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에 장 춘장
210°의 로맨스 [1]

문을 닫으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12시와 7시의 간극은 왜 그리도 긴지 눈 속의 붉은 줄을 그리다 썩어간다 밤공기는 왜 그리도 시원하고 잠옷은 왜 그리도 답답한 건지 가슴으로부터 경화되어가는 내 모습은 왜 이리도 초라한지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이야기들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장소에 끄적이다 아무에게나 보여지는 장소에 터놓는다 문 뒤는 생각보다 아늑하여 울부짖기 딱 좋고 썩어가기 완벽하다

210°의 로맨스
/ 2020-11-15
장중에 장 춘장
낙화(洛花) [1]

오라  하늘이여 저 넓디넓은 동녘 하늘로 나를 데려가라 산성에서 머리 세 번 찧고 눈물 흘리면 세수를 하고 모포를 개어라 내 그럼 사뿐히 즈려밟고 목련의 왈츠를 추겠으니 나 가는 발자국마다 거멓게 피도록 하라 오라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저 멀리 흔들리는 바람에 어찌 꽃도 춤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도깨비와 손잡고 한바탕 뛰어보자 가슴 깊숙한 붉은빛을 나 다 알고 있었다 오라 나를 시곗바늘 끝으로 데려가라 내 검은 목련으로 된 모포를 입고 바람과 하염없이 속삭일 것이다 붉디붉은 일몰을 보면서도 절대 물들지 않으리라 오라  하늘이여 나에게 머리를 찧나니 한 번임에 감사를 표한다 달조차 붉은빛을 찾을[…]

낙화(洛花)
/ 2020-05-24
장중에 장 춘장
[1]

눈을 감아도 별이 보이는 날 하나 둘씩 세다보니 우리 엄마 머리가 새하얘 새버렸네 내가 품던 별이 뜨거웠나 당연한 일임에도 안경에 김이 서린다

/ 2020-05-19
장중에 장 춘장
늦지 않았기를 [1]

저 끝에선 우리 하나가 될 수 있단 걸 왜 몰랐을까 스쳐가는 시간 속에서 온기 한줌 손에 쥐여줬었더라면  저 멀고 먼 달이 조금 더 가까이 와주었으려나 너와 네가 했던 그 대화 속에서 너의 눈을 조금 더 바라보았다면 그랬다면 저 달이 조금 더 밝았으려나 그 호숫가에서 난 무엇을 찾고 있었나 홀로 은연히 빛나던 네 눈동자를 보지 못했으니 저 멀리 떠있는 은하수 중에서 가장 빛나던 건 네 눈이었음을 난 이제야 깨달았다 나 지금 네게로 갈 테니 우리 같이 저 큰 달을 바라보자

늦지 않았기를
/ 2020-02-15
장중에 장 춘장
이미 알고있는 [1]

벽지가 뜯어지는 소리 어디인가 차가운 책상 소리가 가득한 곳인가 웃음소리만 가득했던 탈의실인가 온통 원망으로만 가득한 방인가 누구의? 그날 나를 쳐다보던 그 눈동자들인가 밖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던 소리인가 내 귓가에 끝없이 들려오던 시계 소리인가 그곳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아아 그랬었지

이미 알고있는
/ 2020-01-16
장중에 장 춘장
사춘기 [1]

친구가 고민 상담을 했다. 요즈음 너무 힘들다고,무기력하고 엄마와의 다툼이 잦아졌다고,눈물만 나온다고. 나는 말했다 나도 그랬다고, 그 시기가 있음으로써 내가 시를 좋아할수있게 되었다고,그 시기는 짧았고,나의 일기를 다시 살펴보면 우습기만 하다고, 별거,아니였다 고? 머리가 띵했다. 내 사춘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통제가 안되는 감정이 내 온 몸을 짓무르는 듯 했고 나는 그것에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였다. 매일 밤 눈물로 밤을 지새웠고 끝없는 자기 혐오와 그것에서 비롯된 열등감들이 나를 갉아먹었다. 인터넷에 자기 혐오와 낮선 이에게서 오는 위로를 기대감이 뒤섞인 채로 글을 썼음에도 나를 가장 아끼는 이에게 입 한마디 떼지 않았다. 나의 사춘기였다.[…]

사춘기
/ 2019-12-23
장중에 장 춘장
독배

나의 아버지는 자만은 독, 그것도 극독이라 하셨지만 그 자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허언뿐이라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속살거림을 받아보지 않아 그것을 스스로 하고 있는 나는 이미 독배를 들이킨 뒤 일지도 모른다

독배
/ 201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