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꽃은 없고
봄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참 향기로운 꽃이었나 봅니다.
꽃 피우던 날들이 거름이 되어
당신을 피웠던 날
함께 핀 웃음만 남아있습니다.
꽃밭에는 봄을 등지고 떠난 이에게
못다 한 말들이 남아있습니다.
두고 온 날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꽃을 동경하며..
피우고자 했던 날들도 떠오릅니다.
거름이 되어버린 날들도 떠오릅니다.
꽃을 동경하며..
말없이 바라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당신도 기억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꽃밭에 당신은 없고
봄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참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다시 돌아갈까 합니다.
그래서 뒤를 돌았으나
이제는 당신도 보이지 않습니다
걸어온 만큼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그저 걸어온 만큼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조그맣게 핀 꽃이 뭐가 좋더냐
계속 피어오르다 체념하도록
사랑하다 시들게 하라
내게 매인 꽃이 뭐가 좋더냐
나아갈 수 없는 꽃은 나로 충분하니
사랑하다 시들게 하라
여전히 소중한 사람아
사랑하다 시든 꽃은 나로 충분하니
사랑하다 시들게 하라
있을 때 담아야 했습니다
조그만 그릇이라도
들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봄이 올 때는 몰랐습니다
스치는 봄비가
내게 소중할 줄 몰랐습니다
다음은 너무 늦습니다
어제의 봄비는
봄날의 나에게 있습니다
있을 때 담아야 했습니다
비를 피하던
나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치기 전까지는
그대인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