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란
무덤으로 보내는 [3]

저승사자님 보셨나요 삼신할미가 저에게 죽음을 죽이고 태어나라고 하셨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울음을 터트리는 까닭은 손에 낯선 피를 묻히고 와서일 거예요   저승사자님 나도 죽으면 무덤이 만들어지는데 없어져버린 죽음의 무덤 좀 만들어주세요 불쌍하잖아요   그 말, 세상에 찔려 몸부림치게 될 나를 미리 보고 와서 한 말인가요 가장 불쌍한 것은 나이지요   사람은 가운데를 축으로 한 데칼코마니가 아니라고 하는데 내 어깨에 곧 맞이할 삶의 죽음과 내가 없애버린 죽음의 시체가 양쪽으로 놓인 탓인가요   저승사자님 내 어깨에 왜 무덤을 만들었나요 갓난아기 시절의 살인을 나는 감당할 수 없어요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삶의 죽음이 놓인[…]

무덤으로 보내는
/ 2019-12-16
서 란
냉정과 열정 사이 [2]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이 극이 희극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희극은 생각보다 별 거 없다. 권선징악을 밑바탕에 깔고 행복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극의 막을 내리면서 보여주면 된다. 아아, 시시해. 올리비아는 눈을 감고서도 자신이 퇴장해야 할 시기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사라져야 관객이 막혀 참았던 숨을 내쉬고 등을 의자 등받이에 기댈 수 있는지 올리비아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니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정말 수많은 사람을 기만하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잘 살아오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잘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 삶에 만족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만 아직 이루지 못한[…]

냉정과 열정 사이
/ 2019-12-13
서 란
두 개의 죽음을 인 사람 [2]

사람은 가운데를 축으로 한 데칼코마니가 아니라서 내도 비대칭 니도 비대칭이라고 한다, 양 어깨에 두 개의 죽음을 매고 있는 탓이다.   한쪽에는 삶의 죽음 한쪽에는 죽음의 죽음을 이고 있다   더 무거운 쪽을 따라서 비대칭이 된다.   대게 사람은 죽음의 죽음을 따라 흘러간다 죽음의 죽음이 죽으면 그래 죽고 삶의 죽음은 따라 자살한다   삶의 죽음은 시신이 묻힘으로써 무덤이 만들어지는데 죽음의 죽음은 누가 어떻게 무덤을 만들어야 하지? 그래서 여기 있다   내가.   삶의 죽음의 죽음을 어깨에 이고 차마 죽음의 죽음의 죽음을 이루어내지 못해 숨만을 헐떡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자살할 줄 모르는[…]

두 개의 죽음을 인 사람
/ 2019-12-05
서 란
지하철에서 만난 손님 [2]

우리는 각자 인생이라는 지하철을 타고 간다. 다음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오면 내려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계속 타고 가면서 시간을 죽인다. 그렇게 종착역은 죽음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지하철을 멈추고 내린 역에서만, 지하철 안에는 그 누구도 난입할 수 없다. 인생은 결국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내가 향하는 다음 역은 어디지? 내가 내리려고 선택한 다음 역이 대학교인지, 직장인지, 죽음인지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은 고정되어 있지만 반대로 말해서 나에게 선택지가 없는 사항은 오직 그것뿐이다. 만약 자신의 지하철에 누군가가 난입해 온다면 그것은 아주 기이한 일일 것이며, 한 번쯤 꿈이라고[…]

지하철에서 만난 손님
/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