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렬
오늘도 내일은 [1]

만족은 아쉬움을 달래주지 못해서 시작은 끝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사이에서 발버둥 쳐봤자 우리의 시각은 서로 다르니 오늘도 달리지는 않을게   혹시와 역시는 항상 나를 괴롭혔고 희망이란 것은 또 다른 고통을 불러다 주었으니 그들이 오지 못하게 오늘도 이 문은 잠가둘게 깊은 바닷속에도 해가 뜰 때까지

오늘도 내일은
/ 2020-04-16
은렬
액자 속 흐릿한 사내의 이야기 [1]

각진 액자 속 흐릿한 형체를 가진 고민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무엇을 기다리는 듯한 저 사내는 누구인가 불편한 마음으로 사내의 속 사정을 떠올려보아 사내가 기다리는 것은 아픈 바람이라 사내의 곁으로 날아들 쓰라린 바람에 사내는 두 팔 벌려 바람을 품에 안으려 할 것이다 끝없는 하늘 아래 두 눈 살짝 뜨고서 언젠가는 날아들 아픈 바람, 기다릴게 쓰라린 바람아, 내 뺨을 베고 내 목을 휘감아라 나를 더 더 더 더 아프게 만들어라 그러면 누군가 내 이야기 떠올려볼까 쓰라린 바람아, 또다시 내게 날아들어라 부디 내게로 사내의 통곡은 들리지는 않았으나 수만 군중의 발소리만큼 내[…]

액자 속 흐릿한 사내의 이야기
/ 2019-12-26
은렬
반쪽짜리 [1]

나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후 나의 단면이 보였다   얼마나 거칠게 떨어져 나갔는지 공허함 마저도 나의 절반이 되지 못했다   너덜너덜한 걸음 끌어 이곳 저곳 누비다 나의 절반이었던 너를 보았을 때 너는 하나였고 전부였다   검게 칠해진 창문으로 너를 바라보다   끝내 반쪽짜리는 전부가 되었다

반쪽짜리
/ 201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