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맹
한강공원에서 [2]

2018년 8월 15일, 그날은 광복절이기도 했지만 학교에 안 가는 날임을 기회로 우리가 모처럼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낯선 우리 네 얼굴들은 어느새 닮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사총사를 이뤄 밥 먹을 때나 집에 갈 때나 요란스레 함께하던 우리는 서로에 대해 겨우 짚어갈 무렵인 1학년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삼총사가 되어야 했다. 우리 넷 중 한 명이 자퇴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2학년이 되고 나와 남은 두 친구와는 반이 갈라졌다. 우리 네 명이 모이는 일은 더더욱 흔치 않았다.   유학을 사유로 자퇴한 친구였기에 비록 학교는 안 다녔지만 학원에 다니느라 바빴고,[…]

한강공원에서
/ 2019-02-27
공맹
각설탕 [1]

좋아하느냐고 묻는 네 말에 고개를 젓고 눈을 마주친다. 거짓말을 잘 못하던 나는 네 앞에서 거짓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전혀, 아니   활 모양의 눈과 너의 입동굴을 본다. 정겹게 돌아간 뒷통수는 너를 닮아 참도 둥글지, 너의 지구는 그래서 이렇게 둥글지.   너의 모서리가 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며, 오늘도, 둥근 혓바닥 아래 놓인 각설탕을 녹이지 못하고 혀 아래를 베였다.

각설탕
/ 2019-02-27
공맹
그 애 [1]

ㅤ삼 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던 그날 아침 그 애는 육 학년 삼 반 앞문에 서 있었다. 이 반 뒷문으로 들어가려던 나는 그 애를 못 볼 수가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수줍음 타는 일은 참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좋아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습관을 들킬까 봐 애써 무시하려 했었는데. '안녕'이라고 말을 거는 네 다정함에 정신을 추리지 못했던 그날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내 모습을, 아직 데워지지 못한 복도 위 초봄의 공기를 기억한다. 변성기가 막 온 열세 살 소년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그 어느 목소리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아득했었다.   ㅤ그 애와[…]

그 애
/ 201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