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홍
BLACK, 그리고 Screen. [1]

나도 맘껏 남을 씹어 뜯어먹고, 그게 좋은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희는 역겨워, 나도 그래 원래 누군가를 씹어먹어, 난 먹기 싫어도 그 뜻에 또다른 누군가가 먹혀올라 남을 씹어먹는 행위에 나 자신이 뜯어먹히지 않는다면 좋을텐데 분명 내 손가락이 아닌데도 내가 아파오는게 기분 나빠 찝질한게 기분 나빠. 손톱을 씹는 맛이 기분 나빠 난 아직도 사람인가봐 이렇게 잔을 잔뜩 준비해두고 있어 따뜻한 물 한 잔과 커피를 준비해주면 좋으련만. 너희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있는거야. 난 너희가 검게 보이고 있어 그래서 난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 뭘 출력하든 너희는 같은 값을 입력해주고있어 고장난 키보드라도 맘껏 부수자. 키보드로 출력하는[…]

BLACK, 그리고 Screen.
/ 2020-09-07
자유홍
무제. 캣볼 [1]

만신창이인 몸을 내던지고 숨을 막는 밤이 지나가면 창문을 열고 뜨겁고도 차가운 여름을 맞는다 몸무림치던 숨을 버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숨을 막는 밤이 지나가면 또다시 밤이 오지 않을거란 보장은 있지 않았다 힘든건 다시 겪지 않고싶기에, 베어진 상처는 손가락에 닿으면 곪아 고름을 토한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난 나의 것을 사랑하고 싶어, 나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 내 모든 것이라도 사랑하고싶어 내가 항상 몸을 눕히던 침대와 낮은 의자를 사랑하고 딸깍거리는 키보드와 그 위의 먼지를 사랑할테야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한 모든 것은 결국 토함이라고 새벽 5시의 낮은 언제올지 모른다 난 요즘 항상[…]

무제. 캣볼
/ 2020-08-11
자유홍
기계 인간. Vor2 [1]

난 침대로 내던져진다. 스프링은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진동시키고 곧이어 폭신한 곰 인형이 손에 잡힌다 잡아 뜯어. 솜털 내장을 그녀에게 뿌리며 마녀는 사라져. 그럼 모든 게 괜찮아 질 테니 아니. 사실 괜찮아질 것도 없어 사실 마녀는 거짓말인걸 난 그녀가 만든 달콤한 약을 삼킨다 스프링 없는 목각 침대는 그 자체로 삐걱거리며 나사는 헐거워져 나무판자를 지탱하지 아니한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려. 나의 달링 살깣은 긁혀 내려가고 모든 스프링은 내 혈관을 채운다 찢어진 피부는 고무 조각으로 수복시켜. 다시 널 안을 수 있게 내 안은 스프링 지옥이다. 누군가를 누르기 위해, 혹은 던져지기[…]

기계 인간. Vor2
/ 2020-05-19
자유홍
기계 인간 [1]

난 침대로 내던져진다. 스프링은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진동시키고 곧 이어 폭신한 곰인형이 손에 잡힌다 잡아 뜯어. 내장을 그녀에게 뿌리며 마녀는 사라져. 그럼 모든게 괜찮아 질테니 아니. 사실 괜찮아 질 것도 없어 마녀는 거짓말인걸 스프링 없는 목각 침대는 그 자체로 삐걱거리며 나사는 헐거워져 나무 판자를 지탱하지 아니한다 무너져 내려. 나의 달링 살깣은 긁혀 내려가고 모든 스프링은 내 혈관을 채운다 찢어진 피부는 고무 조각으로 수복시켜. 다시 널 안을 수 있게 내 안은 스프링 지옥이다. 누군가를 누르기 위해, 혹은 던져지기 위해서 나는 조각이다. 침대를 이루던 나무 판자이거나 돌을 깍아낸 조각. 조각난[…]

기계 인간
/ 2020-05-15
자유홍
낫에게 묻는 나에게 [1]

아무리 낫을 놓아도 기억나지 않는 너에 대해 시를 쓴다. 넌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라고 시작할테니까 양해는 따로 구하지 않는다. 행복했다면 왜 행복했는지 뭘 하고 싶었는가. 그리고 뭘 위해 살았던건지 네 가족은 누구였고 넌 누구인지 행복한 삶은 뭐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데 이상할지도 …그때는 왜 행복했더라 기억나지 않는 너에 대해 시를 쓴다. 지금 이제서야 돌아봤으니까 행복한 집. 하얀 우물. 곱씹을 수 있는 얼음 덩어리 난 누구에 대해 시를 쓰는가 고장났지만 발톱자국이 넘쳐나는 밥그릇과 작고 얼룩진 강아지 한 마리와 방 안의 싸늘한 침대와. 방 밖의 수증기 책장에 담겨있던 과학과 음악이 쓰인 종이 뭉치에 대해[…]

낫에게 묻는 나에게
/ 2020-05-11
자유홍
세미의 보석.Re2 (재퇴고) [3]

갈등에 묻은 꿀을 개걸스럽게 햝아먹어 옥상에서 너와 네 몸을 뒤섞으면 서로에게서 나무껍질이 자라나기 시작할 거야 세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거대한 나무가 된 천국은 달콤함보단 추상적인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고 뻗어진 가지는 항상 잘려나가지만 잘려나간 가지를 양분 삼아 또 한 번 결국은 모두 뒤틀려있을 뿐인데도 다시 뻗어 가 부러진 가지 무덤이 쌓이고 쌓여 달콤한 열매가 될 수 있었던 그 나무들처럼 서로 얽히며 자라난 나무는 꿀보다는 갈라진 고름을 먼저 흘려 뭐든 흘려줘 그래야 내가 그걸 햝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되도록 뭐든 달콤하게 만들어줘 당뇨에 걸려버린 것처럼 아파지고 싶으니까 링거 줄기처럼 엮여있으면[…]

세미의 보석.Re2 (재퇴고)
/ 2020-02-20
자유홍
두통 [3]

마카롱. 마카롱의 크림을 내 뇌로 만들어 버터 덩어리. 아침의 토스트를 내게 만들어줘 배고픔은 고통의 영역을 침범해 날카로움은 살점 사이의 딸기 맛 마카롱을 만들고 당분이 부여된 설탕물은 다시 흘러서 달콤한 입으로 흘러나오고 닥쳐, 내 입으로 흘러나온다 두통은 마카롱. 설탕과 뇌수 머랭으로 만드는 군것질거리 독이 든 티파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어 마신 너의 혈관엔 설탕물이 흐른다 그러니 부서질 거야. 달고나 마냥 두통으로 부서진다는 건 끈적한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캬라멜 마카롱 날카로움의 짐승이 조각된 머랭 쿠키 뭔가를 씹어먹을 설탕 공예는 이빨로 씹지 않고서는 녹아내리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억에 한해서 …밀가루… 하얀 가루는 슈가파우더 이외엔[…]

두통
/ 2020-02-11
자유홍
108번째 촛불 화상 [1]

너는 항상 꿈속에 서서 달콤한 생일 케이크의 크림을 찍어 내 입가에 발라주곤 웃어줘, 그리고 생일 축하해 몇 번일지 모르는 생일을 축하하며 오늘은 절대 잠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잠든 것 같지만 잠들지 않았을 너에게 오늘은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며 말을 건네려다 이내 그만두고 입가에 발린 크림을 햝아먹다보니 피부의 짭짤함같은 감정들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서 그저 웃어줄게, 생일 축하니까 오늘은 꼭 108번째 생일처럼 절대로 잠들지 않겠다던 다짐을 하던 너를 내 손으로 감기고 다시 한 번 웃어줘 생일 축하했어, 나의 아니마*       *Anima, 라틴어로 영혼을 뜻하는 단어 심리학적으로 사랑하는 남성을 지켜주고 성장시키는 이상적인[…]

108번째 촛불 화상
/ 2020-01-09
자유홍
우리만으로 벅차, 더는 이해가 필요 없을 것 같아 [1]

당신이 그랬잖아요 선생님, 좋은 부모.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어찌 됐든 제가 들었으니 상관없어요 좋은 사람이 되려면 남의 처지에서 생각하라고 말한 게 기억나는데 제가 남은 될 수 없으니 정중히 거절할게요 만약 실수라도 하면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하나요 지금 당신조차 저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저도 당신을 이해하길 거부할게요 서로 이해하지 마요. 우리 그게 정답인 거에요 어중간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다 상처를 벌리고 틀어지는 것보단 겉만 햝짝거리다 사라질 혓바닥 같은 사람이 되어볼게요 정확히 말하자면 나보다 잘났잖아 앞으로 살아갈 인맥도, 능력도 차고 넘치는 너잖아 너는 항상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말을 건넸고 나는 미안, 그쪽으로 넘어가려다[…]

우리만으로 벅차, 더는 이해가 필요 없을 것 같아
/ 2019-12-25
자유홍
같이 가자 [1]

같이 가자 오늘은 버스를 타기엔 머리가 너무 아파 감기가 옮아버렸어 같이 다니는 친구에게 어디까지 갈 건데. 집 앞까지 가자 그곳에 약국이 있거든. 가던 길에 약을 사야겠어 그래 종합 감기약 말이야 먹어봤자 하루는 아플 테고 하루가 아프다면 나머지는 괜찮을 테지만 그래도 사서 먹는 감기약 말이야 귤은 챙겨 먹어야겠어 비타민 C가 면역력에 좋대. 오늘 문뜩 생각난 질문은 감기약엔 비타민 C가 들었을까 하는 단순한 질문 주문 좀 해줘 나 지금 너무 아파. 뭘 주문하는데. 종합 감기약, 좋다면 비타민도 같이 사줘. 콘돔은 어때 어쩌피 내가 사는거 아니잖아. 아 지랄노; . 아프지 않은 게 감기약[…]

같이 가자
/ 201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