커다란 상자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몸무게를 버티기에는 충분했다. 가슴팍까지 오는 벽 위에 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품이었다. 나는 상자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 저편에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니 빨간빛이 그것 주위를 묘하게 맴돌았다. 올라가는 동안 여러 생각이 마음에서 요동쳤다. 특히 내 어린 시절 말이다. 목적지에 다다른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소란스럽게 문이 열렸다. 전망이 탁 트인 곳 아래에 상자를 놓고 위를 밟고 올라가 벽에 걸터앉았다.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선택했다(1)
/ 2020-06-19
사랑하마
바다 [1]

어둠이 밀려나가 숨통이 트인 어느 새벽 그윽한 물결의 향, 나비처럼 코끝을 간지럽히고 찰랑이며 육지로 달려가 반가운 무늬를 새긴다. 나는 바닥에 눕혀진 한 폭의 푸른 바다 유화 물감을 덧칠하듯 겹겹이 쌓인 파도 부슬거리는 소금을 안고 새하얀 행복에 젖어 한낮까지 울렁이는 몸을 부여잡고 춤을 춘다. 치솟는 열기와 곤두박질하는 꼿꼿한 햇살 나의 정신은 모래알보다 더 작게 흩어져 차디찬 공기에 부딪히기 전까지 타오르며 소금기 하나 없는 불행한 구름이 될 때까지 머리를 드밀고 나아가 하늘 한가운데에 선다. 공중에 셀 수 없이 후회의 자국을 남기며 뭉치는 마음, 한편은 욱신거리고 짓눌리다 못해 다시 땅으로 향하는 바늘만한 빗줄기가[…]

바다
/ 202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