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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이 있는 마을 [2]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한 남자가 차를 타고 산속을 질주하고 있다. 도로의 제한속도는 50이었지만 80을 훌쩍 넘기며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관성 때문에 미끄러져 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너무나 무모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뒷자리에는 남학생이 한 명 타 있었다. 사실 타 있는 게 아니고 묶여서 갇혀 있는 것이다. 그가 살던 마을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싱크홀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깊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나중에는 온갖 쓰레기들을 다 부었다. 얼마나 깊은지 버려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아량 넓은 싱크홀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최근에 쓰레기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싱크홀이 있는 마을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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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을 읽고 나서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겠다. 분명 1년 전에도 이 고백을 했었던 것 같다. 책이라고 한다면 문학작품을 말하는 것인데, 1년에 채 다섯 권도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책도 읽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글을 쓴다는 나 자신이 가소롭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실천 없는, 의미 없는 자책을 하며 올해도 반이 지나갔다. 이번에는 정말로, 방학을 맞아 방학 안에 최소 열 권의 책을 읽으리라고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후 첫 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이다.   슈이치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홀로 일하시는 어머니와 중학생인 여동생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학교에서는 절친한 친구들,[…]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을 읽고 나서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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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15조에 대한 비판 [2]

나는 6월 1일 처음으로 국가에서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 중 가장 큰 권력을 행사했다. 3월 9일을 첫 투표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생일이 8일 늦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선거권을 빨리 행사하고 싶었다. 그리고 만 19세(지금은 만 18세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만 19세였다) 이상이나 미만이나 전부 국민인데 왜 연령 제한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선거권이 아닌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만 19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자동차 운전면허, 술 담배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선거권은 국민이라는 요건만 갖추면[…]

공직선거법 제15조에 대한 비판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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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로 행한 정의로운 악행 – 니어 레플리칸트 [1]

(게임의 전체 내용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이 감상평을 보시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표가 자신의 이념과 적중하면 그것은 신념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념은 외부의 방해가 있어도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신념이 객관적이고 분명한 진실에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국 무너진다. 그렇게 되면 그 무너진 신념을 그냥 버릴 수도 있고, 그 무너진 신념을 끝까지 끌어안고 객관적이고 분명한 진실을 거부하고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도 있다. 역사적,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그것에 반하는 신념을 가지는 건 단순한 독선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선의로 행한 정의로운 악행 - 니어 레플리칸트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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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범죄에 대항하는 방법 [1]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가는 두 가지 방법으로 범죄와 맞선다. 첫 번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르면 이러한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둔 형법을 제정해 범죄를 예방해 법익을 보호하는 것, 두 번째는 범죄를 저지르면 잡아서 그 법에 맞는 형벌을 주는 것이다.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로 나뉘어 나라마다 형벌의 정도가 다르지만,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두 방법만이 있다는 건 다 똑같다. 여기서 바로 국가가 범죄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오는데, 첫 번째 방법은 돌발적인 범행이나 정신 이상자가 저지르는 범행은 막기 힘들다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처벌한다고 하여 이미 일어난[…]

국가가 범죄에 대항하는 방법
/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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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分身)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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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分身)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열 살 때 봤던 한 만화영화를 통해서였다. 그 만화영화에서 주인공은 최강의 닌자가 되기 위해 여러 술법을 썼는데, 그중 내가 매료됐던 술법은 분신술이라고 자신과 똑같은 형체의 몸을 서너 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분신들은 시간이 지나자 기체화되어 없어져 버렸지만, 나는 진지하게 저런 분신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상상에 잠겼다. 당시에 나는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밖에서 뛰어놀기만 할 열 살짜리 애가 학교, 수학 학원, 수영 학원, 영어 학원을 종일 뺑뺑이를 돈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학원에 왔다 가는 틈새에 잠깐씩 봤던[…]

분신(分身)
/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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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오토마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말하는 '인간' [2]

  (게임 내용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 인간을 위해 일하는 안드로이드. 그 중 9s모델은 상부의 명령을 받고 한 도시에서 기계생명체라는 외계 생명체를 조사 중이었다. 그러다 2b라는 모델과 함께 다른 지역에 조사를 나가게 된다. 성격이 잘 맞지 않던 9s와 2b는 임무를 진행하며 서로 호감을 쌓고, 자신을 편하게 불러달라는 둥 목숨 걸고 납치된 9s를 구하는 등 감정을 가져선 안 된다는 규칙을 잊고 밀접한 관계가 된다. 그러는 한편 안드로이드와 적대 관계인 기계생명체 역시 지능은 좀 떨어졌지만, 자신들끼리 가족이나 연인이 되는 등, 인간의 감정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2b와 9s는 그런[…]

니어 오토마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말하는 '인간'
/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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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와 나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를 읽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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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자마자 게임을 비롯한 여가생활을 질리도록 즐긴 저는 오랜만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책을 단 한 권도 제대로 안 읽은 저는 책을 읽고 싶지도 않았고, 읽기도 싫었지만, 소설을 쓰고 싶은데 표현력 등이 부족해 쓰지 못하는 걸 생각해 억지로라도 책을 읽었어야 했습니다. 책 읽는 건 싫은데 글은 쓰고 싶다니 참 한심하고 같잖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 가서 무작정 무슨 소설을 볼까 고민하던 차에 최근에 책과 관련된 게임을 했던 게 생각이 났습니다. ‘Alter ego’라는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모바일 게임치고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고, 책을 소개하는 게 주 내용이니까 한 번 해보시면 좋습니다. 그 게임 안에는[…]

갱부와 나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를 읽고)
/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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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복수 – 햄릿과 템페스트를 읽고 [3]

복수는 쉬운 것이 아니다. 복수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상대가 나한테 준 피해를 계산하지 않고 단시간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돼 갚아 주는 것. 다른 방법으로는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계획해서 똑같이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하지만 두 방법 다 너무 허무하기는 다름이 없다. 나는 지금부터 그 복수에 관한 이야기 두 개를 해보려고 한다. 허무하게 끝나는 복수와, 가치있는 것으로 바꾼 복수의 이야기를 말이다. 복수 하면 바로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바로 ‘햄릿’이다. 누구는 복수에 관한 한국 영화 세 개를 떠올릴지도 모르고 누구는 재미없는 다른 것들 몇 개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일 유명하고 완성도[…]

두 가지 복수 - 햄릿과 템페스트를 읽고
/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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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러분들은 소설을 쓸 때, 어떻게 하시나요 [5] 물자루스 2022-08-06 Hit :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