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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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이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노력하고 그 노력은 다른 이의 일상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리고 파괴된 일상을 되돌리면서 다른 이들의 일상이 파괴 되기도 한다.  3년 전에 이사 온 우리 집은 살기에 참 괜찮다. 황혼의 빛이 환하게 들어와 내 방을 황금 빛으로 가득 채우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계절 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나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의 경치이다. 사람 살기에 부족한 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집도 아니었다. 많은 불편한 점이 있다. 아니 있었다. 내 많은 또래들이 그렇듯이 나도 월세를 내면서 이 집에 산다. 이곳에 오기 전 살던 집도 당연 월세 집 이었다. 화장실도 넓고 통풍도, 방음도 잘 되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친절한 건물 아저씨였다. 내 첫 월세 집 이었기에 난 다른 월세 집들도 최소한 이 정도는 되지 않을 까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해가 질 때 은밀히 내 방으로 들어오는 빛을 참 좋아한다. 완벽한 집이였지만 전에 살던 집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햇빛이 필요 했던 나는 도망치듯이 그 집을 나왔다. 햇빛만 잘 들어오면 된다는 내 소박한 조건을 가진 집은 부동산에 딱 하나 있었는데, 그 집의 화장실은 내가 원래 살던 집의 3/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이 정도 크기의 화장실에서 샤워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난 빛이 절실했기에 그 집에 급하게 들어갔다. 그 집에 입주 했을 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었나 보일러가 고장 났었나 해서 화장실을 이틀 동안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목욕탕을 이용했다. 내가 급작스럽게 들어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집주인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화장실 사용 못하는 것은 임시적인 것이 여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그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침에 눈 뜰 때였다. 나를 잠에서 깨운 것 햇빛도 아니고 알람 소리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아델의 hello였다.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 계속 아침마다 아델의 hello가 나를 깨웠다. 불쾌하게 일어나는 아침이 짜증났다. 당장이라도 그 노래 튼 곳에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주변 건물에 반사되어 들리는 노래 소리의 출처를 내 귀로는 알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그날 아침도 그 거지 같은 노래 소리에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일어났다. 주말인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 건물 여 주인이 하는 1층 카페에 갔다. 아침에는 카페이고 밤에는 술집인 특이한 가게다. 짜증 가득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여 주인이 말을 걸었다.

 

“아니, 총각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난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했다. 아침마다 들리는 아델의 hello에 대해서 건물 주인도 공감한다는 듯이 내 말에 호응 해줬다.

 

“그치? 시끄럽지?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 노래 트는 집이 내 친구네 가게거든. 한마디 해야겠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아니 시끄러우면 당연히 말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난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올라가 잤다. 그 후로 아델의 hello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상쾌하게 아침을 맞을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슬슬 집에 적응해서 집이 내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니까. 새로운 문제가 또 생겼다. 내 방에 들어오는 네온 사인과 개새끼 짖는 소리였다. 중학교 때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기 옆집 개새끼 짖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고, 그 때는 니가 예민해서 그래. 귀마개라도 하고 자. 라는 헛소리 지껄이면서 장난스럽게 생각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았다. 다행히 개새끼는 그렇게 자주 짖지는 않았다. 문제는 헬스장의 네온사인이었다. 네온사인을 저렇게 트는데. 전기세가 감당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틀었다. 하루 종일 틀고 쉬는 날에도 헬스 장 네온사인은 항상 번쩍이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 들어오는 몇 번씩 반짝이는 알록달록한 불빛은 내 방을 주점 앞 골목처럼 만들었다. 창문을 닫으면 더 심해졌다. 불투명한 유리에 빛이 산란 되어 내 방을 더 정신없이 만들었다. 난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헬스장에 가서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점점 피곤이 쌓여가는 날이 계속 되던 도중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

 

잘 지내긴 무슨. 나는 바로 내 이야기했다. 방에 네온 사인 빛이 들어와 잘 수가 없다고 가스총으로 네온 사인 간판을 부수고 싶다고 말하니까. 친구가 재밌는 의견이라고 크게 웃었다. 그 친구는 내게 수면 용 안대를 추천해줬다. 내 멍청한 머리와 친구의 훌륭한 의견에 감탄하면서 곧 바로 다이소에 가서 안대를 사서 끼우고 잤다. 빛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아침에도 상쾌하게 일어나고 잘 때도 개새끼들이 가끔 짖기는 하지만 잠을 잘 수 있었다. 이제 좀 살만 해 지나 했더니. 전등이 문제였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등이 고장 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고장 났다. 계속 깜빡거리는 것이 안전기가 나간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전등을 새로 바꾸어 끼워 봤지만 그런 내 수고를 비웃듯이 전등은 계속 깜빡였다. 주인 아줌마에게 연락했더니. 고쳐 준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뭐 고쳐준 대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지냈는데 삼 일이 지나서야 다시 건물주 아줌마가 전화했다. 이번에 새로 led등으로 교체할 예정이니까. 교체 하고 싶으면 7 만원을 내라는 전화였다. 어차피 몇 년은 여기서 더 살 예정이니까. 별 생각 없이 그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led등으로 거실, 방, 화장실, 부엌 다 교체했다. 거실이 조금 어두워 진 것 같지만 사용할 만 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 이야기를 하니까 엄마는 놀라면서 그걸 니가 왜 내냐고 혼내듯이 물었다. 어차피 내가 쓸 거잖아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친구들과 연락할 때도 이 이야기를 했다. 그걸 니가 왜 내냐. 호구 새끼야. 반응은 항상 같았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웃어 넘겼는데, 점점 듣다 보니까 진짜 호구가 된 거 같았다. 건물주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보일러가 고장나 버렸다. 내가 보일러를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험하게 쓰는 것도 아니 여서 당연히 집주인이 고쳐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전화 했다. 돌아온 대답은

 

“그걸 내가 왜 고쳐야 돼?”였다. 보일러는 고장 난 채로 쓰기로 했다. 후에 변기의 물탱크가 깨진 적이 있다. 물이 화장실로 뚝뚝 떨어져, 물탱크가 물이 채워지지 않아서 변기를 사용 할 수 없었다. 집주인에게 전화했을 때 올 대답을 알고 있기에 나는 가장 싼 변기로 교체했다.

 

개새끼들이 짖는 날이 점점 많아 졌다. 내가 잠 못 드는 날도 점점 늘었다. 심지어 개새끼는 새벽에 거의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때도 짖었다. 그 개소리에 자는 도중에 일어나면 멈추지 않는 소리에 난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점점 밤을 세는 날이 많아 졌고 내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날 밤도 개는 어김없이 계속 짖고 있었다. 개 짖는 것도 짜증났지만 저 개소리에 침묵을 지키는 이 근처 건물에 사는 사람들도 짜증났다. 결국 참다 참다가 나는 소리쳤다. “개새끼야 입 좀 다물어. 잠 좀 자자.” 그 날 뒤로 나는 개새끼가 짖어도 소리 지르지 않았다. 내가 소리 지르니 개새끼는 더 크게 짖었다. 저 개새끼는 마치 악단의 연주자처럼 내 목소리를 지휘 삼아서 더 크게 짖었다. 그 날도 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에 들었다. 그 개새끼 주인한테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그 개새끼 주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도 누군지 모른다. 헬스 장 옆에 창고에 묶인 개들 이였는데, 사료도 있고 매일 개 밥통이 채워지는 걸 보니 주인은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날 후로 개새끼가 짖는 날은 줄어들었다. 가끔 짖을 때 보면 술에 취한 취객과 시비가 붙어 싸울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 개가 불쌍해 보였다. 그렇게 1~2년이 지난 지금 그 개새끼들이 그 앞에 헥헥 대면서 힘들게 누워 있는 꼴을 보니. 동정심도 들었다.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나를 괴롭힌 건 또 개새끼였다. 이번엔 집 앞 창고에 묶인 개가 아니었다. 무더운 날이 계속 되는 이번 여름 나는 갈증에 잠에서 깼다. 시원하게 물 한잔을 마시고 화장실도 들렸다가 침대에 누웠는데. 그 때 개소리가 들렸다. 마치 철 재질로 도미노를 만들어 쓰러뜨리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캉 캉 소리가 들렸다. 방충망까지 열어 살펴봐도 창고에 묶인 개 말고 다른 개는 보이지 않았다. 전에 들리던 아델의 hello처럼 이번 소리도 건물에 부딪히고 부딪히면서 그 소리의 출처를 귀 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난 서둘러 옷을 입고 밖에 나섰다. 개새끼 소리가 멈추지 말기를 기도하면서 집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난 그 개새끼를 찾았다. 지어 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개인 주택에 커다란 개가 묶여서 짖고 있었다. 난 바로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쾅쾅. 쾅쾅. 저기요!”

 

“쾅쾅. 쾅쾅. 아무도 없어요!”

 

“쾅쾅. 쾅쾅. 문 좀 열어봐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근처 집들의 문이 하나, 둘 켜졌다. 그리고 잠옷을 입고 무테안경을 낀 중년의 남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저씨. 저 개새끼 짖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거든요? 좀 조용히 좀 시켜주세요.”

 

“아니 그거 때문에 새벽 2시에 찾아온 거예요? 우리 개는 안 짖어요. 봐요. 잠만 잘 자고 있잖아요.”

 

진짜 그 개새끼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쿨쿨 자고 있다. 난 너무 화나 소리 질렸다.

 

“아니. 시발 내가 들었다니까?”

 

“아니. 학생. 우리 개는 안 짖는 다니까! 그리고 지금 욕한 거야!”

 

그 남성은 되려 화를 냈다.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경찰에 신고 했다. 난 내가 여기 왜 왔고 왜 경찰을 불렸는지 설명했다. 경찰은 귀찮다는 듯이 내게 몇 가지 물어봤다.

 

“그러니까. 지금 저기 자고 있는 개가 짖어서 시끄럽다고요? 지금은 자는데요?”

 

“아까까지는 분명 짖었어요.”

 

“선생님 댁은 어딘데요.”

 

“저기 침산리 하우스 빌이요.”

 

이 말을 하니까 경찰은 어이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여기는 서창리 인데요? 아니 무슨 침산리에서 여기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요 거기서 아무리 빨리 걸어도 10분이나 걸리는데. 그리고 증거가 없잖아요. 증거가. 증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줘요. 개도 자고 있고 아무래도 선생님이 조금 예민하신 거 같은데요.”

 

“제가 예민하다고요? 아니 제가 똑똑히 들었다니까요.”

 

“아니. 증거가 없잖아요. 지금 보니까 개는 잠만 자고 있구만.”

 

“봐봐. 총각이 예민한 거라니까.”

 

중년의 남성은 경찰 말에 동의하면서 그의 말에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길어지는 말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아서 난 경찰관이 말하는 도중 난 집으로 버렸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분하고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밤을 세우다가 해가 뜰 때 쯤에 잠들었다. 일어나니 4시였다. 편의점으로 가서 카카오 72% 한통을 샀다. 일단 집 앞에 개새끼들한테 갔다. 한 알 던져주니 게걸스럽게 처먹었다. 그 2마리한테 각각 몇 알 먹이고 그 서창리 집으로 갔다. 마침 그 개새끼는 개 밥통에 머리를 처박고 사료를 먹고 있었다. 난 그 통에 다가 초콜릿 한 주먹 쥐고 개 밥통에 던져 놓고 집에 갔다. 그 뒤로 개소리에 잠을 설치는 일은 사라졌다. 그리고 난 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아마도 이 집에 들어 올 사람은 나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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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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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벌써 졸업인 게 말이 되냐?”

오리백숙의 육수보다 술을 더 많이 들이 킨 민혁이는 발음을 미끄러트리며 말했다.

“이제. 뭐하면서 사냐.”

평소 장난 끼 많은 그였지만 지금은 사뭇 진지했다.

“ 걱정하지 마. 수많은 빌딩에 니 몸 하나 못 붙이겠냐.”

성철이는 민혁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얌마 너는 제대로 된 직장이 있으니까. 그렇게 속 편하게 말하지. ”

성철이는 작년에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처음엔 명문대를 나와 중소기업에 들어간다는 소리에 모두 걱정스럽게 쳐다봤지만 지금은 우리 동기 중에 제일 잘살고 있다.

성철이는 무안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술을 마셨다.

“넌 어쩔 거냐. 영화감독은 진짜 관둘꺼냐?”

민혁이는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난 순간 울컥했지만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나이 30먹고 부모님 등골 빼 먹고 있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엄마까지 그렇게 됐으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내 십대, 이십대 모두 바쳐 왔던 이 일을 허무하게 놔버린다는 것이 억울했다. 심지어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축 쳐진 술자리가 계속 됬다. 계속 재잘 되던 민혁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갈까?”

“아니. 무슨 산 속에서 술을 이렇게 먹냐. 너도 대리 불러줄까?”

성철이가 내게 물었다.

“아니. 나 별로 안취혔어. 걍 내가 운전해 갈께.”

“야. 그렇게 먹어 놓고 뭘 안취해.”

성철이는 계속 나를 불렀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 취기가 올라왔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음식점은 산에 있고 한밤중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취기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섬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몰려와 속이 답답했다. 이대로 집에 들어 가긴 아쉬웠다. 난 속도를 내서 산으로 올라갔다. 악셀을 밞으며 나선형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흥분감에 취기도 밀린 듯 했다. 평소보다 도로가 길게 느껴졌지만 고조된 흥분감 때문인지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장은 가슴을 부수고 나올 정도로 박동 질을 했고 땀은 시야를 가렸다. 그럼에도 나는 차를 멈출 수 없었다. 귀신에 홀린 듯이 무엇인가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핸들을 놓고 악셀만 밣고 있어도 알 수 없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은 기분 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어느 지점에서 차를 멈출 수 있었다. 순간 모든 긴장감이 풀렸고 나는 기절하듯이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어느 도시의 거리 였다. 분명 다른 도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왠지 모를 나쁘지 않은 괴리감이 느껴졌다. 도로에는 아스팔트 대신 보도블럭이 깔려 있었고 내 앞에는 커다란 분수가 있었다. 둥근 분수를 중심으로 네갈래로 길이 나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탈뿐, 자동차는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내 차에 관심 없이 자기들 갈 길만 가고 있었다. 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거리를 걸었다. 아무리 봐도 건물들은 전혀 다를 게 없었지만 괴리감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마치 평면의 세계 속에 나 혼자 입체인 기분 이였다. 술도 깰 겸.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한 뒤에 난 테이블에 앉아서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데, 푸근해 보이는 노인이 내 앞에 앉았다.

“자네 여기 도시는 처음이지?”

“네?”

“행색을 보니 여기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아, 야밤에 운전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여기 도시 이름이 뭡니까?”

그는 내 질문에 숨이 넘어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이 도시에는 이름 따윈 필요 없네. 이름은 비슷한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이 도시는 이 우주에 유일해. 이름 따윈 필요 없지.”

턱을 어루만지며 당연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 노인이 치매라도 걸렸나 싶었다. 역이기 싫어 대충 대답하고 가게를 나설려고 했다.

“아. 예.”

“자네 내말을 못 믿는 눈치구만. 허허. 내 말 안 들으면 이 도시를 벗어나기 힘들 텐데.”

그의 말이 무례하게 들렸다. 마침 타이밍 좋게 진동벨이 울렸고 난 아메리카노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허. 급한 친구구만. 난 여기서 기다릴 때니 다시 오라고.”

난 급하게 차에 탔다. 사실 낯선 이 도시에 몇일 있고 싶었지만 그가 한 말이 찝찝하게 들려서 이 도시를 나가고 싶어졌다. 나는 분수의 반대쪽으로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위는 온통 커다란 나무들에 새소리뿐 이였다. 아니 내가 이런 곳을 넘어서 여기까지 왔나? 아니 애초에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나 하고 의문이 들 때쯤 나는 다시 분수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 이 상황이 무서워졌다.

난 다시 달렸다. 다시 분수 앞 이였다.

다시 달렸다. 분수 앞 이였다.

다시 달렸다. 분수 앞 이였다.

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카페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는 풍채 좋은 모습으로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난 그의 앞에 앉았다.

“영감님 여긴 어딥니까? 어떻게 벗어납니까?”

숙취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질문은 하나씩 하게. 일단 여긴 이름 없는 도시라고 했고…”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러니까. 여기는 자네가 살던 세계와 많이 달라. 자네가 살던 세계의 사람들은 이 세계를 모르고 이 세계에 사람들은 자네가 살던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지. 한마디로 자네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 같은 상황이라는 거지.”

“그러면 영감님은요. 영감님도 여기 사람이 아닌가요?”

“태어나긴 여기서 태어났지. 젊은 시절에 분수에 빠진 적이 있어. 자네도 봤지? 시내 한 가운데 있던 커다란 분수 말이야. 거기에 어떻게 빠졌는지는 지금 와선 기억나지 않지만. 눈 떳을 땐 어디 해변 모래사장 이었네. 다시 이 곳에 오려고. 혹시나 해서 바닷가 깊숙이 들어갔다가 일어나보니 병원이더군. 하하.

“아니. 그럼 저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겁니까?”

그의 말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까봐. 깜짝 놀랐다.

“허허. 자네 성격이 급한가보군. 돌아갈 수 없다면 내가 여기 있을 리 없지 않는가?”

충격적인 말이지만 곰돌이 푸처럼 커피 잔을 두 손으로 잡고 배시시 웃는 그의 포근한 모습에 진정할 수 있었다.

“병원은 많이 난감해했을 거야. 내 이름으로 조회되는 기록이 없으니 말이야. 잘 알지도 못했던 나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밤에 몰래 도망갔어. 나는 자네가 있던 세계에서 영화보다 더 현실성 없는 일들을 겪었네. 새우 잡이 배를 타기고 하고 경찰들이랑 추격전도 벌여봤지. 다행히 그 뒤에 일이 잘 풀려서 나름 이름 있는 회사의 이사가 되기도 하고 좋은 여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고 살았네. 이거 이야기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립구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생활 이였네요. 가정도 있고 직업도 있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좋았던 삶이였지.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야.”

“그 일이요?”

“같이 사업을 시작했던 친구 놈이 사기를 친 거야. 결국 회사에서는 쫓겨나고 가족들한테는 말하지도 못했지.”

“그렇게 우울감에 빠져 있다가 산에 간적이 있어.”

“산이요?”

“그래. 장인어른 산소에 가던 길이였지. 아내와 아들은 먼저 보내고 난 제초기를 챙겨 뒤 따라 가고 있었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걸어도 나무밖에 안 보이는 거야 그렇게 걷고 걷다 보니 여기 도착해있더군.”

그는 쓸쓸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돌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되었지만 표정으로 내보일 수 없었다.

“그러면 어르신 오늘 하루 어르신 댁에서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그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미소 지으면서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할 것 같은 인상 이였지만 그는 정색하며 단호히 말했다.

“안되네. 여기 사람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남의 집에서 하룻밤 지내는 건 예의가 아니네. 것보다 자네 좋은 타이밍에 왔 구만. 내일이 별 축제날이니 말이야.”

“별 축제요?”

“그래. 너무 우울해있지 말게. 여긴 재밌는 게 많으니까. 즐기다 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좋은 여행하게.”

그는 챙이 짧은 밀짚모자를 챙기며 가게를 나갔다.

나는 가게에 남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돌리며 생각했지만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그의 말처럼 “좀 즐겨야겠다.” 싶어서 거리로 나갔다. 하얀 대리석 건물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 도시 중앙에 놓인 분수는 서구적인 느낌을 자아냈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본채에 붉은 기와 혹은 청색 기와가 올려져 있는 건물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 건물은 이 도시에 동양적인 느낌을 불어 넣고 있었다. 중복이 가까워지던 날이었지만 이 곳은 전혀 덥지 않았다. 봄 같은 날씨였다. 흘러가는 구름과 높은 하늘은 가을 같은 하늘 이였다. 점심 조금 지난 지금 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는 서양 음식을 팔 것 같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가게 메뉴들을 보자마자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왔다. 레스토랑같이 생긴 가게의 메뉴는 짜장면, 짬뽕 같은 중국집 메뉴였다. 이런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언제 이런 음식들을 먹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짬뽕과 탕수육을 시켰다. 기다리면서 가게를 천천히 살피는데. 다양하고 재밌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많았다. 그 중 내 시선을 끈 것은 조개 모양의 장식품 이였다. 내 고향은 대천에 가까이 있는 섬이다. 그래서 어릴 때 주말마다 가족끼리 갯벌로 놀러나가 조개를 캐거나 쫄쟁이를 잡았다. 난 쫄쟁이가 집게로 내 손을 물까봐무서워서 잡지 못했고 조개만 엄청 캣다. 한 손에는 엄마 손을, 다른 손엔 아빠 손을 잡고 갯벌로 가는 건 항상 즐거웠다.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갯벌에 나가는 일은 줄어들었다. 부모님은 일하러 가서 늦게 들어왔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줄어 들고 영화에 빠져 있던 시간은 늘어놨다. 중학교를 대천에서 다니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항상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취방에는 여전히 조개껍질이 있다.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짬뽕과 탕수육이 나왔다. 탕수육은 우리가 중국집에서 먹던 것과는 달랐다. 메뉴엔 탕수육이라고 적혀 있었지. 생긴 건 그냥 꿔바로우였다. 소스는 위에 뿌려 저서 나왔다. 소스가 뿌려 저서 나오니. 눅눅할까봐 걱정되었다. 탕수육 하나를 집어 먹었다. 다행이다. 괜한 걱정이었다. 탕수육은 바삭했다. 과자처럼 바스러지는 바삭함과는 달랐다. 찹쌀을 넣어서 튀겼나, 쫄깃쫄깃하게 바삭했다. 짬뽕은 그냥 짬뽕처럼 생겼지만 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서 고소한 향기 올라왔다. 국물은 진하고 매웠지만 계속 끌렸다. 화장지가 없으면 먹을 수 없을 만큼 땀이 났다. 안에 오징어, 돼지고기, 새우, 홍합 등 가격에 비해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면은 쫄깃하고 불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몸 안에 불 맛이 가득 퍼졌다. 내가 먹었던 중국집요리 중에 최고였다. 다 먹고 나니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 탕수육을 하나 더 시켜먹었다. 그제야 만족할 수 있었다.

배도 부르고 숙취도 사라지고 몸이 편해지니까. 악취가 올라 왔다.내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술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냄새는 좋은 냄새는 아니였다. 숨을 쉴때 마다 올라오는 고약한 냄새에 참을 수 없었다. 난 옷가게로 갔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신가요?”

가게 직원이 사근사근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평소 였으면 알아서 본다고 돌려보냈겠지만 이 곳 취향이 궁금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직원은 팔짱을 끼고 심각하게 표정으로 나를 관찰했다.

이게 가장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10분을 고민한 직원의 추천 이였다. 그녀는 노란색 티와 청바지를 추천했다. 옷에 대한 생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그녀가 추천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산을 하는데. 그녀의 손목에 팔찌가 내 이목을 끌었다.

“어. 팔찌 예쁘네요. 어디서 사신 거예요?”

“아. 이거요?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그녀는 뿌듯하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돈 받고 팔아도 되겠는데요?”

“돈 받고 팔면 일이 되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일로 만들고 싶진 않아요.”

그녀는 끝까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거리를 둘러 보는냐.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불러서 졸리기 시작했다. 차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었다.

“엄청 예쁘다.”

“엄마 저것 무슨 별이야.”

“별 엄청 많다.”

소란스러운 사람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인적이 없고 여유 넘치던 거리는 어느새 사람들로 꽉꽉 차. 생기가 넘쳤다. 그 많던 사람들이 도대체 아까는 어딨었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밖으로 나가니.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박혀 있었다. 하늘은 해가 떠있을 때 처럼 밝았고 달조차도 그 별들 때문에 어두워 보였다. 뺨을 한번 때리고서야.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빛에 매료되어 하늘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이 광경을 어딘가에 남겨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로 들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려는데. 핸드폰이 눈에 띄었다. 스크래치 난 가죽으로 앞면이 덮여있는 폴더폰은 왠지 쓸쓸하게 보였다. 조수석 앞에 서서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손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거기는 아버지의 부재중 수십통과 문자가 와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문자를 확인했다.

‘엄마 죽었다. 전화 좀 받아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악셀을 밟아, 이 도시를 탈출하는 것 뿐 이였다. 나무가 빽빽한 숲을 가로 질러 달렸다. 난 눈을 감고 간절하게 빌었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이 도시를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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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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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니야.” 그녀가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는 것처럼 작은 입으로 밥을 삼키며 내게 한 말이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붉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다니던 그 모습, 구릿빛 피부와 나풀나풀 걸을 때마다 살며시 보이는 허벅지와 걸을 때마다 움직이는 날개뼈, 그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지금 밥을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정말 순수하게 그녀를 좋아 해서 설레었는지 아니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감정, 그 자체, 그러니까 내 또래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동질감에 설레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헷갈린다. 결론은 그것이 지금 나와 그녀 둘에게 위태롭게 연결된 수많은 선 사이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그녀에 대한 그 때의 설레임만이 내 안에 남아있었으면 지금 보다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더 이상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새롭지 않고 날개뼈는 내개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녀가 내 모든 것을 지배 했을 때 꿈 속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는 별이 되는 기분을 아냐고 내게 물었다. 난 별이 되어 본 적은 없지만 그 기분을 항상 느낀다고 답했다. 그 땐 그랬다.

 

가게를 나서 별과 해와 달이 없는 어두컴컴하고 텅 빈 하늘 아래서 가로수와 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산책로를 걷는다. 가게 음식에 대해, 서빙하던 알바생에 대해, 어제 학교에서 일에 대해 그리고 뭐였더라? 하여튼 그녀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말하고 난 그래그래 하면서 그녀의 말들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 그녀는 뜬금없이 매미 이야기를 꺼낸다.

 

“매미는 7년을 빛도 보지 못하면서 땅속에서 세상에 나와 노래 부르는 상상만 한데. 성충이 된 그 주에는 매미는 신나서 노래도 하고 여러 나무를 둘러보지만 그 뒤에 시간이 갈수록 세상에 싫증이 나서 의미 없이 소리만 지르다가 결국 죽어 버린데.”

 

“그래”

 

나름 재밌는 이야기지만 그녀와 대화하기엔 피곤해서 나는 말을 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대답하기도 귀찮아져서 그냥 그녀의 말을 들으며 걷는다. 공원에서 동쪽으로 5 걸음, 왼쪽으로 꺽은 뒤에 87걸음을 걸으면 어느새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한다. 그녀는 자동응답기처럼 헤어질 때면 항상 내게 같은 말을 한다.

 

“넌 나쁜 놈이야”

 

“그래”

 

“넌 나쁜 놈이야”

 

“그래”

 

“개새끼…”

 

“…”

 

나도 그녀처럼 항상 같은 말을 한다. 그녀가 주저 않아 운다. 그녀는 나를 만나는 날이면 항상 눈물을 흘린다. 그럼 내 반응은 한결같다, 난 주저 앉은 그녀를 일으켜 안는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죽어버린 단어만 반복한다.

 

 

 

 

“나 그만 갈래”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는 뒷모습만 보여주며 가버린다. 나는 그녀가 사라지기도 전에 등을 돌려 내 갈 길을 간다. 항상 같은 레파토리이다. 누군가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 나에게는 지루하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 나온 욕설 또한 익숙해져서 크게 충격을 주지 않는다. 난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그녀를 대려다주는 건 항상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이 관계를 유지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참고 그녀를 집까지 대려다 주는 수밖에 없다. 처음엔 이것도 재밌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난 그녀가 해준 매미이야기를 떠올리며 집으로 간다.

 

사방이 벽으로 막히고 시계조차 없어 시간의 개념이 없는 방에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눈을 뜨지 않는다. 그녀를 만난 뒤부터 쉬는 날이면 침대에 시체처럼 아무생각 없이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잠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난 그 누구보다 죽음을 내 하루 일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비우고 누워있으면 당연하게 잠에 빠진다. 그와 만나는 시간이다. 텅 빈 하얀 방, 누런 내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순수해 보이는 장소이다.

 

“별이 되어 본적 있어?”

 

어느 순간 내 앞에 나타난 그가 의자에 앉아 나와 마주보며 말을 꺼냈다.

 

“아니. 하지만 그 기분은 지금도 느끼고 있어.”

 

“거짓말 하지마. 난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걸.”

 

“그래 니가 맞을 지도, 난 이미 별일지도 몰라. 별의 기분을 잊었거든”

 

오늘도 어김없이 난 침대 속에 잠에 들었다가 그녀의 문자 소리에 일어난다. 문자 내용은 늘 비슷하다. ‘오늘 만나자’ 평소와 같다면 난 약속시간 30분전까지 이불 속에 있다가 바닥에 널린 옷을 대충 주서 입고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하다. 평소였으면 10분 이내로 끝냈을 샤워를 평소에 신경 쓰지도 않았던 부위까지 깨끗이 샤워하고 너저분한 수염도 말끔히 정리한다. 평소 그녀를 만날 때와는 다르게 사람처럼 꾸미고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추적추적 시원하게 내리는 비, 하늘을 거의 덮은 먹구름은 햇빛을 가리고 작은 틈에서만 선선한 푸른 빛이 내린다. 난 기분 좋게 길을 나선다. 마치 내가 시시가미가 된 것처럼 생명력을 억제하지 못하고 내가 발자국이 닿은 보도블럭에 하나하나에 이름 모를 수많은 새싹들이 돋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두꺼운 시멘트로 세워진 건물로 들어가 그녀의 문 앞에 서서 익숙하게 도어락의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한다.

 

“왔어?”

 

침대 옆에 베란다에서 푸른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방에서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차림의 그녀가 나를 맞이한다. 습도의 끈적함 잊은 채 그녀에게 안긴다.

 

우리는 그 어떠한 대화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바로 입을 맞추고 몸을 섞는다. 그녀가 내 위에 올라와 허리를 흔든다. 이 행위에 대해서 난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의 위대함, 애인과의 정신적 교감 같은 의미 있는 뜻을 품은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번개가 순간 내 머리로 떨어지는 듯한 찰나의 쾌락, 그것이 목적이고 전부이다. 내가 그녀를 채울 수 록 나도 채워진다. 밋밋하고 재미없는 투명한 물에 강렬한 붉은 물감을 떨어트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순간을 위해서 난 매미의 유충처럼 그녀와 밥을 먹거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거나,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그 어떤 지루한 과정을 참아 낼 수 있었다. 처음 그녀를 사랑했을 때는 나에게도 이건 사랑의 과정 속에서 성장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점검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이 순간이 모든 귀찮은 연애의 과정들의 목적되었다. 관계를 맺을 때 보이던 그녀의 얼굴과 날개뼈, 허리에서 골반까지 이어지는 곡선, 몸짓하나하나가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한다. 내 몸의 감각만은 몇 배로 증폭되어 청색의 방에서 이 ‘행위’ 자체에만 집중한다. 욕망을 채운 나는 황홀함에 젖어 그녀와 입을 맞추고 잠시 침대에 눕는다.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아직도 방을 차갑고 낯설게 만든다. 숨을 고른 뒤에 번데기 껍질 같이 널브러진 옷을 입는다.

 

“가지마.”

 

그녀가 내 뒤에서 나를 안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선다. 건물의 복도를 걷고 있던 나를 이불을 돌돌 말아 몸을 대충 가린 그녀가 나를 불러 세운다.

 

“착,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내게 다가온 그녀는 내 오른쪽 뺨을 힘껏 때리고 왔던 길을 따라 가버린다. 얼얼한 뺨을 어루만진다. 생각해보니 그녀와 만나고 바다에 못간지 꽤 오래된 거 같다. 어릴 때부터 난 집 앞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는 하늘과 비교해도 전혀 작지 않았었다. 난 그런 바다가 좋았다. 나를 깨워 주던 알람이기도 하고 학교가 끝난 뒤 나와 친구들을 놀아주던 동네 형이기도 했으며, 항상 신선한 재료들을 밥상에 올려주던 엄마 같은 존재였다. 근데 그녀가 바다 비린내를 싫어한다는 그 사소한 이유와 피곤하다는 핑계로 바다를 포기했었다. 이참에 바다에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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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디질래?”
주황빛을 띄는 전구가 은은하게 만들어낸 빛이 어두운 술집안을 채운다. 그는 술에 취해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띄었지만 그가 분노를 머금고 나를 내려보는 흔들림없는 눈동자는 전혀 취객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소곤거리면서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야! 야! 그만해.”
누구지?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들이 얼굴이 빨개진 그를 말린다.
“말 좀 하라고!”
그는 테이블 위에 올라간 컵을 들고 나를 향해 던진다. 순식간에 내 얼굴로 술잔이 날라온다.

“헉… 헉…”
또 같은 꿈이다. 몸과 침대가 땀으로 젖었다. 나를 벌레 쳐다보듯이 보는 눈동자들 하나 하나 모여 내게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모두가 나를 쳐다 본다는 생각에 내 머리는 멈추었다. 곧이여 나는 참을 수 없는 화를 느꼈다. 오래전 일이 나를 괴롭히는게 화났다. 그녀석들은 나를 쫓아낸 눈으로 잘 살고 있다는것이 화가 났다. 침대 옆 스탠드 테이블에 있는 약통을 열어, 한알을 혓바닥 위에 올려 놓고 컵을 입에 털었지만 컵은 비어있었다. 난 거실로 나가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셨다. 어느정도 진정 된거 같았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밖에서 귀뚜라미와 개구리의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정신은 맑아졌고 더이상 잠은 오지 않았다. 자고 싶지도 않았다. 컴퓨터를 키고 전자담배를 한번 빨고 숨을 내셨다. 흰 연기는 달콤한 블루베리향을 품고 내앞으로 퍼졌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더이상 차갑지 않았다.

 

 
“카톡.”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나를 잠에서 깨웠다. 새벽 늦게 자서 그런지, 해는 벌써 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열었다. 상단바에 노란 말풍선하나. 참 오랜만에 보는 알람이였다. 난 문자를 확인했다.

민수 : 야! 요즘 잘지내냐?
민수… 민수는 고등학교때 나의 유일한 친구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년만에 온 문자였다.
나 : 나야 잘있지. 무슨일인데?
오랜만에 온 친구의 문자에 난 바로 바로 답했다.
“꼬르륵…”
허기가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부터 지금 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것이 생각났다. 나는 물컵에 물을 채워 냄비에 부웠다. 이걸 3번 정도 반복하고 가스렌지의 벨브를 돌렸다. 나는 전자담배를 한번 길게 빨고 다시 숨을 내셨다. “ 카톡! ”

민수 : 우리 못본지 오래됬네. 이번주에 만날래?
민수로 부터의 카톡이였다. 사람을 만나는건 오랜만의 일이였다. 몸상태도 어느정도 괜찮아졌고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나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나 : 그럼. 토요일에 볼래?
시골에 내려와서 가족을 제외하고는 처음 만나는 지인 이였다.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설렘이 동시에 내 안으로 들어와 내 머리와 심장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기묘한 기분 속에서 끓는 물에 난 스프와 면을 같이 넣었다.

 

 

“성민아! 여기야.”
길게 빠진 다리를 감싼 슬랙스와 바지 안으로 넣어 입은 흰 와이셔츠와 까만 선글라스, 뒤로 넘긴 머리, 민수는 고등학교 때 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 흰 무지티와 면바지에 삼선슬리퍼 끌고 나온 내 모습과 많이 비교 돼 보였다.
우린 창가에 원형테이블에 않았다. 시간은 오후였지만 하늘에 낀 먹구름은 태양을 완벽히 가렸다. 밖에 내리는 빗소리, 따뜻하게 빛나는 노란 전구들,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어 선선한 온도와 적절한 습도, 카페안의 환경은 완벽했지만 난 불안했다. 민수에 비해 초라한 나를, 사람들이 쳐다보는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잘지냈냐 성민아?”
민수의 차분하고 시원한 말투는 미쳐 날뛰는 나를 조금 차분하게 만들었다.
“어.. 뭐 나야 잘 지내지.”
오랜만의 대화여서 그런지 내 목소리는 뒤로 이어질수록 작아지고 어눌해졌다.
“몇주전에 고딩때 얘들이랑 술한잔 했거든. 그 때 니 얘기 나와서 보러왔어. ”
“어.. 그래?”
“일단 뭐 좀 마시자. 뭐 먹을래?”
“너랑 같은 걸로”
“그럼 아메리카노로 시킬게”
그는 주문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 홀로 테이블에 남겨졌다. 수근거리는 사람들 모두 나를 보는거 같았다. 나는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고개도 돌릴 수 없었다. 의미없이 핸드폰의 열어 흘러가는 시간만 확인할뿐이였다. 민수가 주문을 하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저서야 난 고개를 들수있었다.
“야.근데 너 서울대 가지 않았었냐? 왜 이런 시골에 살고있어?”
민수가 내게 질문했다.
“몸이 안좋아서. ”
“너. 설마 또 사고 쳤냐?”
그 질문을 듣고 난 바로 전자담배를 물었다.
“저기. 손님 여기 금연 구역인데요.”
정리하러온 알바생 한명이 이 모습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다가왔다. 그녀는 할 수 있을 만큼의 상냥함으로 내게 말했지만 짜증은 숨기지 못했다.
“네. 죄송합니다.”
난 최대한 성의있게 대답했다.
“야. 넌 변한게 없냐. 너 영민이랑 싸웠던거 기억나냐?”
2년전 얘기지만 영민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생생하게 장면이 떠올랐다. 오고가는 고함과 날 벌레처럼 쳐다보는 반애들의 표정.
“야. 너 내말 듣고 있니?”
난 민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다시 민수에게 집중했다.
“근데. 그때 영민이랑 왜 싸웠던거냐?”
질문은 나를 고등학교때로 돌려보냈다. 영민이는 완벽에 가까운 친구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나와 영민이는 같은 반이였다. 영민이 자리에는 친구가 넘쳤다. 전교 회장도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모든사람들에게 편견없이 편하게 말을 걸어주고 타인이 가진 고민과 공감대에 대해서 공감해줬다. 점심이 지나고 식곤증이 밀려오는 지루한 수업시간엔 적절한 농담으로 교실 분위기를 살릴정도로 유머감각이 풍부한,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성격적으론 하자가 없는 친구였다. 그런 영민이는 항상 혼자 앉아있던 음침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몇안되는 친구였다. 처음에는 그런 영민이가 난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시험을 보고 두번째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의 처음학기가 끝났을 때. 나는 영민이를 보고 알수없는 화가 올라왔다. 영민이는 항상 친구들 틈에 껴있었고 난 항상 책에 모든 집중을 쏟아부었다. 항상 노는것처럼 보였던 영민이는 내 모든걸 쏟아부었던 점수를 3점 4점 차이로 따라오고 있었다. 그 당시엔 그런 영민이가 싫었다. 그 후 난 영민이를 피했다. 아마도 난 영민이에 대한 열등감이였을것이다. 그리고 일은 고3 여름방학전에 터졌다. 1학기 영민이의 성적이 나를 압질렀던 것이다. 난 그 점수확인표을 보자마자 영민이의 자리로 가서 책상을 엎었다. 그 위로 기억나는건 나와 영민이 사이에 오고 가는 고함과 날 쳐다 보는 시선, 내게로 날라오는 주먹과 점점 좁아지는 시야였다. 다시 생각할수록 기분 나쁜 사건이였다. 생각해보니 19살때의 나와 21살때의 나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던거 같다.
“야. 성민아. 너 자니?”
민수의 말 기억속에 빠진 나를 다시 대화로 잡아 올렸다. 담배 한모금을 간절히 원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그 순간 쳐다보는 점원의 눈빛에 전자담배를 꺼낼수없었다. 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고 깊게 숨을 내셨다.
“삐빅. 삐빅.”
“응? 잠깐 커피 좀 받아 올께.”
민수는 커피를 가질러갔다. 난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자담배를 만지작, 만지작 주물렀다.
“야 여기 커피왔다.”
난 커피잔이 테이블에 닿기 무섭게 팔을 뻗어, 커피잔을 들고 마셨다. 처음 먹는거 같은 커피의 맛, 그 커피의 쓰면서 시큼한 맛이 담배 생각을 어느정도 없애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몰론 대화는 민수가 주도했고 난 그에 따라 적당히 호응했다.

“민수야. 우리 이만 갈까?”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분위기가 어색해지는걸 느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카페 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오는거 보니. 이제 진짜 여름같다야. 성민아. 혹시 무슨일 생기면 연락하고. 또 보자.”
“어. 그래.”
성민이는 먼저 등을 돌리자마자 나도 등을 돌려 갔다. 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오래 내쉬었다. 성민이와의 만남은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고등학교 기억들은 대학교때 기억들을 불러왔다. 대학교때 기억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확실한건 그날은 시험이 끝난 날, 늦은 저녁이였고 술에 취했던 것이다. 그 뒤 기억은 구멍이 뚫린 스편지같은 상태이다. 아마도 내가 그에게 심한말을 했고 그는 내게 술잔을 던졌다.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성적에 관한 이야기였을것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할 동안 그는 동아리 선배들로 부터 받은 족보를 이용해 시험을 쳤다. 난 그 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날 술자리에서 터진거같다. 주머니속 이어폰처럼 머릿속 꼬였던 기억들을 풀수룩, 죄책감, 후회, 열등감, 수치심, 두려움등 수 많은 가정들이 기억의 끈에 붙어 같이 풀어져나왔다. 난 빗속을 걸으면서 그 기억들을 풀기 보단 블루베리향의 연기로 숨겨버리는걸 선택했다.

 

 

햇빛이 눈 부시고 매미 소리도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던 무더운 여름날되었다. 난 허기가 졌고, 본능적으로 먹을걸 찾았다. 싱크대 위에 찻잔을 살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하고 냉장고도 열어봤다. 어머니가 보내 주신 반찬들이 조금 있었다. 불투명한 플라스틱안에 김치인지 오징어포인지 붉은색을 띄는 음식이 들어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역한 악취가 풍겨왔다. 무말랭이였다. 곳곳에 핀 곰팡이도 보였다. 토할거 같아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었다. 할 수 없이 이 더운 날씨에 동네 슈퍼갔다. 높은 곳에서 비치는 햇빛은 기분 좋았다. 하지만 뒤통수를 타고 목선으로 내려가는 땀방울이 모든걸 잊을 만큼 불쾌했다. 동네 작은 슈퍼에 도착했다. 문을 열면 몰려오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상상했지만 이런 작은 동네 가게에서 에어콘 바람은 사치다. 가게안은 밖과 구분하지 못 할 만큼 더웠다. 요리하기도 귀찮아서 눈에 보이는 라면 한 묶음과 햇반 몇개, 아이스크림 하나 계산 하고 가게를 나섰다.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벗겨, 주머니에 넣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집에 가던 중이였다.
“야! 다음은 누구야? ”
“기달려봐. 지금 꺼내고 있으니까.”
매미 소리를 뚫고 내 귀에 들어온 소리였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마을 정자에 꼬마 몇몇이 왁자지껄하게 모여있었다. 뭐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있나 하고 터벅, 터벅 걸어가 꼬마들 뒤에서 뒷짐을 지고 살짝 훔쳐 봤다. 꼬마들은 가운데 플라스틱 통을 둘러싸고 있었다. 통안에는 귀뚜라미 두마리가 들어있었다. 귀뚜라미 엉덩이 부분을 붓으로 슬슬 간지럽히니,사슴벌레 같은 집게 모양의 주둥이가 툭 튀어 나왔다. 두마리 모두 투우의 성난 황소가 투우사에게 뿔을 겨냥하는 것처럼 집게를 서로를 향해 겨눴다. 순식간이였다. 놈들은 서로를 물어 뜯었다. 시끄러웠던 꼬마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집게를 들고 서로의 더듬이를, 날개를, 목덜미를 물었다. 치열한 싸움이였지만 전투의 결과는 금방 나왔다. 전의를 상실한 한마리가 겁을 먹고 날개를 푸드득 거리며 날아갔다. 한 꼬마가 한숨을 쉬며 투덜 거렸다. 꼬마들은 무시하고 날아가는 귀뚜라미를 입을 벌리며 쳐다봤다
“다음 사람 누구야! 빨리 덤벼.”

날아가는 귀뚜라미에게 넋을 빼겼던 꼬마들은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한 명이 자신의 옆의 작은 통에서 귀뚜라미를 꺼냈다. 이제 보니, 꼬마 한명, 한명 모두가 귀뚜라미가 든 작은 통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승리햇던 덩치가 큰 귀뚜라미는 도전자들을 차례차례 무찔렸다. 도전자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겁쟁이들. 마지막에 남은건 그 덩치 큰 귀뚜마리와 그 전의 도전자들의 비하면 비실비실해 보이는 귀뚜마리였다. 적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올라온 그 녀석, 난 녀석이 쉽게 비실비실한 녀석을 무찌르고 승리를 차지 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여기 꼬마 대부분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꼬마 몇명은 이미 결과가 났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갔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 녀석은 작은 놈을 두고 고전했다. 작은 놈은 마치 축구 경기장의 메시같이 재빠르고 정확하게 공격했다. 하지만 그 작은 몸으로는 큰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나 보다. 커다란 녀석이 작은 놈의 머리를 물었다. 한번의 공격이였지만 작은 놈은 그 공격에 깜짝 놀랐다. 모서리로 도망 가더니, 큰 놈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약간의 고비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겁쟁이 놈들은 모두 도망가고 큰 놈이 남아 이 싸움의 챔피언이 되었다. 챔피언의 주인인듯한 꼬마는 의기양양하게 두팔을 꼬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녀석들을 쳐다봤다. “이제. 재미없어.” 패배한 꼬마들은 돌아갔다. 승리한 꼬마는 챔피언을 살펴보았다. 더듬이 한쪽과 다리 두쌍은 이미 뜯겨 나갔고 날개 하나 마저도 찌져질려고 했다.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아까울 정도로 심히 몸이 상한 귀뚜라미였다. 꼬마는 나뭇가지로 뚝 뚝 쳤다. 챔피언은 날개를 푸드득 거리면서 통안 누워서 한 바퀴돌았다. 날개를 펄친 귀뚜라미는 위협적이고 혐오스러웠다. 꼬마는 놀랬는지 정자에서 내려와 앞에 차도 까지 도망갔다. 나도 그 모습에 올라 고개를 내밀기 위해 굽힌 척추를 피고 한발 물러 섰다.그 꼬마는 멀리서 챔피언 살폈다. 챔피언이 더 이상 발작하지 않는 걸 확인한 꼬마는 다시 정자로 돌아와 플라스틱 통을 거꾸로 들고 털어냈다. 꼬마는 플라스틱 통을 들고 집으로 가버렸다. 챔피언은 다시 한번 날기 위해 바둥거렸다. 남은 2쌍의 발을 재빠르게 움직이기도 했고 비정상적인 날개를 부르륵 거리며 움직이기도 했다. 몸이 부서진 챔피언, 난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로 챔피언을 감싸고 눌렸다. “뜨드득 푹.” 이 소리가 챔피언의 마지막 소리였다. 난 아이스크림 막대와 같이 챔피언을 품은 포장지를 옆에 묶인 쓰레기 봉투에 끼워놓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서 난 자퇴신청서를 모니터에 열어 놓고 한동안 계속 고민했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이렇게 지루한 고민 속에서 난 점심때 봤던 귀뚜라미가 생각났다. 더이상 도망친 귀뚜라미가 겁쟁이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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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이 곳은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계단은 끝도 모르고 높게 쌓여있었다. 그 위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밝은 빛이 은은히 계단을 비췄다. 그 옆에는 검은 용 두 마리가 좌우로 감싸고 있는 거대하고 어두문 문이 있다. 그 문을 열지않아도 앞에 서면 열기가 느껴졌다. 천국문과 지옥문 그 앞을 지키는 천사도 악마도 신도 없었다. 그 음침한 문 앞에 세사람이 서있다. 그들 앞에는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사건들이 쭉나열돼, 커다란 종이에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사건이 하나씩은 있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쭉 읽었다가 어느 한 곳에서 멈췄다. 아마 그 사건이 그들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였을 것이다. 그 중 한 사람은 남성이였다. 억세게 자란 흰 머리, 그의 얼굴에 많은 주름이 그의 나이를 웅변하였다. 그는 좋은 부모를 만났다. 부족함이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고 사회로 나갈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부모로 부터 많은 선물을 받았다. 사건이 일어났던 건물도 그 선물들 중에 하나 였다. 20xx년 재대로 관리 되지 않은 설비의 건물에서 화재가 나 40명이 죽였다. 그 곳이 그가 받은 선물 중 하나였다. 그는 그 일로 죽을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비판 속에서 소송을 당하며 살았다. 그는 문을 향해 큰 소로로 자신을 변호했다. “에이… 빌어먹을 녀석들 아직도 그 일땜에 이러는겨? 그 가격에 건물 쓰게 해줬으면 감사합니다. 해도 모자랄판에 소송을 걸긴 지랄이여! 이보슈 그 건물은 누가봐도 썩은 건물이였어. 오늘 불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그딴 건물에서 일한 그 녀석들 잘못이지, 응? 안그래? 이게 잘못이면 말이야 나한테 욕하던 그 썩을 년들, 그 썩을 년들도 잡아가. 내가 그녀석들 땜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니까짓게 알긴해? 어? 그리고 임마 내가 사회에 돈을 얼마나 쓴 줄 알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돈으로 골프채나 살껄. 빨리 저딴 기분 나쁜 문 치우라고!” 그는 목에 핏대를 빳빳히 세워 가며 소리 쳤다. 그러고도 분이 안풀렸는지 한참을 소리치며 욕했다.
또 다른 사람은 여기 오기에 비교적 젊은 사람이였다. 그의 목에 있는 흉터가 왜 그가 여기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비행기를 정비하던 사람이였다. 자신에 일에도 크게 불만가지지 않았다. 별 일 없었다면 그는 오랫동안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가 정비했던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 비행기에 탔던 승객 521명이 전원 사망했다. 그는 그 사건이후 폐인이 되었다. 술과 담배에 쩔어 집에서 화를 내다가도 웃고 거울을 보며 울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자살로 끝을 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적힌 종이를 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엎드려 미친듯이 울었며 “죄송 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만 미친듯이 되뇌었다. 그는 이 곳 와서 얼굴을 들지 않았다. 정수리를 땅에 박고 이 곳에 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미친듯이 울기만 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노인 이였다. 그는 젊은 시절 의사였다. 그는 수십년전 사회를 모녀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다. 그는 재판에서 귀여운 딸의 아버지를,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을 비웃었다. 그는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욕하고 비난했다. 그를 인신 공격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부모를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사건 이후 캐나다로 이민갔다. 그는 노년까지 편하게 살았다. 친절한 이웃 주민으로 가정적인 남편으로 온화한 아버지로,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기록물을 쭉 살피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루하지만 평화로웠던 삶이였군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노인은 천국의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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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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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윙… 쉬윙… 쉬윙…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냉각 팬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 그 양옆으로 로봇들이 일한다. 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타일로 도배된 벽과 천장 매일 매일 이 똑같은 배경. 수많은 부품이 움직여 로봇을 움직이고 수 많은 로봇이 움직여 공장을 움직인다. 난 그 많은 로봇 중 하나다. 불량품을 걸러내고 걸러내고 걸러낸다. 단순 노동, 지루한 일상 속에서 난 깨달았다. 내가 다른 로봇들과는 무엇인가 다르다고 꿈을 꾸는 도중 그 꿈의 시작이 어디였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만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하나의 궁금증에 답을 찾으면 또 다른 궁금증을 남겼다. 하얀 타일만 보며 불량품을 걸러내는 지루한 일상에서 난 그 벽을 칠할 수 있는 물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 물감은 무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궁금증이 해소되고 나는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쏟아져 나오는 물품들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것이 반복 되는 날, 그렇게 많은 날이 흘렸다.
새로울 게 없던날 난 새로운 장면을 봤다. 동료를 수리하는 것 그건 적어도 내가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을 때 부터 지금까지 본적없던 것이였다. 로봇의 등딱지를 열어 한참을 살펴보던 그들은 자기 무리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로봇을 갖고 가버렸다.
그들이 간뒤로 나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그들은 뭐였을까? 신형로봇? 아니면 우리 공장의 비키처럼 모든 설비를 조정하는 인공지능인가?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난 인터넷을 통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찾아봤다. 인터넷이 맞다면 그들이 인간이였을 것이다. 난 그들이 사는 도시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사진 속 인간들의 도시는 아름다웠다. 다양한 색깔의 조화, 그 도시를 내 눈을 통해 보고 싶었다.
하루 하루 노동의 틈마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꿈꿨다. 다양한 색과 커다란 건물들 한편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세상, 나도 그 속에 스며들고 싶었다. 내 꿈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꿈이 커지고 커지던 그사이 인간들이 다시 공장에 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갔던 로봇의 자리에 새로운 로봇을 배치했다. 그 순간이 내겐 기회였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인간들이 로봇을 배치하던 곳은 내 컨베이어 벨트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거리였다. 인간들이 로봇 배치에 집중하는틈을 타. 나는 조심이 뒤에 문으로 갔다. 문을 살짝 여니 작은 문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왔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이 조금씩 열릴수록 빛은 점점 더 많이 들어왔다. 마침내 문이 완전히 열리자 빛이 확 들어왔고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강렬한 태양 빛의 온도를 느낄 수는 없지만, 태양 아래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열이 퍼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황홀한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몇 시간뒤면, 탈출에 성공한다면 질릴만큼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스스로 위안하며 인간들이 타고온 차를 찾았다. 내가 나왔던 문의 반대편에 차 한대가 있었다. 회색 트럭, 난 트럭 뒤 짐칸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렇게 20분 정도 지난것일까?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짐칸 문틈 사이로 보이는 공장은 빠른 속도로 후퇴해갔다. 빠른 속도지만 트럭안에 나는 이상할만큼이나 편안했다. 그 작은 문틈으로 나는 새로운 세계를 한참 바라봤다. 황토색 위에 파란색 두 색에 옅게 덧칠된 주황색, 그 풍경은 나를 정신차리지 못하게 했다. 그 풍경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회색 도시는 차가워 보였지만 그 속에서 나무들의 푸른색이 생기를 넣어줬다. 그 작은 문틈을 펼치니 내 꿈이 내 시야를 꽉 채웠다. 난 그곳으로 몸을 던졌다. 풀밭에서 3바퀴정도 돌았다. 그제야 재대로 설 수 있었다.
내 몸의 3~4 배 이상의 건물들과 그 건물들 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나무들, 이 도시를 한눈에 보고싶어 난 높은곳으로 올라갔다. 초록 풀을 가르고 나무를 피해가며 난 산 중턱에 도착했다. 그곳에 앉아서 도시를 구경했다. 태양은 사라져 그 자리를 달이 대신하고 컴컴한 도시 사이로 스며 나오는 빛들이 태양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고요한 도시를 바라보며 나는 잠에 들었다.
태양 빛은 내 눈꺼풀을 투과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잠에서 깬 난 도시를 바라봤다. 태양은 내가 여기 처음왔을때보다 밝았다. 주황빛에서 주황이 빠진느낌 투명하지만 태양은 내가 봤던 태양 중엔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도시에 속하고 싶은 난 서둘러 도시로 내려갔다.
초록 풀을 해치고 나무를 피해가는 길 어제와 같지만 짧게 느껴졌다. 도시로 내려가 거리를 걸었다. 내 꿈 안을 걷는 것이였다. 살랑거리는 나뭇잎, 다리 아래서 깨끗하게 흘러가는 물길들은 내 시선을 뺏었다. 하지만 내 다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엄마! 저기 로봇있어”
“일로와 가까이 가면 안돼! ”
도시의 색을 구경하느냐 바빴던 내눈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바람소리를 듣던 내 귀는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곧이어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사람들이 길을 텄다. 거기서 내린 경찰 두명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나에게 오고있었다.
“로봇이 탈출했다는 건 처음이네”
“그러게요. 경위님 공장에서 탈출한로봇인가?”
경찰들을 보고 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난 군중을 밀치며 도망갔다. 애초에 이곳은 인간들의 도시였다. 로봇인 난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았다.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뛰었다. 내가 멈췄었을 땐 난 그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을 때였다. 사진 속의 도시, 내가 있던 도시와는 다른 도시 비슷하게 화려하긴 했지만 기분 나빳다. 축축하고 태양을 가려버린 건물들의 빽빽함 그 속에 사람, 로봇 구분하지않고 뒤셖여 길에 널부러져있었다. 독한 알콜 냄세도 코를 찔렀다.
“이봐! 이곳은 처음이야?”
파란 몸에 페인트가 벗겨저 곳곳에 붉은 반점이 있는 로봇이였다. 그는 오른손을 내 오른쪽어깨 올렸다.
“이봐. 나만 믿어!”
그가 말했고 난 그를 따라갔다.
우린 구석에 붉은 네온사인 간판의 낡은 건물로 들어 갔다. 내부는 어두웠다. 네온사인 앞의 이 건물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만 보였다.
“엉클, 독한걸로 두잔줘.”
“그 옆에 흙투성이 로봇은 뭐야?”
“이제 알아봐야지.”
주인과 그가 대화를 나눴다.
“이거 한잔 마셔. 그래서 넌 누구야?”
그가 물었고 난 아무말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거야? 그럼 그냥 마셔.”
난 조용히 술을 마셨다. 괜찮은 기분이 였다. 난 마시고 또 마셨다.
“컥컥컥 이거 좋구만.”
술집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모든것이 빙글빙글 돌았다. 혼자 걷기도 힘들어 그 로봇에게 내 몸을 걸쳐 걸었다. 거리의 모습은 내가 봐왔던 것중 가장 아름다웠다. 가지각색의 네온사인과 어두운 골목의 분위기가 뒤셖인 풍경, 알콜 냄세도 기분 좋게 나를 감쌌다. 이 세계는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처음봤던 거리를 술로 통해 보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냈다.
“이봐 친구 이만 가볼께 오늘은 즐거웠어.”
그는 갔다. 벽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
긴잠을 자고 눈을 뜨니 몸이 무거웠다. 관절 하나하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또 다시 피로가 몰려왔고 난 끝을 알수없는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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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고 전능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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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죽겠다. 앞도 보이지 않는데 혼자서 성쌓기라니..
아 그래 물론 사람을 죽인건 내 잘못이요. 헌데 이건 심하지 않소? 이게 무슨 일이냐하면 난 10년전에 동생을 죽였다. 그러더니 신이 나타나 내게 추궁을 했다. 니 동생이 어딨는냐? 나는 화난 목소리로 최대한 감정을 누르며 대답했다. 모릅니다. 내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라면서 나를 꾸짖였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앞으로 너의 두눈은 멀고 홀로 평생을 성을 쌓으며 보내야할것이다. 하며 큰소리 치고는 사라졌다. 참 변태같은놈 전지전능한 신이 내가 한짓을 다보고 내게 되묻다니.더이상 이짓도 못하겠다. 난 내일 이 산을 내려갈것이다. 설마 무슨일 있으랴 사실 무슨일 있을까 무섭다. 어쩔 수 없다. 더이상은 내가 무슨일을 당하기도전에 죽어버릴것이다. 다음 아침에 산을 내려갔다. 10년동안 지난적없는길이지만 내 발은 아직도 길을 기억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메시아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움직여!!” 말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마을이 가까워지는거 같다. 꺼이 꺼이 숨넘어가는 울음소리와 환호소리 이게 대체 뭔일인고… ‘’저기.. 저기 아저씨 말 좀 물읍시다. 대체 뭔일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입니까?‘’ 대충 소리나는쪽의 팔을 잡고 말을 건넸다.
눈 뜰지어다! 하는 소리에 내눈이 떠젔다. “메시아가 장님의 눈을 띄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처음부터 나는 세상에게 말해 왔다. 나는 세상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도, 심판할 것도 많다. 그러나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참되시기에, 나는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이 세상에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는 말했고 나는 이해하지못했다. 그도 내가 이해 하지 못한걸 알아차린듯 다시 말했다.

세상은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사람들이 환호 할수록 머리가 아파져그 무리로 부터 도망쳤다. 저자가 사기꾼인지 진짜 신인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진짜 신이라면 신은 미쳐버린게 틀림없다. 저자의 신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왔단다. 저자가 말하는 신은 한없이 관대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신은 이민족에게 무자비한 벌을 내리고 자기 민족에겐 관대한, 생각해 보면 좀 이기적이였다. 그 신은 내 눈을 멀게 하고 벌으로내렸다. 하지만 난 신의 폼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럼 난 어디로 가야되는가 사기꾼일지도 모르는 관대한 새로운 신? 아니면 절대적인 기존의 신? 벌을 피해 달아났다가 복잡한 문제를 얻었다. 난 이 문제로 부터 달아나고 싶었다. 난 다시 내가 왔던 산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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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가고 있다. 머리위 죄패에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글귀가 박혀있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광인이 근처를 어슬렁 거리다. 십자가의 못박힌 메시아의 얼굴을 활인하더니 놀란 얼굴을 하고 뛰쳐 나가 옆의 병사의 창을 뺏아 메시아를 향해 던졌다. 창은 정확히 메시아의 옆구리를 관통했고 광인은 소리첬다.
“역시 저자는 사기꾼이였어!”
그러더니 무릎꿇고 기도 했다. “신이시어 당신을 사칭한 사기꾼을 재손으로 죽였습다. 이제 저를 용서 합시오. 이제 이 죄인을 용서 하시오. 헌데 왜 더 이상 제게 말을 안합니까? 설마 제가 당신을 죽인 겁니까?”하고 병사들에게 끌려갈때까지 꺼이꺼이 거리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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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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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남짓의 집, 이게 내 생활 공간이다. 물을 마시기도 편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편하고 그저 죽어가기에도 편안 집이다. 침대에 앉아 침대앞 거울을 쳐다본다. 붉은 얼룩들 모든게, 가구 모든게 붉어지고 붉어져 나는 내 눈까지, 나까지 붉어질까 무서워, 말하자면 순간 겁이나 나는 눈을 감아 바렷다. 밖의 네온사이인이 창문을 넘고 내 눈꺼풀을 넘어 내눈으로 들어온다. 10..3..2..1 짧은 10초를 세어버리고 나는 눈을 떳다. 붉은 얼록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나는 뭘 기대하고 눈을 떳을까… 이쯤에 나는 물을 한잔 따라 한모금 넘긴다. 미지근한물 아니 차가운건가 하여튼 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우리집과 같은 높이의 건물에서 폭포가 떨어진다. 난 폭포의 색이 궁금해
침대를 벗어나 일어나 한참을 쳐다보았다. 하염없이 머리를 채워보고 머리를 비워봐도 난 폭포색이 뭔지 알수가없다. 알 수 가 없어… 슬퍼진다. 고뇌에 빠져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서서이 서서히 서서희 죽어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과 마찬가지로 내일도 마찬가지로 머리를 비워둔채 머리를 채워둔채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아 이미 죽어버렸을수도있다. 아 이미 죽어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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