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새벽
보석이 되려고 그렇게 아팠나 봐 [1]

내가 항상 바닷가에 가면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특이한 조약돌이나 조개껍질 찾기다. 당장 오늘도 오랜만에 바닷가에 놀러 가서 바닷가에서 보물찾기를 했다. 고작 조개 껍데기가 무슨 보물이냐 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사실 부모님도 내가 자꾸만 바닷가에서 뭔갈 주워오는 걸 탐탁지 않아 하시니까. 조개구이 먹고 나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게 껍데기 아니니? 하면서. 하지만 바닷가의 조개 껍질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 파도에 풍화되어 모난 구석 없이 매끄러운 데다 색도 크기도 모양도 저마다 달라 수집하는 보람이 있다. 돌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독특한 색을 가진 온전한(껍데기가 약해서 거센 파도를 여러 차례 맞으면 잘[…]

보석이 되려고 그렇게 아팠나 봐
/ 2021-06-05
서새벽
서른의 다경으로부터 [3]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하경 언니에게,   참 오랜만에 언니한테 편지를 쓰는 것 같아. 아니, 애초에 언니에게 말을 거는 것도 열다섯 살 이후 처음이지 아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꾸준히 성장하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월급도 나랑 고양이가 넉넉히 먹고 살 만큼은 벌어. 애인이랑 관계도 순조롭고 내년 즈음엔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은데 상황이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나 어릴 때 걱정했던 것처럼 백수가 아니야. 언니의 걱정처럼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라 사람들한테 놀림받고 탕비실에서 조용히 울음을 삼키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았어, 난.  십 년 넘게 연락도 없다가 왜 이제야 편지를 하는지,[…]

서른의 다경으로부터
/ 2021-05-16
서새벽
오월 반달 [1]

봄날 저녁 하늘에서  주황색 보름달이  뚝 떨어졌다 그걸 본 엄마가 달을 주워와 잘랐다 아무리 잘 자르려 애를 써도  하얗고 쓴 속껍질이 과육과 같이 썰려나가 오월 반달 위로는 때아닌 서리가 쌓였다 서리는 쓰고 차 동생과 나는 서리가 적게 붙은 주황색이 짙은 조각만 골라 먹었다 셋이서 달착지근한 주황 반달을 양껏 먹어치우자 서리만이 남아서, 오렌지를 다 자른 엄마의 튼 입으론 서리 쌓인 반달밖에 들어갈 줄 몰랐다

오월 반달
/ 2021-05-09
서새벽
너무 빨리 달리는 사람 [2]

도서관에서 시간을 예상보다 너무 많이 허비해 병원 가는 걸음을 빨리했다. 시계를 보니 3시 50분, 5분 거리 병원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었고 병원 건물 일 층 약국을 흘끗 보니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진료와 약 처방까지 십 분 안에 끝마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최고층에서 거북이처럼 느리게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진입한 병원은, 세상에, 만원이었다.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내 앞에 대기 중이었다. 6시면 학원을 가야하고 최소한 5시 4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숙제도 덜했기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계획이 전부 어긋나고 있었다. 다급히 엄마에게 전화해 내일[…]

너무 빨리 달리는 사람
/ 2021-03-26
서새벽
소리 [1]

※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폭력, 자살, 자해 등)

그 일은 아주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일어났다. 아주 우연히 일어났고 아무도 의도치 않은 일이니 어쩌면 실수에 더 가까울 일이었다. (거짓?)   우린 너무 어렸다. 열여섯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가 아니었다. 우리에겐 해야 할 공부가 있었고 꾸려가야 할 미래가 있었다. 그 미래에 출산은 단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사항이었다.  (확실한 진실)   –   열여섯 생일날 서로의 몸이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졌던 것은 결코 서로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현지유는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으려 애썼다. 초콜릿 케이크 때문에 약간은 달착지근했던 세 번째 키스와 조금은 야릇했던 좁은 방의 분위기도 결코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고. 그런데 어쩌면[…]

소리
/ 2021-02-25
서새벽
꾸준히 좋은 글을 쓰는 방법 [4]

아홉 살 때였을까? 국어 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소설 뒷부분을 창작해서 발표하는 수업을 했는데, 에이포 용지 크기의 종이에 글을 써야 했다. 그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어서 뒷부분을 지어내는 일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애초에 쓰고 싶은 것이 많았던데다, 글을 다 쓰고 보니 덧붙일 내용이 생각나고, 또다시 읽어보니 넣고 싶은 내용이 또 떠올라 계속 쓰다 보니 어느새 에이포 용지 한 장이 꽉 차버렸다. 나는 그 글을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고 선생님께 칭찬과 피드백-다 좋은데 목소리를 조금만 크게 했으면 좋겠다-을 들었다.    이 소설이 내 첫 소설이었지만, 아홉 살 때부터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꾸준히 좋은 글을 쓰는 방법
/ 2021-02-11
서새벽
2020 ver.2 [1]

김아윤과 이아윤은 대학교 일 학년 때 처음 만났다. 민지나 지영 같은, 결코 흔한 이름이 아님에도 둘은 이름이 같았다. 그래서 더욱 신기해했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몇 번 학식을 같이 먹고 대화를 나누다 아윤들은 서로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김아윤이 재수를 해 이아윤 보다 한 살이 많았지만, 김아윤이 만난 자리에서 말 놓는 것을 허락한데다 김아윤이 반년 정도밖에 일찍 태어나지 않았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졸업식 날까지 딱 붙어 다니던 아윤들은 아예 대학 졸업 후에는 같이 학원을 차렸다. 대출을 좀 많이 받긴 했지만, 한 달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달이 일[…]

2020 ver.2
/ 2020-12-26
서새벽
나는 조용히 아파요 (퇴고) [1]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이 어쩌면 나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고 처음 생각한 때는 작년 봄 무렵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읽었고, 관련 활동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작년에 처음 이사를 하고 나서, 내 방 베란다에 작은 정원까지 만들었다. 이사오기 전부터 식물을 키우고는 싶었지만 볕이 잘 들지않아 포기해야만 했는데, 이사 온 새 집은 남향인데다 통풍이 잘 되어 식물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식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오만하게 자부했고, 멋모르고 베란다 정원까지 만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들인 식물은 다육식물이었다. 식물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비교적 다루기 쉬운 식물부터[…]

나는 조용히 아파요 (퇴고)
/ 2020-11-14
서새벽
잠 못 이루는 밤 커서는 깜빡이고 (수정) [1]

몇 문장 쓰고 구석에 박아둔 문서들이 쌓이고 쌓여 기도에 달라붙어 숨 못 쉬게 만들었고   이제는 문서 하나를 찾으려 두세 번씩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니 불만스레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문서에 내려앉은 소복한 먼지는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준다.   내 또래 친구들이 쓴 완벽한 글들은 씁쓸하고 파괴적인 열등감을 자아냈다. 내가 너무 한심해 한숨도 쉬다   뭔가를 쓰고는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끝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앓는다.   매번 백일장에 글을 써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 하나 있다 선생님의 위로. '다음에는 잘 할거야 지호 글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그 위로는 진심에서 우러난 건지[…]

잠 못 이루는 밤 커서는 깜빡이고 (수정)
/ 2020-10-23
번호 컨텐츠
21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 하면 좋을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4] 서새벽 2021-06-16 Hit :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