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란
손가락 X (수정) [7]

1 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오래전부터 관심 밖의 일 대신 7살 아이가 가장 빠르게 집을 나가는 방법 하나 예체능 학원 등록하기 집이 잠만을 자는 공간으로 전락하기까지는 순식간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발명가 동생까지 세 명이에요 그리고 불청객 하나 추가요 상상 속의 자기소개는 오늘도 완벽 사랑에 한계가 있다면 한쪽에 몰아주는 게 원칙이라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어린 기억들 장래가 촉망 받는 아들 하나랑… 일찍 철 들어 조용한 딸 하나 오늘도 칙칙한 무관심이 나를 올려다본다 익숙해져서 미안해 중얼거리며 집을 나서고 어머니 피아노 콩쿠르 준비로 인해 10시에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답장 없음)   2 학원을 다니는[…]

손가락 X (수정)
/ 2020-06-07
서 란
우리의 입은 오늘도 고장입니다 (수정) [2]

좋아해를 입력하면 I love you가 출력되는 시스템 간극을 우리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테고 Q. 관계 정립을 위해 공통되는 언어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A. translate.google.com 번역기는 국경을 초월합니다.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번역기의 선택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단어들 네가 조금 미웠을 뿐인데 전달된 것은 I hate you였고 F5, F5, 새로 도착한 메일이 없습니다 1년 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다면 약속은 Ctrl+W 손짓 한 번에 끊어져버렸다 서로의 언어로 번역된 편지의 최후 판정대에 오르는 것에 익숙해진 문장들 두 사람을 불러놓고 질문 시작 이 문장은 진심과 거짓이 어떤 비율로 조합되어 있나요 한국인 A의 대답: 아마도[…]

우리의 입은 오늘도 고장입니다 (수정)
/ 2020-05-12
서 란
D¹에게 [5]

모든 졸업식은 장례식장이야 나는 죽은 네 친구들을 침묵으로 애도했어 레드카펫을 밟는 선배들 밑창에 뚝뚝 버리지 못하고 묻어나는 미련 단상을 떠받치는 것은 네 친구들의 관 소년과 소녀들, 열아홉에 지다 D에게, 나는 너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스물을 쓸 줄 모르는 나를 위해서 네가 캘리그래피로 찬란하게 써 줘야지 * 서울대를 스물세 명 보낸 3학년 부장은 유능했어 나를 싸가지 없다고 평가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너를 데려오지 않으면 졸업을 시켜줄 수 없다고 오늘도 교무실은 시끄러운데 선생님, 저는 꽤 유명한 편이에요 중학생 때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여드릴까요 열여섯의 졸업식에서는 장례 대신 실종 신고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암전[…]

D¹에게
/ 2020-04-11
서 란
우리의 입은 오늘도 고장입니다 [2]

번역기는 좋아해를 I love you로 번역하였다 간극을 너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테고 건네는 작별 편지에는 한국어만이 가득 알파벳은 모여들어 메일 주소 하나만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쳤다 집에 가서 번역기로 편지를 써 주겠다고 약속하는 너 답장을 위해 translate.google.com 네가 조금 미웠음을 출력은 I hate you 번역기의 선택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단어들로 십 회의 시도 중에서 십 회 당첨 그 애가 사용하는 영어 앞에서 오늘도 내 문장들은 판정대에 올랐다 거짓말이 익숙한 한국인 A는 조금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는 조언을 받고 내려왔다 언어는 구역질이 나 너희는 고백을 어떻게 해 묻고 싶은 하루다 love와 hate는 공존할[…]

우리의 입은 오늘도 고장입니다
/ 2020-03-31
서 란
당신을 알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하여 [7]

글을 작성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감상&비평 게시판에 올리는 첫 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능숙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다루는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부족한 지식으로 상처를 드렸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남겨주신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고, 글은 바로 삭제하겠다고 말씀드려요.     ‘트렌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을 반대합니다.’ 해당 사건을 알게 된 것은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의해서였다. 트렌드로 올라간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트윗들을 모두 보여주는 시스템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보기에 적합했다. 트랜스젠더의 입학 가능을 두고서 대립하던 사람들은 트렌스젠더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신을 알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하여
/ 2020-03-29
서 란
죽이고 싶은 너에게 [2]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거예요. 당신이 떠올린 사람은 누구인가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정말 죽일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적당히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나는 전자에 속하는 축이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두 손 꽉 쥔 주먹이 떨릴 정도로 미운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 악감정도 사라져버린 지 오래이지만. 어딘가 아쉬운 마음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악감정 하나로 그 사람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었으니까. 지금[…]

죽이고 싶은 너에게
/ 2020-03-28
서 란
K국 우울증 [2]

1. 자살률 1위의 K국은 언어를 잃어버렸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괜찮다의 반대말 몇 줄의 선의 조합이 전부인 살려달라는 단어 K국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과거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손목에 발목에 허리에 목에 걸리는 밧줄뿐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내게서 친구에게로 마냥 죽고 싶어 했던 너는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 엮일 것 우리는 2015년 첫날에 고백을 했다 내년 새해 인사는 없을지도 몰라 나도 그래 자살 충동과 우울증이 얼굴을 가리고 만난 날 내가 죽기 전까지는 죽지 마 우리는 약속으로 매듭을 지었다 나는 마법처럼 괜찮아졌고 아주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웃고 울고 싸워야 할[…]

K국 우울증
/ 2020-03-13
24 시를 못 쓰겠어요. [6] 서 란 2020-03-06 Hit : 198 서 란 2020-03-06 198
서 란
스파클 세븐틴 [6]

언니, 나는 열일곱이 되면요, 모두 언니처럼 빛나는 줄 알았어요.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가 열넷, 언니가 열일곱이었습니다. 언니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계가 어땠는지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언니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실들을 기억 중인데, 이상한 일입니다. 사실 딱 하나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언니와의 연락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니를 찾아 헤매는 이유입니다. 당시의 우리의 마음을 저울질한다면, 내 마음보다 무거운 것이 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나의 열일곱에는 언니와 관련하여 상당히 재미있는 기억이 있습니다. 3월 2일의 개학 첫날, 영어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스파클 세븐틴
/ 2020-02-27
서 란
냉정과 열정 사이¹ (퇴고) [2]

세상에 존재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모두 몇 명일까. 우스꽝스러운 질문과 함께 극은 시작했다. 맞추는 사람에게는 상품을 주겠다. 흔히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올리비아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진행자가 의도하지 않은 답을 중얼거렸다. 숫자는 모르지만 누구인지는 알지. 하지만 사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행한 나라로 밀어 넣어진 성냥팔이 소녀들의 손에는 당장 주변을 밝힐 수 있는 성냥조차 쥐어져 있지 않다.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 눈먼 사람이 된 듯 기어 더듬으며 여기까지 찾아올 수는 있나. 그렇다면 그들의 성냥은 누가 뺏었나. 다만 안타깝게도 올리비아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사람은[…]

냉정과 열정 사이¹ (퇴고)
/ 202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