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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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보면 비가 내렸다어느 가을의 향기는 선량하면서 맑았다빗방울이 땅에 닿으면 버려진 무언가에 비가 맞는 이곳은 마치 예술을 독백한 이들의 집합 같았다그들은 어려운 삶을 이어가면서도 애착하는 예술작품을 버리지 않았다소낙비가 내리는 날이면 난 슬픈 망토를 썼다그들 사이에 내가 속해있어 애착하는 예술작품을 만들어갔다가끔 전구가 꺼져버리거나 우박에 맞은 기분이 들어도 예술가의 거리처럼모두가 예술을 부리진 않지만 그것이 하나의 고양이라던가 딸아이로 삼아 충실히 예술을 독백했다이 동네 천재 피아니스트의 선율은 아주 조용히 독백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다 쓴 전구는 어두운 낌새를 감추지 못했다전구를 사야하는 데 비가 내리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망토를 쓰고 길을 나섰다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며 투정부렸었다필연적인 가난을 부정한 내용이었다그러나 르네상스에 대해 상상하는 날도 많았다철물점에 도착해야 생각을 멈추었다철물점 주인을 바라보며 전구를 하나 샀다철물점 주인에게 낯설지 않은 향이 났고 모르고 열쇠를 잃었던 난 열쇠점을 향해 걸어갔다전혀 발전되지 않은 거리의 윗세대 쌀집은 빨간 글씨로 이라 적혀있었다낡은 도서관을 지나갔다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고르는 이유로 충실한 오래된 책 냄새가 풍겼다이곳의 사서는 책을 무척 좋아했다꽃집도 지나쳐야했다학기 초 친구가 없어 몰래 울고 있을 때 아버지가 이 꽃집에서 물망초 꽃다발을 사주셨다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로 충분히 슬펐다이십년 뒤 이 꽃집에서 물망초를 사드리기로 다짐했다그럼 내가 받았던 슬픔만치 충분히 감동적일 것이다또 길을 걸었다태어났을 때도 있던 작은 가게다번화가에 고층건물이 생기고 좋은 학교가 세워지고 우수한 의료시설과 여가공간이 생긴 뒤로 이 동네를 떠난 사람이 많아져 예전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지만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 폐업하지 않았다어렸을 때 그 가게의 작은 초콜릿 하나만 있으면 망토는 입지 않아도 되었다초록색 바탕에 흰색으로 단순하게 간판을 만든 가게는 주인장 손자가 할아버지의 자랑으로 두고 있었다가게에서 조금만 길을 걸으니 열쇠점이었다도어락을 주로 쓰는 지금이 동네의 대부분은 열쇠를 사용했다그래서 이 동네에서 없으면 안 될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오래 일을 한 사장 부부는 주름이 생긴 손으로 어린 학생인 날 챙겨주었다열쇠점 안에 작은 집이 있던 사장 부부는 인심이 좋았다가끔 오래되어 보이는 리본 중 가장 새것 같고 예쁜 무늬가 있는 것을 골라 열쇠에 달아주셨다난 그것을 받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이 동네 사람들은 이미 알았다자신의 모든 것을 예술행위로 이해했다고된 생활을 버티지 못해 끝내 자살한 여린 어른과 몰래 우는 가족을 모든 주민이 알고 조용히 울었다그들은 수십 년이 지나고마치 내가 이십년 뒤 아버지에게 물망초를 선물할 계획을 세우듯 그때는 지금보다 행복할거고 이날을 추억할 날이 올 거라 믿었다그리고 지금은 그날을 위할 예술작품으로 생각했다비가 오면 슬프고 망토를 써야한 예술가들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천재 피아니스트는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조용히 독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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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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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여기. 여기에 괴짜가 살아요.

 

괴짜가 산다는 말에 모두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실제로 괴짜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집어든다. 그리고 꺼내어 타자를 친다. 타이핑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린다. 괴짜의 마음을 갈긴다. 상처를 주지만 아물게 하지 못하는 독약을 뿌린다. 횃불을 던진다. 야박한 하늘 아래 절벽으로 야기하는 사람들. 그러나 괴짜의 숨은 붙어있었다. 모진 피가 상처를 덮지만 그래도 살고 있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일말의 희망이 괴짜를 붙잡고 있었다. 놓치면 죽을텐데, 눈물로 호소했다. 눌어붙은 고름은 하루가 우울하기에 충분했다. 행복한 하루를 위한 준비는 그저 값싼 동정이었다. 비록 희망차지 않을지라도 받는 관심이 일과 중 가장 행복했다. 괴짜는 자신이 비참해지는 고통을 알아봐주는 자를 고마워했다. 그러나 괴짜는 이미 사람이 무서워져서 그런 고통을 알려주는 걸 두려워했다. 말해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동정해주지 않을거라는걸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먼저 배웠다. 배신감을 안고 돌아서면 항상 괴짜를 마주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이의 배신이었다. 괴짜는 약해서 주는 곧이곧대로 보고 들었다. 칭찬도 그랬고 자신을 향한 욕도 그랬다. 그럴수록 더 울었고 슬퍼했다. 스스로 가둔 지옥이라며 자신을 타박했다. 타인도 괴짜를 보고 같은 말을 내뱉고.

 

*

괴짜는 사실 괴짜가 아니었다. 진짜 괴짜들은 본체를 숨기고 괴짜를 지어냈다. 그리고 농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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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언제 가장 땅에서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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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해돋이가 보여서인지 주위는 붉은 색의 향연이었다. 지금은 5시 26분, 하루 중 첫 번째 뜨거움이다. 나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보듬었다. 하루 중 가장 큰 붉은 태양을 볼 때, 가장 푸른 음식을 먹노니 나는 찬반이 엇갈리는 순간의 중재자다. 혀가 단 맛을 기억만 하고 푸른 하늘을 맞이하면 우리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새로운 하루는 오직 나만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선 없는 공간이다. 그만큼 생각이 무지하고 여유 없는 시간의 반복이다. 대신 다시 찾아올 나의 비판의 시간은 선이라는 존재를 각인시켜 줄 것이다. 내면과 외면의 내가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나를 한 층 더 성장시켜 줄 것이다. 나는 격한 대화 중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의 존재다. 그 이상 이하의 역할을 하지 않고 상처를 줄여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그렇게 아침과 저녁, 나를 되돌아보고 감정을 써 나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너는 사회에서 열심히 배우는 초년생이야. 하도 달려서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스스로 자책도 많이 하지. 하루 중 짧지만 달콤한 휴식시간에는 비난을 일상 삼더라. 한낮인 지금 너는 뜨거운 태양을 보며 오전을 후회하기 시작해. 그러면서 오후의 일도 걱정하고 말이야. 이상하게 자신에게 주어지는 내면의 칭찬은 없어. 성찰에는 오롯이 비난만이 자리잡고 있어. 그러고선 하는 한 마디, 괜찮아. 비난에 대한 너의 최소한의 방어는 겨우 괜찮다는 한 마디 뿐이야. 너는 이렇게 자라고 있어. 아이스크림과 태양을 바라보며 중재하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야.

 

 

 

 

*

공자가 아이들의 대화를 들었다. 토론 주제는 태양이 언제 땅에서 가장 가까운가에 대한 것이다. 이때 아이 둘을 각각 A, B로 가정해 주장을 나열해 보겠다.

 

A: 사물은 가까이 있을 때 크게 보이고 멀리 있을 때 작게 보인다. 태양은 아침과 저녁에 크고 한낮에는 가장 작게 보인다. 그러니 아침과 저녁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다.

 

B: 뜨거운 물체는 가까이 있을수록 뜨겁다.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뜨겁게 느껴지는 때는 한낮이다. 그러니 한낮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다.

 

   <논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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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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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아버지 제발 합격만 시켜주세요.

 

같은 일상은 같을 뿐 독특함 따윈 없어. 피곤하고 말지. 뭔가 다른 하루가 올까봐 주윌 둘러보지만 하늘을 둘러 우린 볼 수 없었어. 내가 명문대에 가고 싶다한들 나와 같은 하늘아래 사는 모범생들이 많아서 아마 이번생도 그른 것 같아. 밥벌이만 하면 된다며, 그런데 성인이 되자마자 시작되는 학자금 대출, 숲을 등지고 앉아 만든 고시원 비, 각종 교재비가 나를 가두어 둘 테니 명문대에 갈 이유가 커. 윤아 명문대만 가면 인생 편다- 어릴 적에는 믿었어. 응, 당연해.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작은 육체가 세상을 알 리가 없지.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 나는 다수에 속해서 잘 모르겠다. 대학생 때는 마음 놓고 공부만 하면서 지내라고 들었어. 대학 다닐 때 알바도 하면서 해외여행도 다니래. 나는 그럴 때 마다 붉은 기를 삼키며 옅게 울어. 앞서 말했잖아. 소수 적용이라고. 그럼에도 내가 외치는 말이 있지.

 

하느님 아버지 제발 합격만 시켜주세요.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여러 종교를 섬기게 되더라. 허접하다는 운세도 미신인 걸 알지만 행운 아이템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해. 나는 원래 브로콜리를 싫어하지만 운세에서 브로콜리를 먹으라면 먹고, 토해도 주워먹고, 버석한 표면을 쓰다듬어야 한다는 말이야. 그 다음에는 공부 자극을 시켜줘야야 해. 나의 부정적인 뇌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합격수기 글을 찾지만 다들 나와 다른 환경에 나는 저들과 다르잖아-라는 말만 하며 다시 위축이 들어. 환경 탓 하지 말라면서 배운 교육의 차이가 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이 세상 흘러가는 구정물만 바라보며 나는 이 계층에서 인원을 불려줘. 유지가 아니라 증가인 이유는 ‘끼리끼리’가 보편적이기 때문이야. 내 자식에게 되풀이 말하게 될 것 같아. ‘너는 느그 애비 닮지마라.’ 어머니, 이제 제가 물려줄게요. 그때면 고생한 몸 하늘에서 푹 쉬세요.

 

이렇게 말하는데도 명문대에 가고 싶다는 이유가 뭔지 알아? 명문대에 입학해서 내 몸이 죽어나겠지만 난 살고 싶어. 사람답게 살고 싶어. 생존의 욕구야 어떻게든 충족시키겠지만 매일 한 옷을 입으며 공부에 목말라한 나를 추억하고 싶어.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추억이 아니라 그저 과거에 머물러 살구나 하며 한탄을 느낄 것 같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명문대에 가지 않으면 추억조차 하지 못한 채 나의 노력은 나만 아는 게 되는 야. 그러면서 또 혼자 울게 뻔하잖아. 나는 그럴 내가 두려워서 명문대에 가려 해. 입시에 실패하면 난 '돋아난 상석이여, 나는 실패자가 될테니-' 하고 비석에 새겨둘까 생각중이야.

 

하느님 아버지 제발 합격만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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