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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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주 힘들게 일어났다. 겨우 겨우 일어나서 대충 세수를 한 다음에 휴대폰을 들어 날짜를 보니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아침 여덟시 까지 약속이 있었는데 일곱 시 반에 일어난 것이었다. 약속장소까지는 삼십 분이 시간이 걸린다. 난 바로 옷을 갈아입고 세수도 제대로 안 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 가니 약속장소로 바로 가는 버스 세 대 모두 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난 이제 망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는 순간을 놓쳐버렸다. 벌써 일곱 시 사십 분이 거의 다 되었다. 결국 저쪽에 바로 오는 택시를 잡아서 타기도 전에 목적지를 말하고 빨리 가달라고 했다. “뭐 하러 가시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세요?” 택시 타면 택시기사와 얘기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그냥 대충 면접 보러 간다고 얼버무렸다. 근데 그 이후에도 택시기사는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처음에 말을 걸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기색이 없으면 그냥 말을 안 걸거나 대충 끝내야하는데 제대로 받을 때까지 계속 혼자 떠든다.
“요즘 뭐라나. 그 연쇄살인범이 있다고 그러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거 신경 쓸 바에 경제나 제대로 살리라 그래. 하여튼”
그래도 이 기사는 운전을 못 하는 편은 아니었다. 신호를 거의 무시하고 아주 위험하게 달리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 사고만 안 나면 다행이다. 어느 새 시간은 오십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젠 약속에 늦어도 괜찮으니 최대한 덜 늦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5분 정도야 늦을 수도 있지만 그 이상 늦어버리면 아주 안 좋은 놈으로 찍힌다. 점점 산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거의 도착한 것 같지만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했다. 뒤에 경찰이 따라오고 있었다. 경찰차 특유의 멈추라는 소리와 함께 거의 반말조로 ‘멈추세요, 멈춰, 2952번’ 택시 운전사는 열심히 떠들다가 확 조용해지면서 아주 작게 욕을 해댔다. 어떻게든 나로 핑계를 대려 하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왜 그렇게 빨리 가라고 해요.” 목소리에 엄청난 짜증이 담겨 있었다. 굳이 이 사람을 달랠 생각도 없고 잘못을 했다는 생각도 안 들어서 기왕 싸우는 거 경찰 오면 제대로 싸우기로 했다.
기분 나쁘게 있는 힘껏 차 창문을 두드렸다. “아니 거 왜 이렇게 빨리 달려요.. 따라잡느라 힘들었네. 아침부터 뭐가 그리 급해서 그럽니까, 아저씨.” “아니 택시 기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놈이 세게 밟으라고 협박을 하니까 내가 그런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야, 응?” “협박이요? 거기 학생, 여기 기사님 협박했어요?” 이걸로 이제 난 완전히 망했다. 이미 약속시간이 지났다. 게다가 경찰한테 걸렸다는 걸 알면 끝이다. “아 학생, 말을 하라고.. 힘들어 죽겠는데 진짜.. 어쩔 수 없지. 학생 같이 가야겠어. 기사님도 따라오세요.” 결국 난 별 말도 못했다. 뭔가 말을 하려 하면 망할 기사가 가로채서 유리하게 선수를 잡았다. 경찰은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내가 잘못했다는 눈빛으로 날 째려보고 한 명은 별 생각이 없는지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결국 난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지갑을 털어서 벌금을 냈다. 택시기사는 다행히 조금의 양심은 있는 지 택시비는 내라 하지 않았다. 택시비는 받지 않았다. 다행히 목적지가 가까워서 천천히 걸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어정쩡하게 늦는 것 보다 확실하게 늦어서 택시기사의 잘못으로 핑계를 댈 수 있다. 산 중턱 정도에 오니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그의 취향대로 주변에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직원마저 없었다. 삼십 분이나 늦어서 화장실에 가서 천천히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하게 한 후 약속장소에 들어갔다.
“뭐야. 누가 여기 이런 사람 함부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냐. 빨리 내쫓아.” “예? 저번 주에 만나기로 약속하신 아드님인데요.” “그런 사람 모르겠으니까 빨리 꺼지라고 해.” 좀 많이 늦어서인지 많이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옛날부터 말을 안 듣거나 실수를 하면 어린애처럼 자주 삐지거나 했는데 여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아.. 예. 아버지. 저 왔습니다. 김희민이요. 공부 많이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있습니다.” 아차, 하마터면 이희민 이라고 할 뻔했다. 예전 성을 부르면 좋아하지 않으니 조심해야지. 사실 아버지긴 해도 진짜는 아니다. 친구도 없다.
“음. 그래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 왜 이렇게 늦었냐? 공부한다고 늦게 잔거라면 이해해 주마.”
“사실은.. 일찍 일어나서 출발했는데 택시기사가 운전을 잘못해서 경찰한테 걸렸습니다. 근데 제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미는 바람에 결국 벌금까지 냈습니다.”
“뭐 그럼 아무튼 됐다. 너도 요즘 시험기간이니까 할 말만 하고 돌려보내겠다. 내가 이렇게 보여도 일단은 너의 아버지니까 이런 건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크게 화를 내진 않았다. 근데 무슨 일이어서 웬만한 일은 나한테 말하지 않고 진행하는 사람이 나한테 말하려고 이렇게 아침 일찍 불렀을까.
“실은 내가 재혼하기로 했다. 근래 고민을 많이 했다만, 역시 재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딸과 아들이 각각 하나씩 있고, 너보다 좀 어리다. 절대로 너랑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을 거니까 너도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할 필요 없고, 다만 그 애들이 지금 너랑 같이 지내게 될 거다. 뭐 어차피 잘 되지 않았냐? 너도 아침에 밥도 안 먹고 학교가고, 그 애들도 아침에 밥을 차려주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서로 부담을 주진 않을 거다 적어도.” 이건 제대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딱 두 명이서 살기 좋은 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세 명이 되면 그런 집은 아주 좁아질 거다. 어차피 사는 거 이 호텔에서 묵게 해주면 되지 않나. 구질구질한 내 집보다 여기가 훨씬 좋을 텐데 굳이 왜. 이건 분명히 날 괴롭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버지. 여기 호텔에 좋은 방도 있고 제가 살고 있는 집은 넷이 살기 좁고 교통수단도 좋지 않고 아버지는 집에 잘 안 돌아오지 않습니까. 굳이 사는 거 걔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낫죠. 차라리 여기서 머무르게 해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면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데 이 호텔에서 거기까지 매일 승용차 태워줄 순 없어. 서로 친해지는 드라마 찍으라는 거 아니니까 말 들어.”

찝찝한 마음으로 방 밖으로 나왔다. 난 이제 망했다. 더 이상 혼자서 할 수 있던 모든 걸 못한다. 방에 붙여놨던 포스터, 마우스패드, 키보드 다 바꿔야 하고 더러워 보이지 않게 침대이불도 바꿔야한다. 또한 빨래는 어떻게 할 것이며, 방은 두 개인데 그럼 내가 그 놈과 함께 한 방을 쓰던지 최악의 상황엔 내가 거실에서 자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온다. 아무튼 다음 주 부터 들어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한다.
머리를 식힐 겸 오랜만에 만화를 사러 서점으로 갔다. 한동안 인터넷으로만 만화를 봐서 양심에 찔려서인 것도 있었고, 아버지한테 생활비를 받아서인 것도 있었다. 여기서 제일 큰 서점은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타는 게 제일 빠르고 좋다. 아까 전 더러운 택시기사를 안 만나길 바라며 콜택시를 불렀다. 분명히 5분이면 도착한다고 한 택시가 1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대명서점으로 가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앞에 앉아있는 택시기사를 보니까 아까 그 놈이었다. 운도 진짜 없었다. 다행히 날 못 알아보고 있는 듯 했다. 시비 걸어봤자 더 안 좋아질 테니까 일단 조용하게 간다. 이 놈이 먼저 시비 걸면 이번엔 진짜 교통사고를 나게 해야겠다. 또 이 택시기사의 입이 열렸다. 난 아무 소리도 안 했는데 갑자기 공권력이 어떻다느니 다 병신이라느니 그런 소리를 한다. 그냥 머리가 빈 사람인 것 같다. 비었지만 필요할 때는 아주 비열하게 잘 굴러가는 그런 놈이다.
“젊은 놈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무슨 선생님한테 시위를 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아까보다 더 심하다. 그건 그렇고 여긴 택시기사가 이 정신 나간 놈 밖에 없나 왜 내가 이딴 놈한테 두 번이나 걸려야 하나.
“아저씨. 그냥 여기서 내려주세요.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그리고 양심이 있으면 아까 제가 잘못했다고 한 거 다시 철회하시고 제가 낸 벌금 그쪽에서 다시 주세요. 진짜 좋은 말로 할 때.
“갑자기 뭔 소리야? 너 아까 그놈이지? 그럼 네가 돈을 내야지 왜 내가 내냐, 택시비 안 낸 거 네가 다 내야지.” 한 대 치고 싶어졌지만 난 한 번도 화나서 사람을 때린 적 없으므로 참는다.
“전 그렇게 빨리 운전하라 소리 안 했고, 왜 네가 잘못했는데 나더러 돈을 내라 난리야!” “어어? 이 새끼 봐라? 어른한테 반말하고 소릴 질러? 이 새끼 너 아주 오늘 죽었다.” 그렇게 말하고선 엄청나게 속도를 내며 건물 구석진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난 경찰에 신고하려고 주머니를 뒤졌으나 휴대폰은 없었다. 아침에 급하게 나온다고 시계만 차고 바로 나왔던 것이다. 이제 난 저 망할 놈과 제대로 한판 뜨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미친놈은 중얼거렸다. 갑자기 차가 멈추더니 안전벨트를 풀고 내렸다. 나도 내리려고 바로 차 문을 열었으나 미친놈이 한 발 더 빨랐다. 차 문을 열자마자 코가 부러지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이 새끼가 그냥.. 사람 무시하고 있어.” 다행히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 이걸로 이제 내가 승리한 셈이 된 것이다. 사람이 있다는 걸 미친놈이 알아차리기 전에 내가 더 맞아야 한다. 그리고 저 사람이 동영상까지 찍어놓으면 완벽하다. 그걸로 나의 완승이다. 이건 내가 집을 새로 사고 대학 등록금도 아버지한테 얻을 필요 없는 일이다.
“왜? 한 대 더 쳐봐? 쳐봐?”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번엔 주먹으로 배를 맞았다. 아침을 먹었으면 그대로 다 토했을 거였다. 다행히 저 쪽은 열심히 내 눈치를 보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마침 주변에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있어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친놈은 그 이상으로는 자신이 위험했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결국 그 사람을 목격했다. 근데 미친놈은 그 사람을 보고 놀란 것 외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걸 딸이 목격한 거네? 그러니까 전부 이 기사님이 잘못했네.” 경찰은 빨리 일을 해결하려고 합의를 보길 바라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된 거 딸도 있는 아버지니까 제가 좀 봐줘서 합의를 봐드리죠. 그냥은 안 넘어갑니다. 이거 잘못하면 전치 1주에요. 아직도 피 나네.” 별 변수만 없으면 이대로 몇 십만 원은 때 간다. 그리고 아까 벌금 오만원도 돌려받는다.
“아저씨. 이거..” 갑자기 택시 기사가 수상한 카드를 경찰한테 보여주었다. 뇌물은 아니고 뭔가 증명서인 것 같다. 경찰은 한참 그걸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나와 택시 기사를 번갈아가면서 보았다.
“학생 아저씨 좀 봐 드려. 이분 분노조절 장애셔. 응? 그리고 지금 보니까 이혼하고 딸이랑 헤어져서 양육비 대 주고 있구만. 살기 힘드신 분인데 학생이 그리고 성질 좀 건드리기도 했잖아. 뭐 엄청 다친 것도 아니네? 괜히 오버하지 말고 아까 벌금 오만원만 다시 이분한테서 받아 가.”
“그건 안 됩니다. 저도 피해 입은 게 있고 아주 중요한 약속을 이 분 덕분에 놓쳤는데 지금 봐주라고요? 지금 저 사람 피해자 행세 하는 거 안 보여요? 저건 또 뭐하는 거야?” 이번엔 그 놈이 자기 딸과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둘이 사이가 좋다면 난 이미 망했지만 다행히 사이가 안 좋은 부녀인가 보다. 그래, 그 영상만 있으면 이제 내 승리다. “거기 너. 영상 찍은 거 있잖아. 증거물. 그거 보여줘.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알 거 아냐?” 그 애는 좀 머뭇거리다가 휴대폰을 건드리더니 나한테 건네주었다.

결국 나는 아까 벌금과 합쳐서 이십 만원을 받았다. 확실히 분노조절 장애든 뭐든 그런 놈은 돈 좀 뺏겨 봐야 정신을 차린다. 결국 그 놈은 일이 커지기 전에 마음씨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면서 좋은 말로 경찰을 설득 시켰다. 그러지 않았으면 난 더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놈 딸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물론 별 말은 안 했지만.

아침에 일어났더니 누군가가 문을 있는 힘껏 두드리고 욕을 하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무거운 택배를 배달하는 사람이거나 중학교 때 나한테 증오심을 품고 있었던 누군가이다. 다행히 택배기사였다. 착불 삼 만원이나 하는 거금을 기사한테 주고 추가로 콜라도 한 병 줬다. 나는 집 전체를 바꿀 일종의 인테리어 도구 같은 것을 샀다. 오늘은 한글날로 학교도 쉰다. 물론 한글날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나는 안 갔을 거다. 학교에 안 가면 안 갔지 한 번도 지각한 적도, 정당한 사유를 대고 안 간 적도 없다. 무단결석 아니면 출석이다.
열심히 화장실 타일을 교체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기왕이면 계좌로 용돈 좀 더 넣어줬다는 말이면 좋겠다.
[어 나다. 뭐 하고 있냐? 요즘 잘 지내냐? 요즘 살인사건 때문에 흉흉하던데 조심해라.]
[집을 깨끗해 보이기 위해서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 하셨는지..] [이번에 그 집에서 같이 산다고 한 애들이 사정으로 인해 바로 이번 주에 들어온다는구나. 그리 알고 있어라. 참, 그리고 오늘 나와 재혼한다는 사람과 저녁 약속이 있는데 너도 와라. 이만.]
역시. 이렇게 될 것 같았다. 어디서 누군가가 나를 불편하게 하려고 꾸미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몇 시에 약속이 있는 지도 안 알려주고 어디로 오라는 지 말도 안 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 상당히 모자란 사람을 설명하자면 길다. 그러니 시간이 남을 때 하도록 하고 지금은 이번 주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놈들이 오기 전에 이 집을 바꿔놔야 한다.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때 한창 어머니가 지금의 아버지와 재혼을 했을 때이다. 그땐 정말 새아버지가 싫었다. 물론 지금도 좋지는 않지만 그 때 그 사람은 날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은 아버지가 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던 때였다. 그 몇 달 후 바로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뺑소니 차량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그 뒤로 아버지는 사람이 삼백 육십 도 달라졌다. 사교성이 좋아서 매주 어머니와 교회에 갔는데 그 뒤로는 자신의 직원 외에 다른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지금 재혼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서 이후 2년 간 정신이 없었던 나는 친구는커녕 먹고 자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제정신으로 있게 해준 새아버지에겐 감사한다. 덕분에 고등학교에도 잘 들어갔다. 물론 대학에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 지금 이 학년이나 돼서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집을 바꾸고 문자에 나와 있는 주소대로 약속장소에 갔다. 물론 택시는 타지 않았다. 한동안 택시는 안 탈 예정이다. 다행히 멀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아주 호화로운 곳인 줄 알았는데 단순한 식당이었다. 그것도 별로 깨끗한 것 같지도 않았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갔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먼저 보면 나중에 인사할 때 어색할 것이었으므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이쪽은 이번에 나랑 약혼한 사람.” 일단 생긴 건 나쁘지 않다. 젊을 땐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이 생겼다. 하지만 얼굴 어딘가에 악의가 있다. 정확히는 선의가 아닌 뭔가가 있다. 상당히 찝찝하다. 그 다음은 그저 그런 어색한 대화로서 뭐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단 아버지가 처음 그랬듯이 이 사람 역시 내가 불편한 것 같다. 나도 불편하니까 어쩔 수 없다.
“이상하네. 애들이 왜 이렇게 안 오지?” 애들? 가급적이면 안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쪽도 오기 싫고 나도 보기 싫다. 아니다. 어쩌면 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내 집에서 살기 전에 미리 갑을 관계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집에서도 내가 권력을 잡는 거다. 뭐 안 오려면 말고.
“안녕하세요.” 불만 있으면 인사도 하지 마라. 얹혀사는 입장 주제. 더럽게 재수 없어 보이네. 딱 보니까 중학생에 집에서 게임만 하고 친구는 있어도 자신 같은 남자애들 밖에 없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어? 그쪽은?” 뭐야 아는 척 하지 마, 언제 너랑 내가 아는 사이였다고 친한 척이냐. 잠깐. 저거 그 택시 기사 딸 아니야? 왜 또 이렇게 되냐.
“네가 왜 여기 있냐? 잠깐. 그럼 그거 너 맞아?” 갑작스런 대화에 아버지와 아버지의 약혼자가 놀란 모양이다. 천천히 얘기하라 하면서 갑자기 돈을 준다.
“그땐 고마웠어. 좀 미안하기도 하네.”
“아니, 뭐 나도 아버지가 좀 그러셔서.. 그래서 이혼도 한 거고. 아무튼 잘 해결됐으니까 잊자.” 생각보다 성격이 시원하네. 방심하면 안 된다. 여기서 확실하게 내가 위라는 걸 알게 해 줘야 한다. 분명 나보다 나이도 적은데 벌써부터 말 놨네? 절대 그렇게 놔둬선 안 돼지. 물론 말은 놔둬 진짜 반말을 하게 해선 안 된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나. 하. 그럼 그쪽은 몇 학년이야?”
“나는 중학교 삼 학년, 내 동생은 중학교 일 학년.”
“그렇구나. 바로 이번 주부터.. 동거.. 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정확히 며칠이야? 절대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나도 마침 혼자 살기 쓸쓸했고 앞으론 재밌어질 것 같네.”
“이번 주 토요일이야. 물론 절대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우리도 눈치라는 게 있으니까 딱히 피해를 주진 않을 거야.” 뭐야 이거 제법이잖아. 말도 은근히 놓으면서. 내가 왜 부담을 가지겠냐. 절대 네 맘대로 하게 놔두진 않을 거다.
“응 물론이지. 난 김희민 이야. 너희들은?”
“이현지, 이정현” 정말 짜증나네. 뒤에 아무 말도 안 붙이고 그냥 편하게 막 해버리네. 너희들은 네 세 살 이상이나 차이나는 사람한테 이렇게 말 하냐. 사회생활을 많이 안 했나 보네. 요즘은 한 살 차이만 나도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데. 아니다. 뭐, 내가 너무 그런가.
“근데 이제 김으로 바뀌겠네.” 어쩌라고. 그딴 건 말 안 해도 다 알아. 나도 한 씨에서 김 씨로 바뀌었어. 배고프니까 뭐라도 먹어야겠다. 물론 너희들 꺼지고 나서.
“아, 참. 우리 어차피 들어갈 텐데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쓸 방이나 집 구조 같은 거 봐도 될까?”
“아.. 이거 곤란한데. 지금 집에 바퀴벌레가 너무 많이 나와서 내일 퇴치기사를 부를 예정이거든. 아마 들어오면 발 디딜 곳도 없을 거야.” 한 마디로 귀찮으니 꺼지란 거다. 아직 실리콘 다 마르지도 않았거든.
“그래. 그럼 우린 가 볼게. 다음에 보자!”
“응. 잘 가.” 제대로 서열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밀려서야 앞으로 계속 힘들어진다. 이 이상 까불면 가만히 놔둘 순 없다.

학교에 ‘친구’라는 건 없다. 학교에서는 그저 배우기만 하면 된다. 애들이 즐기는 것을 다 따라할 필요도 없고 친해지려고 할 필요도 없다. 내가 친구가 없다고 비웃는 것도 신경 쓸 필요 없다. 있는 게 좋지만 없다고 나쁜 건 아니다. 어쩌면 없는 게 더 낫다. 있으면 일단 힘들고 귀찮다.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따위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내가 돈이 생겼을 때 빌려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란 귀찮은 것이다. 만들어놓으면 좋기도 하지만 골치 아프다. 끊기도 힘들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 민감한 일에도 크게 반응해서 크게 싸우게 된다. 어정쩡하게 친구라고 만드는 것보다 안 귀찮고 깔끔하게 없는 게 낫다. 친구라는 말 자체도 이상하다. 오래 친하게 지낸 사람이란 뜻이 되는데 우리 친구하자 라고 말한다고 친구가 되는 게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친구라는 어감과 뜻을 안 좋아하는 나한테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애가 생겼다. 비교적 최근에 고등학교 축제를 같이 준비하자면서 도와주니까 그때부터 친하게 지내자고 그러질 않나 다른 애들 앞에서 내가 친구라고 말하질 않나. 물론 그렇게 해줬다고 해서 내가 절대 고마워하거나 친구라고 생각해주진 않는다. 오히려 귀찮을 따름이다. 애초에 그 애는 반에서 인기 있는 애다. 엮이게 되면 다른 애들이 더 날 잘 알게 되고 그럼 더 귀찮아진다. 그리고 하필 또 그 애는 여자다. 걔가 자꾸 나한테 접근하게 되면 걔를 좋아하는 애들이 나를 적시할지도 모른다. 절대 피해망상이 아니다. 이건 사실이다. 그 애가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애들을 때 놓으려고 일부러 나와 친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럼 자신한테 피해는 없고 내가 걔들한테 맞거나 빨리 걔들이 그 애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겠지. 그러면 빨리 인간관계가 청산이 되니까. 억측이나 단순한 짐작이 아니라 거의 사실이다. 평소에 관심도 안 가지고 심지어 반에 둘만 있을 때는 아는 척도 안 하다가 갑자기 이번 달부터 친한 척을 하려는 건 그런 의도다.
근데 왜 하필 그 대상이 나인가. 그게 의문이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애가 없어서? 아니면 단순히 동정심이 생겨서? 동정심이 생겨서 그러는 거라면 큰일이다. 얼른 그 애한테 그만두라고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만에 텔레비전을 틀었다. 하필이면 안 좋아하는 채널에서 뉴스를 하고 있는데 웬일로 흥미로운 뉴스가 나왔다. 연쇄 살인범이 이번으로 다섯 번이나 잡히지 않고 죽이는 데 성공했다나. 서울과 경기를 돌아다니는 듯 했다. 대단한 놈이다. 뭐 상관없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도 아닐 테고. 대충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갔다.
등교하고 있는데
“아! 희민아.” 하고 그 애가 날 불렀다. 하필 애들이 제일 많은 타이밍에서 우리 반 애들도 지나가는 타이밍에서. 난 물론 대답하지 않았다. 근처가 시끄러웠으니까 못 들은 걸로 얼버무리면 되지. 정 무시했다고 생각한다면 나야 좋다. 뛰어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바로 그 애가 옆으로 따라 붙었다.
“왜 대답을 안 해? 불렀는데.”
“아 불렀어? 시끄러워서 못 들었네. 근데 갑자기 왜?”
그 애는 이런저런 일 가지고 뭐라 하다가 내가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니까 이렇게 말했다.
“근데 너 내 이름은 기억하냐?”
“어? 이름? 당연히 알지. 같은 반인데. 이유미잖아.” 이름, 당연히 알지. 라고 할 동안 겨우 그 애의 이름을 다시 생각해냈다. 난 기억력이 크게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데 좀 걸렸다.
“말을 끄는 거 보니까 잊어버렸던 모양인데?” 눈치는 좋네. 애들과 잘 어울리니 이 정도는 알겠지.
여기서 이유미 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일 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던 애다. 1학년 때는 아예 신경도 안 써서 사실 난 이유미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다만 그때부터 애들한테 인기가 좋았다. 난 잘 모르겠지만 인물이 좋은지 여자애들의 동경 대상이다. 이유미는 상당히 인기를 얻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먼저 어떻게든 다가가서 얘기하려는 게 당시에 정신없던 나한테까지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또한 부반장으로 축제나 청소 때마다 돕고, 공부 이외의 거의 모든 행사에 참여한다. 내가 올해 축제를 도울 때 들어서 아는 거라서 정확하진 않다. 난 반에 같이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사실상 정보를 얻을 방법은 누가 얘기하는 걸 엿듣는 거랑 내가 관찰하는 것 밖에 없다. 아무튼 그런 이유미는 이 학년부터 많은 남자애들의 우상이 되었다. 특히 학생회에 들어가면서 자기 자신은 더 만족하는 모양이다.
“이번에 방학 기간 조정중인데, 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딴 건 왜 물어보냐, 학생회인 네가 해야지. 애초에 요즘은 학생회 애들이 방학기간도 조정하나? 정말 자유롭고 좋은 학교다.
“그건 네가 정할 일이고. 난 잘 모르겠어. 방학은 언제든 상관없어. 난 어차피 안 가고 싶을 땐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안 가니까.”
“왜 학교 빠져? 그러다가 대학 못 가면 어쩌려고. 그리고 방학 기간은 내가 조정하는 게 아니라 회장이 조정하는 거야. 물론 지금 회장새끼는 놀고만 있지.” 살짝 말투에 의아함과 짜증이 섞여있다. 여기서부턴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밖으로 옮기면 안 된다. 여기서 이유미가 말하는 회장새끼는 뭐지. 필요 이상으로 그 회장이란 애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 열심히 해봐. 내가 방학을 조정할 수 있으면 난 방학을 없애고 한 달 무단결석 허가증 같은 걸 만들면 좋겠어.”
“너 같은 생각이네.” 하고 이유미는 끝에 조금 ‘하’ 하고 붙였다. 살짝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이럴 때가 아니지. 나랑 이유미가 친하다고 오해받기 전에 얼른 떨어져야 한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지금 제일 쉽게 떨어질 수 있는 방법은 화장실에 간다고 하거나 물 마시러 간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사실상 화장실은 가깝고 식수대는 바깥까지 가야 해서 화장실 밖에는 답이 없다.
“나 잠깐 화..”
“야. 넌 뭐냐? 유미랑 친해?” 결국 걸렸다. 선도부다. 선도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학교가 상당히 깨끗하고 집단 따돌림이 있으면 방관하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내가 왜 얘랑 친하겠냐. 그리고 뭐 친하다고 한들 너하고 뭔 상관이야.” 이렇게 좀 세게 나와야 한다. 이유미한테도, 이 선도부 놈한테도. 일단 ‘왜 얘랑 친하겠냐.’ 자체로 이유미가 갖고 있던 나에 관한 좋은 생각이 전부 사라진다. 애초에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선도부 놈은 내 말투가 재수 없어서 가겠지.
“이 새끼 말투 건방진 거 봐라. 제법이네? 나중에 두고 보자.”
그냥 갔다. 제법 친구란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집단으로 나한테 와서 이기려고 하는 모양인데 절대 불가능하다. 딱히 잘난 척 하는 건 아니지만 열 명을 한꺼번에 이긴 적도 있다. 물론 그 이후에 열 명 이상이나 되는 애들한테 제대로 당했지만. 그러니 뭐 다섯 명 정도야 사실 별 거 아니다. 옆에서 이유미가 왜 우리가 친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은근 짜증을 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꽤 많이 모인 것 같은 애들이 나를 불렀다. 그들은 대충 애들같이 몇 마디 말을 던지고 대부분 다 이렇게 말했다. ‘까불지 마라.’ ‘유미한테 접근하지 마라.’ 물론 대부분 다 맞는 말로 반박을 했다. 그 결과 난 걔들이 나한테 고소하기 직전까지의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원래 어렸을 땐 다 싸우면서 크는 것이다. 도구를 든다면 곤란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이미 많은 상자와 짐이 들어와 있었고, 주방에서 소리가 났다. 거실에도 누가 있는 모양이었다. 방금 막 좀 맞고 들어와서 걔들이 들어와 있다 해도 볼 수가 없었다. 먼저 화장실에 가서 씻은 다음 나왔다.
“야. 너희들. 여기 사는 건 좋은데 각자 지낼 곳은 정해 두자. 짐도 좀 정리하고. 방은 많다고.”
제법 크게 말했는데 바로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건방진 놈은 대답도 안 하고, 주방에서 뭘 쳐 먹고 있는 애는 대답도 못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규칙 같은 걸 제대로 정해 두자고.” 어차피 못 지키고 안 지킬 거지만.
그 둘과의 협상 끝에 겨우 내 생활공간은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부를 때가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서로 편하지만 내가 조금 더 걔들을 내려 볼 수 있는 정도로 하는 게 좋다.
“그럼, 희민오빠 라고 편하게 부를게.” 기분 나쁨을 어떻게 없앨 수가 없었다. 내 동생만 사용하는 내 호칭을 어떻게 재수 없는 택시기사의 딸이 쓰게 놔둘 수가 있지. 참고로 난 친여동생이 있다.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재능도 뛰어나서 미국에서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덕분에 거의 삼 년 째 못 만나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난 놀기만 했지만 걔는 나름대로 인생을 준비했다. 덕분에 뭐 미국이란 거대한 곳에서 대학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 그, 뭐였더라. 아무튼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떻게 불러? 그냥 오빠라고 하긴 그렇고.”
“그럼 그냥 편하게 불러라.”
저기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놈은 날 없는 사람 취급하니까 굳이 그런 거 안 따져도 알아서 하겠지. 애초에 남자들과는 웬만하면 호칭에 걸릴 일이 없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어떻게 부르냐가 아니라, 이유미의 위험성을 이때까지 알아채지 못 했다는 점이었다. 이유미가 나한테 접근한 것은 다른 남자를 떼 놓으려는 것도, 날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그 날 저녁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과 도시락을 먹으려는 데 텔레비전만 보는 놈과 날 친근하게 부르는 애들이 저녁을 안 먹으려는 것 같기에 간만에 솜씨를 발휘했다. 딱히 솜씨라랄 것도 없이 단순히 반찬과 밥을 만든 것뿐이지만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름 친목을 다진다고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먼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애초에 내가 아는 번호는 아버지, 동생, 선생님밖에 없다.
[여보세요. 누구신지.]
[나야, 같은 반에 이유미. 갑자기 전화해서 놀랐겠지만 지금 당장 가장공원으로 와줘. 빨리.]
끊겼다. 거부권은 없다는 건가. 대충 입고 나갔다. 설마 별 일이야 있겠나 싶어 뭔가를 안 챙긴 게 잘못이었다. 걸어서 갔다가 상당히 급한 일인 것 같아 뛰었다. 여기서 공원까지는 뛰어가면 10분밖에 안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신호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쉽지 않다.
공원은 크지 않아서 쉽게 이유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유미는 아주 급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열심히 다른 사람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왜 나를 부르고..”
“김희민 맞지? 나 좀 도와주라. 제발. 정말 이대로 가면 죽을 지도 몰라.”
“무슨 일인지나 천천히 말해. 지금 당장 안 죽으니까.”
진정하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귀찮아서 대충 말한 거다.
“사실 그..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일종의 그, 도박 같은 걸 했거든. 친구가 알려줘서 사설 도박 같은 거에 참여를 했는데 처음에 잘 돼서 계속 잘 될 줄 알고 했어. 근데 결국..”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 이 백 만원 가까이 날렸고 부모님이나 아는 사람에게 죽을 정도로 위험에 쳐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아는 애들 다 긁어모아서 돈을 빌려달라는 거지. 대충 그런 거 아냐?”
이유미는 눈물을 한가득 흘리며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맞아. 사실 거의 오 백 만원이야. 부모님은 아직 모르셔. 그리고 돈 빌려간 아는 오빠가 있는데 그 사람이 나 잡아서 장기 팔지도 몰라.”
“나도 도와주고 싶기는 한데 가족과 상의해 봐야겠다. 같은 반이라 해도 아주 친한 것도 아니고.”
이유미는 대답 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때까지의 이유미의 행동을 알겠다. 상황은 이랬던 것이다.
이유미는 먼저 사설 스포츠도박 같은걸 해서 돈을 벌었다. 맛을 들여서 계속 해서 잃었고, 그런 쪽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 마저 다 잃었다. 물론 나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즈음엔 빌린 돈 마저 다 잃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빌린 돈을 갚을 시기가 지나니까 생명에 위협이 느껴졌고, 반에 친하게 된 애들한테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난 사실 어정쩡했지만 아마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부탁을 했을 것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애들한텐 다 얘기했겠지. 뒤를 보니 많은 애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많은 애들이 한꺼번에 어떻게든 이때를 이용해서라도 이유미의 호감을 사려고 오 백 만 원 이상 준다, 나만 믿어라, 그러고 있었다. 그에 유미는 감동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맙다고 연달아 말했다.
“얘들아 다들 고마워. 일단 다른 데 가서 얘기하자.”
애들은 모두 이유미를 따라갔다. 돈에 관련된 만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된다. 나는 반 재미로 따라갔다. 이유미는 사람이 없는 공사 중인 공터로 갔다. 공사임부들이 두고 간 플라스틱 의자에 다들 앉아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반에서 제일 부자인 최민재가 이 백 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몇 십 만원씩 준다고 하면서 희망이 넘치는 얘기를 했다. 나는 듣기만 했다. 이유미의 뻔뻔함은 도무지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고마워, 고마워만 연달아 말하는데 그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었다. 물론 모든 애들이 다 돈을 대 준다 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몇 십 만 원 정도야’ 하는 것 같았다. 근데 개인이, 그것도 한 학생이 사설 스포츠 도박을 해서 오 백 만원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 정도라면 심각한 중독일 텐데 먼저 병원에 연락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난 애들이 얘기하고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지기로 했다. 먼저 연락해야 할 곳은 기왕이면 이유미의 부모가 우선이겠지만 그들의 연락처는 없다. 제일 빠른 건 반 선생이다.
[아, 네. 선생님, 밤중에 죄송합니다. 우선 얘기를 들으시기 전에 제가 말했다는 건 모두한테 비밀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 뭐 상관없는데 뭔 일이냐?]
[우리 반에 상당히 안 좋은 상태에 처해져 있는 애가 있어서] 말을 이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애들은 다 내 시야에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노숙자나 여기 일 하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밤늦게까지 이런 데서 일한다니 좀 이상하다. 웬만한 거지도 여기는 먼지가 많아서 안 잘 것이다. 그리고 작업을 할 테면 불을 켜고 작업을 하겠지. 그러면 더 위험한 뭔가 다. 동물은 아니다.
[왜? 누군데? 말하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천천히 애들이 있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직까지 따라오지는 않는다. 다행히 걔들의 시야에 내가 들어갈 때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생의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 해도 선생이 나를 보는 눈이 안 좋아지진 않을 거다. 성적도 좋고 뇌물도 꾸준히 들어가니. 최민재가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안 좋게 웃으면서.
“야. 너도 말 좀 해봐라. 그림자. 알고 보니까 너 부자라던데?”
동시에 여러 애들이 웃었다. 내가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할까 하다가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림자라는 건 있으나마나 라는 뜻인 것 같다.
“그나저나 너희들 너무 밖에 오래 나와 있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요즘 연쇄살인범이 있다고 그러니까.”
“어이가 없네.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지게? 하하!”
동시에 많은 애들이 한꺼번에 웃었다. 물론 난 안 웃고 그대로 돌아서 나갔다.
“야. 어디 가냐? 넌 우리 반도 아니냐? 저 새끼 진짜 재수 없네. 친구가 힘들다는 데 못 본 척하네.”
“힘든 친구? 이유미? 걔는 정신 상담이나 받아보라 그래!”
이유미의 어이가 없는 부탁과 그걸 또 다 들어준다고 하는 애들의 행동 때문에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이제 뭐 이유미 따위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난 그대로 걸음을 빨리 해서 공사 터를 빠져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둘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인 주제 공부나 할 것이지 예능이나 보고 있네. 일단 모른 척 하고 내 방에 들어갔다. 다시 이유미의 사건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유미의 도박 중독, 탕진, 빚, 그리고 그 뒤에 이유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누군가. 이유미한테 돈을 빌려준 사람일 리는 없을 것이다. 부모도 절대 아닐 것이다. 이유미가 거기 있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이유미와 한 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은 이유미의 상태가 걱정되는데 아무 말도 못한 이유미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늦게 일어났다. 웬만하면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오늘은 열 한 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그 둘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시끄럽게 안 해줘서 고맙네. 그러고 보니 아직 짐이 많이 쌓여 있었다.
“너희들. 짐 다 정리했냐? 정 힘들면 도와줄게.”
“응? 아니.. 뭐 괜찮은데. 그럼 일단 오늘 아침에 온 택배 확인해주라. 희민오빠 이름으로 왔던데.”
짐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보낸 사람은 이유미. 도대체 주소는 어떻게 안 걸까. 어제 일로 악감정을 품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택배가 올 리는 없다. 그것도 상당히 큰 박스로. 일단 걱정 반 즐거움 반으로 택배를 열었다. 사실 어제 애들한테 그렇게 말함으로써 한번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내년이면 반도 바뀌고 그동안 반 애들한테 진절머리가 났다. 특히 이유미. 이제 날 완전히 싫어할 것이다.

‘안녕. 김희민. 아니, 원래는 이희민 이었나. 우린 1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지. 넌 늘 내가 보기에 친구가 없고 아니, 친구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너랑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노력했어. 네가 학교 행사에 좀 더 참여를 하길 원했고, 나한테 말을 걸어주길 바랬는데 너는 전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 난 늘 너를 힐끔힐끔 쳐다봤어. 가끔 눈이 마주쳤는데 원래대로라면 피해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근데 넌 눈이 마주치면 째려보더라. 정말 재밌었어. 부끄러워하는 다른 애랑은 좀 다르고 신선했어. 그때부터였는지 나는 너한테 끌리기 시작했어. 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나를 좋아하는 애들도 점점 생길 때 난 네 생각밖에 없었어. 근데 딱 그때 쯤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하셨어. 초기 암이지만 악성이라서 수술을 해야 했는데, 아버지는 술에 중독되어 매일 집에서 나가계셨고, 나는 학교에 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러고 난 후 1년 정도 후인가..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친한 오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대로 했어. 물론 몸을 팔거나 그런 건 아니고 너도 아는 그 도박이야. 그 오빠 말대로 하니까 한번 할 때마다 정말 많은 돈이 들어왔어. 특히 그 오빠는 스포츠계를 잘 알았거든. 그래서 300만 원 가까이 벌 때 갑자기 많이 걸어 놓은 것들이 다 져버려서 300이 오히려 다 날아갔어. 그때 그냥 그만뒀어야 했는데. 그리고 너와 친해지려고 했던 건 뭐랄까, 스트레스 해소라고 해야 할까. 너하고 조금이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도무지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었어. 아무튼 그 오빠한테 돈을 더 빌려서 하는 바람에 지금 이렇게 된 거야. 어머니가 이 일을 아시면 어머니는 아마 더 악화되실 거고, 아버지는 지금 감방에 계셔. 근데.. 어제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한 게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맞는 말이라서 더 힘들어. 사실 다른 애들한테 돈 얻으려는 것도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넌 날 그냥 안 도와줬으면 해. 차라리 선생님한테 알리고 퇴학처분을 받던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지만 이건 알아줘. 난 널 늘 좋아했고, 항상 돕고 싶었어. 그럼 이만.’

박스에는 신문지 뭉치와 충격완화용 비닐 몇 개만 들어있다. 그리고 편지지 하나가 끝이다. 굳이 이렇게 큰 박스를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뭐 크게 상관은 없다만. 박스 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신문지를 빼고 편지는 서랍에 넣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편지에는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글씨체도 엉망인 게 빨리 쓴 게 티가 났다. 어제 했던 말은 좀 심했다. 뭐랄까 사실은 맞지만 앞으로 걔의 상태가 나아지게하기 위해서는 나의 도움이 절실한 것 같다.
“희민오빠, 와서 밥 먹어.”
“응 그래. 갈게. 이건 뭐냐? 라면? 아침부터 라면을 먹네. 잘 먹을게.”

삼 학년이 되기까지 삼 주 남은 금요일이었다.

2.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열 두 시가 되어 있었다. 학교에 갈까 했다가 이미 너무 늦어서 발을 돌려 오랜만에 게임을 하러 PC방에 갔다. 결석은 선생한테 아프다고 말하면 된다. 난 성적이 좋아서 선생한테 뭐든 말하면 다 들어주는 편이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이 PC방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이다. 최근에는 공간을 넓혀서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곳이다.
“네가 여기 웬일이냐.”
설마 아버지가 운영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직접 오실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항상 집에서 주식만 해서 때문에 밖에 잘 나오질 않는다. 이제 변명거리를 찾아야 한다.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일단 미세먼지가 많다고 일찍들 보내서 집에 가기는 좀 어색하니까 여기 있었어요.”
“지금 미세먼지 하나도 없는데. 희민아. 미리 말해두지만 지금 공부 안 해도 나중에 가서 후회 안 한다. 중요한 건 후회를 떠나서 내가 지금 돈 대주면서 사립에 다니게 해 주는데 네가 감히 내가 운영하는 PC방에 와서 돈을 넣고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거지. 너도 내년이면 고3이라고. 수능을 치든 뭘 하든 해야 될 거 아니야. 아 참, 걔들은 잘 지내고 있냐? 내가 최대한 부담 갖지 말고 지내라고 하긴 했는데 네가 부담주지 않을까 걱정인데. 아무튼 걔들이 좀 짜증나도 이해해라. 걔들은 너랑 다르게 계속 정신이 이상한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고. 그러니까 네가 걔들이랑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봐라.”
“네. 근데 아버지야 말로 여기서 뭐하세요? 이런 데에 잘 안 오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 알바 중 하나가 난동을 부리던 손님한테 다쳤다고 해서 보러 왔지. 근데 병원에 있나 보네.”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 어떻게 저런 허술함으로 사업에 성공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 자리에서 게임을 하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도 적게 먹고 그래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가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음식을 내오는 아주머니가 심심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요즘 뭐가 그리 무서운지.. 어제도 한 명 죽었대요. 이제 거의 맨날 죽네. 아니 경찰은 뭘 하고 있는 거래?”
“아.. 요즘 그 연쇄살인을 한다는 놈 말이죠?”
“네. 아, 저기 나오네. 세상에.. 어떻게 아무런 증거가 없대..”
“대단하네요. 요즘은 워낙 과학이 발달해서 쉽게 잡히는데 잘도.”
“그러니까. 저거 분명히 한 명이 아닌 거예요. 안 그러면 말이 안 돼. 아무튼 맛있게 드세요.”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대다. 대기오염을 제외하면 경제적 위기도 아니고 고령 사회에서도 벗어났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연쇄살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였다. 갑자기 창가에 앉은 아저씨 하나가 큰 소리로 음식에 불만을 표출했다. 문제는 그냥 불만만 말하면 모를까, 음식을 다 바닥에 일부러 엎는 바람에 소란이 벌어졌다. 그 아저씨는 상당히 취해 있어서 위험성이 더 올라간 상태였다.
“오지 말라고!”
칼 같지도 않은 칼을 들고 휘둘렀다. 칼을 든 놈도 많이 상대해봤다.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나 돈 안 내고 간다! 간다!”
일 하는 직원 하나가 나가려는 아저씨를 막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거리낌 없이 부드럽게 그 직원의 배를 찔렀다. 순식간에 식당 안은 난리가 나고 아저씨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도망갔다. 칼 때문에 그러는 건지 다들 머뭇거렸다. 이미 누구는 경찰을 부른 것 같았다. 난 그 아저씨를 따라 뛰었다. 소화도 시킬 겸 경찰을 돕는 달까.
“아저씨! 그냥 서시죠! 나이도 꽤 드신 것 같은데. 아저씨 인생 이제 망했습니다. 저 사람 죽으면 어쩌려고.”
속도는 거의 두 배로 차이가 나서 금방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 놈은 끝까지 칼을 휘두르면서 오지 말라고 반복했다. 난 바로 손목을 잡고 배를 걷어차서 넘어뜨렸다. 막 다시 그 놈이 일어서려는 차에 경찰이 왔다.“거기! 학생, 아저씨, 칼 버려!”
“저는 이 사람 잡으려고 한 겁니다.”
“조용히 해! 저 둘 잡아!”
그야말로 괜한 짓 했다. 나중에 직원들이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 젊은데 좀 높아 보이는 경찰이 와서 녹차를 줬다. 상당히 귀찮아 보이는 표정이다.
“너.. 김정명 사장님 아들 맞지? 맞나보네. 너 같은 놈 때문에 우리가 더 귀찮아진다고. 괜히 시민영웅 그딴 짓 하지 말고 집에서 공부나 해. 뭐 네 덕분에 더 빨리 잡기는 했지만 귀찮잖아. 너 같은 놈 계속 생기면 내 점수도 떨어지니까 괜한 짓 하지 마. 그리고 너 이유미랑 같은 반이니?”
“네. 계속 같은 반이었는데요.”
“그거 잘 됐네. 요즘 유미가 좀 이상하던데 네가 아는 건 좀 없냐?”
“아뇨.. 딱히. 그냥 요즘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불안해하는 것 외엔 별 거 없어요. 유미랑 아는 사이세요?”
“아는 사이는 맞지. 친한 사이는 아니야. 넌 유미랑 무슨 관계냐? 절친, 그냥 반 친구, 뭐 어떤 관계야?”
“딱히 이유미랑 얘기도 별로 안 하고 친하지도 않지만 계속 아는 사인데요. 걔한테 문제라도 있나요?”
“이건 좀 중요한 일인데.. 우리 측에서는 이유미를 늘 감시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 감시하는 이유를 알려줄게. 너한테는 알려줘도 되겠다. 이 일은 절대 네 반이나 학교에서 말 하면 안 된다.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내가 견습생이었을 때였어. 이유미는 중학생 때 자신을 따돌렸던 애들 반을 죽이고 반을 입원시켰어. 입원한 애들 중 절반은 죽었지. 그것도 가스 같은 걸로 죽인 것도 아니고 무려 도끼만으로 그렇게 했어. 물론 어른 몇 명과 함께였어. 그 일이 벌어지기 전 이유미의 같은 반 애들 몇 명은 이유미를 학대했어. 따돌리는 수준이 아니었지. 이유미가 좋지 않은 가정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더 심했어. 집으로 찾아가서 어머니까지 다치게 했다나.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듣기만 해도 끔찍했어. 심지어 자신을 성폭행하니까 어른을 구해서 일을 저지른 거지. 어른은 애를 잡기만 하고 죽이는 건 다 자기가 했대. 이유미는 자신이 당한 일과 저지른 이 모든 걸 다 고백했어. 그리고 심신이 안 좋고 청소년법이 적용돼서 모든 게 없던 일이 된 거야. 그 애의 부모들한텐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줬고, 그 애의 부모들은 크게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더라. 이유미와 가담했던 어른들은 다 감방에 있는 상태야. 이유미가 무조건 잘못했다 할 순 없어. 이유미를 괴롭힌 애들은 그 전에도 몇 번 전적이 있었고, 소년원에 가야 했었을 놈들이어서 차라리 그렇게 된 게 잘 됐다는 생각도 들어. 문제는 이유미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애들까지 모두 죽였다는 것이지. 방관하고만 있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하는 건.. 그 뒤로 이유미는 정신과 상담을 몇 번 받고 이런 저런 치료를 받았어. 그 때의 기억도 잘 안 나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절대 이유미한테 그 때를 떠올리게 하지 말고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나한테 연락해. 이번에는 일을 저지르면 청소년법 같은 건 시행이 안 돼. 애초에 그 때 소년원에 보냈어야 했는데. 너무 이유미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평소대로 지내라. 요즘 우린 연쇄살인범 잡느라 바쁘거든. 이제 거의 알아냈어.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을 거야. 너도 알지? 요즘 나오는 사건. 각종 흉기와 둔기로 막.. 아무튼 잘 가라.”
그렇게 말하면서 메모지에 전화번호와 사탕을 줬다. 책상 위 명패에는 ‘김하리’라고 적혀 있었다.
“근데 왜 저한테 그런 걸 다 말해주시고 이유미를 지켜보라고 하시는 거죠? 분명히 엄청난 사항이라서 함부로 알려주면 안 될 일일 텐데..”
“네 아버지를 난 알지. 네가 김정명 사장님의 아들이잖아? 난 그 분과 잘 아는 사이야. 이 일대에서도 좀 큰 사업가시고. 그러니까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안전하겠지. 네 아버지는 큰 분이시니까 우리한테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러니까 단순히 내가 중요한 사람 아들이란 이유로 이유미를 감시하란 거죠?”
“감시하기 보다는 그냥 관찰하면서 이상이 생기면 나나 사장님한테 연락을 하라고”
납득할 수 없다. 아무리 이 경찰서의 가장 높은 사람이라 해도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을 시키다니. 큰일은 아니겠지만 난 이미 이유미의 상태가 살짝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사실 이상이라고 한다면 그 일을 말해야 하고, 편지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뭐랄까, 지금 이 사람한테는 일을 비밀로 하고 계속 이유미의 상태를 지켜보고 싶다. 오랜만에 즐거운 일이 생겼는데 뺏기면 안 된다. 아까 이 사람의 말을 들으니 더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일단 그 공사현장에 내 뒤에 있었던 사람은 감시하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유미는 아무래도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편지였다. 굳이 나한테 그런 편지를 쓸 필요가 있을까. 이유미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인 것 같지만 이유미는 확실히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일단 급하게 경찰에 말하는 것보다는 관찰을 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경찰서 밖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두 시가 넘어 있었다. 이유미의 상태를 보러 슬슬 학교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학교로 갈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방금 말을 듣고 지금이라도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던 애가 사실은 그런 애였다니. 충격은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학교를 향해서 가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뭔가 본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어디서 좀 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많이 본 건 아니고 이름도 모른다. 바로 내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던 그 놈이다. 못 본 척 지나치려 하는데 말을 걸어왔다.
“여기.. 사람.. 시..”
“뭐야? 너 내 텔레비전에서 유료 서비스 쓰지 말라고. 무료도 많이 있는데 굳이 왜”
갑자기 말이 멈췄다. 걔가 가리키는 곳 구석에 사람으로 추정되는 게 아주 형태를 못 알아볼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걔는 충격을 좀 먹은 것 같았다. 나도 사람의 시체를 보는 건 처음이었으므로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이게 그 요즘 설치고 다닌다는 놈이 한 짓인가. 난 일단 경찰을 부르고 걔를 가까운 의자에 앉혔다. 나이는 이제 열 넷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야. 뭘 놀라? 시체 처음 보냐? 게임하면서 수도 없이 보는 게 시첸데. 발견했을 때가 몇 분이었어?”
“지금 24분이니까, 아마 20분 정도였을 거야. 근데 형은 누구?”
“네가 사는 집의 집주인이잖아. 유료 서비스 쓰면 돈 많이 나간다고. 일단 여기 앉아서 좀 기다려, 경찰 올 때까지.
다행히 별 말 없이 갔다. 조금 기다리자 방금 나와 얘기한 좀 높아 보이는 여형사가 왔다.
“한 짓을 보니 그 놈이 한 짓이 맞아. 얘가 처음 목격했다고? 우리랑 얘기 좀 하자. 가까운 곳에 그놈이 있어. 이제 곧 잡을 수 있을 거야. 잘도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죽이다니. 일단 근처 감시카메라부터 살펴봐.”
밑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 좀 물러나 있었다.
“쟤들한테 시켰으니까 우린 가서 얘기 좀 하자. 너희들이 아주 중요한 증거야.”
그렇게 말하고선 나와 이정현을 데리고 차로 갔다.
“일단 네가 처음 발견했지? 근처를 봤을 때 수상하게 보이거나 짐을 든 사람이 있었어? 있었으면 어떻게 생겼었냐?”
“사람은 아무도 안 지나갔어요. 그래서 일단 보기만 했는데..”
“에이, 그걸 신고를 해야지. 보기만 했다니! 일단 너도 용의자야. 현장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김희민, 당장 이유미 불러와. 빨리.”
“이유미는 왜요? 걔가 여기랑 관련이 있나요?”
“이번에 저지른 짓이 걔가 예전에 했던 방식이랑 비슷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유미 머리카락이 나왔어. 현장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거든. 누구 머리카락인지. 이번 사건은 연쇄살인범이 한 게 아니야. 범행 자체가 달라.”
“아, 네. 일단 그럼 부르죠. 경찰 있다는 말을 안 할게요. 어디로 오라고 할까요?”
우린 현장에서 좀 떨어진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 거기로 이유미를 오라고 했다. 난 폰에 녹음 장치를 켜뒀다. 혹시 모르니까. 이유미가 왔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부르고.”
“음.. 그러니까 할 말이 있는데, 잠깐. 너 왜 사복이야? 학교 안 갔어?”
“네가 안 올까봐 나도 안 갔어. 근데 왜?”
“사실대로 말해. 이런 말하라고 시키진 않았지만 정말 방금 그 살인 네가 한 거야?”
“뭔 소리야? 갑자기 내가 왜? 방금까지 집에서 게임하고 있었어.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신호를 주자 경찰이 와서 이유미를 붙잡았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이유미와 서에 갔다. 이유미 자신은 강하게 부정했으나 증거는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분명히 이유미가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딱히 자신한테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사람을 죽이다니.

“이유미. 전에 한번 대량 학살을 한 적이 있었지? 이번엔 안 넘어간다. 먼저 현장에서 피해자 옷에 네 머리카락이 나왔다. 한 번에 못 죽여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묻은 거겠지. 만약 다른 사람이 너한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했다면 그게 누군지 말해봐라. 지금 근처 감시카메라를 조사해본 결과 얼굴은 가려서 모르겠는데 체구가 딱 너 정도였어.”
이유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제가 한 짓 아니에요. 맨 처음 발견한 애가 해놓고 모르는 척 한 겁니다. 제 머리카락이 나온 이유는.. 걔가 저를 누명씌우려고 한 거겠죠.”
“그럼 누가 누명을 씌우려고 했는지 짐작이 가냐?”
“아니요.”
일단 이유미는 강력한 용의자로서 경찰서에 있어야 했다. 이유미와의 면담이 끝나고 나가려고 하는데 그 형사가 와서 말을 걸었다.
“일단 네 동생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까 네 아버지가 너한테 연락이 안 된다면서 나한테 연락을 하셨는데 폰은 어디다 뒀니? 난 또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만.”
그러고 보니 아까 이유미와 카페에서 얘기하면서 폰을 두고 온 것 같다.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라서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긴급사항이다. 우리 호텔 하인들이 그 살인범이 저지른 것 같은 시체를 봤다고 하네. 지금 경찰 대부분 다 와있어. 너한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경찰들이 조사한 결과 시체가.. 내 아내의 딸이라는 구나. 지금 당장 이쪽으로 와라.]
갑자기 두 번의 살인이 일어났다. 거리가 먼데 비슷한 시기에 시체를 목격했다는 것은 한 명의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왜 하필 나와 관련된 사람일까. 피가 하나도 이어지지 않은 몇 주 전에 새로 생긴 두 동생. 그 둘 중 하나는 살인을 당하고 하나는 같은 시각에 다른 시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시체에는 이유미의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한다. 분명히 두 사건 다 이유미와 연관이 있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걸 잊었다. 이유미가 위험한 상황에 쳐했다고 한 그 날 저녁, 그 건물 안에 숨어있던 사람. 이유미와 같은 편이라면 그 사람이 이현지를 죽이고 이유미가 이정현이 발견한 사람을 죽인 것이다. 아직 경찰은 이 사실을 모르니까 말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그 연쇄살인범과 이유미가 손을 잡았다는 것이 된다.

“김희민. 네가 이유미한테 들은 모든 걸 말해. 그래야 진짜 범인을 잡을 수가 있어. 최근에 이유미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었지?”
“네. 사설도박을 해서 빚을 지고 돈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근데 그때 얘기했던 공사 터 건물 안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 그 쪽에 있다가 그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 챈 거죠. 이유미와 그 사람은 한 편인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그 사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짓을 봐서는 그 연쇄살인범이 한 짓이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유미는 잘도 그 이후로 사람을 죽였군.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았지만 시체는 이유미가 다녔던 중학교의 교감선생인 걸로 확인됐어. 이제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만 남았어. 만약 이유미가 연쇄살인범과 손을 잡았다면 비교적 최근인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그 형사가 말했다.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 지 안 보였다.
“저, 현장으로 좀 가도 될까요?”
시체가 있는 곳은 참혹했다. 보일러실 같은 곳인데 피가 사방으로 튀어있었고 얼굴 또한 확인하기 힘들었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
“희민아. 누가 도대체 이런 짓을 했을까.”
나와서 바람을 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왔다.
“어떤 미친놈 짓이겠죠. 운이 안 좋게 하필 현지가 걸린 것 뿐.”
“진짜 그렇게 생각해? 범인이 나라고는 생각 안 해봤냐.”
갑자기 무슨 소리지. 여기서 아버지가 범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이 와중에 농담을 하는 건가.
“농담 아니다. 진짜야. 근데 내가 일을 저지르는 과정 중에 실수를 하나 했다. 모자를 안 쓰고 저질러버려서 머리카락 하나가 떨어졌을지도 몰라. 아직 발견한 것 같진 않으니 나 좀 도와줘라.”
“농담도 적당히 하세요. 그럼 이유미랑 한편으로 그때 건물 안에 있었다고요?”
“하하. 내가 왜 그때 PC방에 있었겠냐. 이유미와 연락을 하려고 한 거다. 그 PC방은 내 호텔과도 비교적 가까우니까. 이유미와 연락을 한 다음 이유미가 그 교감을 죽이고 내가 현지를 죽인 거지. 실제로 내가 전화로 현지를 유인했다. 호텔 쪽으로 오라고. 조금 늦어졌지만. 정 못 믿겠다면 폰 내역도 보여주지. 현지 폰도 내가 갖고 있다.”
“근데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현지 인가요?”
“그동안 상당히 위험했어. 출장을 가장해서 돌아다니면서 살인을 한 게 걸릴 뻔해서 이번 일을 똑같은 놈이 저지른 일로 만들고 가족인 나는 용의자에서 빠지는 걸로 하려고 한 거다. 근데 실수를 했어. 오늘은 좀 무리였다. 이유미와 연락을 하느라고 장갑도 못 끼고 얼굴도 차마 못 가렸다. 목격자도 나올지도 몰라.”
믿을 만 했다. 예전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했던 사람이고, 몇 번 나한테 연쇄살인범 얘기를 꺼낸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가족이 아니라지만 법적으로 가족이 된 사람을 죽이다니. 그 외에도 여러 사람을 죽였다. 근데 왜 하필 이유미와 손을 잡았을까.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라. 지금 당장 내 회사 배를 타고 사람 적은 곳이라도 가야겠다. 실종됐다고 하면 그만이고.”
“언제부터죠?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하. 무려 한 달 전부터다. 이제 거의 사장이 아니라 회장이 됐고, 좀 높은 자리에 앉았는데 아무리 부하들한테 소리를 지르고 부하들을 패도 재미가 없더라고. 난 돈이 많으니까 위험한 짓을 해도 바로 안 들킬 거 아냐? 그리고 높은 직급의 형사와도 친하고. 근데 착각이었어. 특히 오늘 한 살인은 내가 몸도 안 좋아져서 그런지 힘도 더 들더라.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말이야. 내가 너한테 아버지로서의 일은 다 했다고 본다. 공부할 돈 줬지, 먹고 살게 해줬지. 이유미는 불과 일주일 전에 내가 범인이란 걸 알아냈어. 한때 살인을 저지른 애라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더라고. 그래서 내가 특별히 같이 일을 하자고 했지. 입막음을 해야 했어. 이유미도 내일이나 다음 주에 죽여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관리에 소홀했어. 그러니까 이때까지 키워준 은혜를 알아라. 두 가지 선택이 있어. 경찰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기. 근데 이걸로는 좀 모자라지. 내가 대 흉악범으로 모든 나라에 알려지면 도망을 쳐도 결국 잡힐 수도 있으니까.”
“제일 정확한 방법은 네가 지금 당장 현장으로 가서 시체를 더 훼손하는 거야. 염산으로. 창고에 가면 염산이 있다. 워낙 독한 거라서 대야 하나면 시체의 대부분은 사라질 거야. 할 거면 오 분 안에 해라.”
난 선택해야 했다. 사는데 힘을 실어준 아버지를 그대로 경찰에 넘길 것인지, 그대로 감싸고 내가 벌을 받을 것인지. 중요한 시체를 훼손하면 벌금으로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내가 진짜 아버지도 아니고 이미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사람을 보호해야 하나. 난 이제 내 인생이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계속 놔두면 계속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언젠가는 잡히겠지. 그럼 염산으로 훼손하는 짓 따윈 애초에 생각조차 하면 안 된다.

나는 아버지를 놔두고 경찰이 있는 쪽으로 냅다 뛰었다. 그 형사는 나한테 아주 고마워하며 내가 들고 있던 결정적인 증거물을 가져갔다. 난 이유미와 대화할 때 켰던 녹음 장치를 그때까지 켜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두 달 동안 흔들었던 연쇄살인범 사건은 끝났다. 동생은 그 일이 있었다는 걸 듣고 입국했다. 이유미와 아버지는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오늘도 아주 힘들게 일어났다. 중요한 약속이 아홉 시에 있었는데 여덟시 반에 일어났다. 세수도 대충 하고 옷을 챙겨 입고 밖에 나가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엄청나게 떠들었다. 흉악범이 정신 이상으로 징역을 얼마 안 받는다는 뉴스에 화가 났는지 중얼거렸다.
마침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5분이나 늦었지만 상관없었다. 마침 저기서 김하리씨가 왔다. 이제 이쪽 경찰서에서는 전설적인 사람이었다.
“이희민. 오랜만이네. 들었지? 네 아버지랑 이유미가 정신이상으로 징역은 적게 받고 나머지는 정신병원에서 수감한다더라. 시험 합격 축하한다. 이제 너도 여기서 일할 수 있겠네.”
“네? 아직 면접 결과 안 나왔는데.”“넌 그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잖아. 면접상대도 난데 당연히 합격이지. 난 바쁘니까 이만 가 봐. 내일부터 견습생으로 나오고.”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위에 있는 사탕을 줬다.

예전에 올린거를 완결했는데 그냥 앞에거부터 다시 올립니다. 다시 수정한 것도 있습니다. 소설 후반에 급진행합니다. 저도 압니다.ㅋㅋ 합평작 달라고 그러셔서 그냥 빨리 써버렸습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천천히 다시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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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은 참 이상한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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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잘 못씁니다. 여기 계시는 분도 다 자기가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최근에 수필에 제 생활의 기쁨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회원 몇분이 오셔서 싸우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마 선생님도 아셨겠지요. 그분들은 저와 아예 상관없이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먼저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여길 글을 올린 제가 사과드립니다.

제가 제 생활글을 올렸는데.. 내가 좋아한다는걸 뭔가 말하고 싶어서 올렸는데 왜 평소에 못 싸워서 안달인 분들이 와서 서로 싸우고 난리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여길 글은 아예 올리면 안 되는, 무조건 서로 눈치보며 글 올리고 댓글달아야 되는 글틴에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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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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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틴에 새로 가입한 회원입니다.

저는 경기도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니시오 이신, 베르나르베르베르 등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주로 소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앞으로 글틴에 이것저것 활동을 많이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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