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란
경량화 작업 (수정 3) [1]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거짓말을 입에 달고 수명 연장을 하러 움직인다   스터디룸 지정석 앞에 서면 우리가 하는 일 첫 번째 책상 위 벌레 시체 치우기 창문의 빈틈으로 꾸역꾸역 들어왔지만 죽음은 피하지 못한 것들 너 나 구분 없이 쓰레기통으로 다음으로는 하루살이가 이틀을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 고민하기 시간은 오늘의 새벽 자습 종료 전까지 1시입니다 정리하세요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는 내일 새벽 절반 이상 줄어들 예정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선생님들은 그러셨지만 우리는 사실을 알아요 벌레 치우기에서 치워지는 벌레로[…]

경량화 작업 (수정 3)
/ 2020-02-23
14 글틴님들께서는 어느 때에 글을 쓰시나요? [12] 서 란 2020-02-12 Hit : 245 서 란 2020-02-12 245
서 란
손가락 X [1]

1 집을 나와서 사는 나는 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몰랐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어린 기억들 커서 뭐가 되려고 저렇게 열심히 할까 그래 발명가가 되어서 새로운 것 많이 만들어야지 떠올려 본 동생은 언제나 행복했고 대신 그 안에 나는 없었다 조용하고 일찍 철이 든 아이 부모 속을 썩이지 않는 아이 포장지를 거칠게 뜯어보면 칙칙한 무관심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집은 아주 어릴 적부터 나오고 싶었고 차선의 선택으로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 엄마 나 피아노 학원 보내줘 아무 의심 없이 무엇도 질문 받지 않고 집을 벗어날 수 있었다   2 나는 학원을 다녔지만[…]

손가락 X
/ 2020-02-10
서 란
붉은 진혼곡 (수정) [1]

허리는 살짝 굽히고 무릎은 가슴까지 손은 빠르게 단 시선은 정면이다 * 사부님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래로 떨어진 시선 넘어오는 줄보다 빠른 추락하는 속도 이단줄넘기의 불가능에 대한 증명은 하루에 수십 명씩 낙하하는 사람들 실패하는 횟수의 하루 할당량을 다 채운 우리 줄넘기에 달린 구슬을 셀 수 있게 된다 남은 개수는 노력과 반비례하는 거래 이단줄넘기 매뉴얼을 읊으며 뛰어오른다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시선 정면 뿐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올리고 손목을 돌리고 탁 탁 탁 구슬 깨지는 소리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소리를 닮았네 문득 느꼈고 “태초에 사람을 허공에 매달아놓는 방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붉은 진혼곡 (수정)
/ 2020-01-31
서 란
경량화 작업 (수정 2) [2]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우리는 끌려 나갈 테니 말에는 무게가 없다 스물다섯 시간은 견디기에는 너무 길어 외치는 하루살이 나가 보면 열린 창문으로 넘어 들어온 벌레 시체가 한가득 비척거리며 마치고 돌아와서 모두 같은 주문을 왼다 더 오래 살고 싶어 지식을 입 안에 두고 혓바닥으로 날름거리기만 하면서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궁금한 게 있어요 선생님 하루살이가 이틀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시나요¹ 스물네 시간의 끝자락에는 언제나처럼 시험이 더 오래 날기 위해서 더 오래 살기 위해서 늘 이맘때쯤 쉿 다[…]

경량화 작업 (수정 2)
/ 2020-01-16
서 란
붉은 진혼곡 [2]

기억해야 해 지쳐도 고개를 숙이면 안 돼 고개를 숙였다 보이는 건 다리에 그어진 붉은 줄과 붉은 구슬 깨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이단줄넘기를 하겠다고 한 후 시간만 지나갔다 13개월을 더 살았다 한 번의 도약으로 하나의 위기는 넘을 수 있었지만 두 번은 없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두 번 세 번 넘어오는 줄도 겹쳐오는 슬픔도 잘만 넘는데 그들의 줄을 보았다 구슬은 깨끗했다 운동은 재능이라고 하지 절망을 넘을 줄 아는 것도 재능일까 아니 새 것 같은 구슬을 봐 저들에게 절망은 오지 않아 저것이 바로 재능 너의 재능은 무엇이니 나는 절망切望을 절망絶望으로 바꾸는 것[…]

붉은 진혼곡
/ 2020-01-10
서 란
경량화 작업 (수정) [2]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습관처럼 나오는 새벽 자습에 대한 투정 말은 무게를 갖지 않는다 오늘의 나는 열두 시 땡 치며 이미 죽었어 이후에 공부하러 나가는 것은 썩은 내 나는 육신 비척거리며 마치고 돌아와서는 영혼 위에 공부한 것들을 덧씌운다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일회용 영혼들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그러면 대답한다 바꾸지 못하는 것은 몸뚱어리뿐인 걸요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부정인가 아니다 방부제로도 막아지지 않는 악취 때문에 샤프를 들고 어제의 뇌를 사각사각 떼어내어 지금의 나에게 오늘의 영혼에게 유일하고 그대로인 손에게 뿌린다 먹인다 단 소화하지는 말 것[…]

경량화 작업 (수정)
/ 2020-01-10
서 란
죽는 순간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까 [2]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싶어 시작했던 글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종말행 열차에 탑승해 있었다. 우리는 모두 필멸자이다. 멸(滅)을 앞두고 사람들은 대게 의미 있는 시간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죽어 없어지고 나면 다 무슨 소용이지? 마음 한편에는 그것을 알고 있는 탓에 모든 것은 점차 의미를 잃어간다. 행복이 지워져간다. 내 글이 멸망행 열차에 탑승한 상태라는 것에 대한 증거는 딱 그 두 가지이다. 글을 ‘썼다’라고 말하기 뭣한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십 년째 펜을 잡아오고 있다. 짧은 시간이 아님을 증명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글을 씀을 알고, 또 잊어갔다. 그리고 십 년째, 아마도 이제는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죽는 순간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까
/ 2020-01-07
서 란
망가진 데칼코마니를 위하여 [2]

저승사자님 기억났어요 삼신할미가 저에게 죽음을 죽이고 태어나라고 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울음을 터트리는 까닭은 손에 낯선 피를 묻히고 왔기 때문이죠 쉿 갈 곳 없을 때에는 유리를 깨뜨리고 그 너머의 나를 찾아오렴 그 말대로 창문을 깨뜨렸어요 오늘 나 살았나요 죽었나요 눈에 익은 색깔이 저기 당신과 나 사이의 경계에 묻어 있어요 삼신할미가 또다시 내게서 죽음을 빼앗았나 봐요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무거워요 사람은 가운데를 축으로 한 데칼코마니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의 어깨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는 삶의 죽음과 창문 안쪽 바닥 짚고 서 있는 죽음의 시체가 양쪽으로 버티는 것이라면 삼신할미의 부름을 받은 어른들이 뛰쳐나와요 다들[…]

망가진 데칼코마니를 위하여
/ 2019-12-31
서 란
경량화 작업 [2]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습관처럼 나오는 새벽 자습에 대한 투정 말은 무게를 갖지 않는다   오늘의 영혼은 열두 시 땡 치며 이미 죽었어 이후에 공부하러 나가는 것은 썩은 내 나는 육신 비척거리며 마치고 돌아와서는 영혼을 교체한다 오늘은 영혼1 내일은 영혼2 모레는 영혼3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그러면 대답한다 바꾸지 못하는 것은 육체뿐인 걸요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독한 악취를 흩어버리기 위해서인가   어제의 영혼을 조금 떼어다가 오늘의 영혼에게 먹인다 탈이 난 영혼이 구역질을 하며 시험 답안을 뱉어낸다 토해내야 또 먹지 하루가 끝나면 공복에 또 영혼을[…]

경량화 작업
/ 201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