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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검어서 밖으로 나와요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 언덕 밑으로는

별이 잔뜩 떠 있어요

난 달밖에 없는데

손톱에 뜬 달을 보다

주먹을 펼치면

손바닥에도 그믐달, 초승달

달과 멀어지면 별과 가까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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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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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에테르를 부워 솜에
넣고 흔들어 쥐랑
쥐가 굴러다녀
멀미
괴롭지 멀미는
통을 놔둬

 

쥐는 얼굴을 쓸어
두 번 그리고 뻣뻣해져
통을 열어 아 냄새가 별로다
핀셋 꼬리를 들어올려
예쁘다 하얀 쥐야
손발은 고정해 내 말은
발발이어도 상관없어

 

다리가 짧은 가위야
쥐가 짧으니까
턱을 들어올리고 밑으로 내려가
공기를 자르는 것 같아
역시 다리가 짧은 가위야

 

근육도 열어
많이 본 것 같지
있잖아 사실 여기까지는 피가 안 나
신기하지
새끼 손톱이 콩콩 뛰어
실들을 다 잘라내고 핀셋으로 들어올려
더 작은 것도 같다
눌러봐 꾹 피가 나오네
하나씩 들어내
누런 게 있어서 건드렸더니
오줌이 터져 나와
코를 쏘네
어째 잘 참았어

 

텅 빈 쥐를 보니까
조금 그렇다
뭔 말인 줄 알지?
그래서 다시 넣어줬어
아 근데
아예 빈 건 아니고
궁금해 응
이마부터 다시
되게 말랑말랑하다 아기 같아 두개골이
아냐
아기 아냐
어른 쥐야 어른 쥐
어른 쥐라니까?

 

검색해봐 백쥐새끼
핑키래
좋아 핑키피딩으로
영상을 보자
포장된 분홍색 덩어리를
물에 넣어 녹여
말랑말랑하게

 

뱀은 한입에 삼켜 원래 그래

 

이어져 있는 영상들

핑키는 거머리한테도 먹히네
핑키 다음은 퍼지지

 

살아 있는 쥐가 먹혀
한입에 먹히는 것도 있고
다섯 동강이 나서 먹히는 것도 있어
두 시간이 지났네

 

두 시간이 지났어

 

으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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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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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내려앉아서 바람이 더 깊이 들어가
들어온 바깥바람은 너무 시려서
속이 울렁거려
뭉친 숨이 무거워
더 오래 품고 있을 수가 없었어
어깨에 힘을 빼고
꽉 쥔 두 손을 펴면
남아 있는 건 달 여덟 개
왼손에 그믐달
오른손에 초승달
나는 그만큼 넓지 못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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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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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더위란 그 정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위는 참 꾸준하게 닥쳐왔기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우리는 피부가 익어가는 것도 몰랐다. 익숙해진 탓이었다.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서로의 온도에 데는 줄 몰랐다.

 

어린 여름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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