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호
나는 조용히 아파요 (퇴고) [1]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이 어쩌면 나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고 처음 생각한 때는 작년 봄 무렵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읽었고, 관련 활동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작년에 처음 이사를 하고 나서, 내 방 베란다에 작은 정원까지 만들었다. 이사오기 전부터 식물을 키우고는 싶었지만 볕이 잘 들지않아 포기해야만 했는데, 이사 온 새 집은 남향인데다 통풍이 잘 되어 식물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식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오만하게 자부했고, 멋모르고 베란다 정원까지 만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들인 식물은 다육식물이었다. 식물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비교적 다루기 쉬운 식물부터[…]

나는 조용히 아파요 (퇴고)
/ 2020-11-14
윤서호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였으면 좋겠어 [3]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나는 정치 종교 같은 얘기를 조금이나마 읽고 싶지 않다, 하시거나 이런 얘기를 다루는 것이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저는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고 정치적 성향 또한 없는 사람입니다.    몇몇 이야기는 사건 흐름에 맞게 재구성하고 이야기를 넣고 빼기도 했습니다.            햇빛 때문에 눈을 찌푸렸다.  흙 속에서 싹을 틔우려 오랫동안 버둥거린 끝에 본 빛이었다. 잿빛의 구름을 뚫고 뻗은 빛이라 그리 밝지도 않았지만 눈부셨다. 나는 씨앗의 영양을 빼먹고 자라 싹을 틔웠고 살아남으려 기나긴 시간[…]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였으면 좋겠어
/ 2020-11-01
윤서호
잠 못 이루는 밤 커서는 깜빡이고 (수정) [1]

몇 문장 쓰고 구석에 박아둔 문서들이 쌓이고 쌓여 기도에 달라붙어 숨 못 쉬게 만들었고   이제는 문서 하나를 찾으려 두세 번씩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니 불만스레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문서에 내려앉은 소복한 먼지는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준다.   내 또래 친구들이 쓴 완벽한 글들은 씁쓸하고 파괴적인 열등감을 자아냈다. 내가 너무 한심해 한숨도 쉬다   뭔가를 쓰고는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끝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앓는다.   매번 백일장에 글을 써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 하나 있다 선생님의 위로. '다음에는 잘 할거야 지호 글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그 위로는 진심에서 우러난 건지[…]

잠 못 이루는 밤 커서는 깜빡이고 (수정)
/ 2020-10-23
윤서호
나는 조용히 아파요 [2]

초등학생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읽었고, 관련 활동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작년에 처음 이사를 하고 나서, 내 방 베란다에 작은 정원까지 만들었다. 이사오기 전부터 식물을 키우고는 싶었지만 볕이 잘 들지않아 포기해야만 했는데, 이사 온 새 집은 남향인데다 통풍이 잘 되어 식물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식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오만하게 굴었다. 처음으로 내가 들인 식물은 다육식물이었다. 식물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비교적 다루기 쉬운 식물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과 근처 다육식물 파는 곳에 가서 조막만한 다육들을 네 개 샀다. 집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것이[…]

나는 조용히 아파요
/ 2020-10-23
윤서호
사과와 사과 [2]

나는 사과 하는 게 참 어렵더라   미안해 잘못했어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인데 나는 그게 왜 그렇게 오글거리고 어색했을까 내 잘못 인정하기가 싫어서 그런걸까?   모르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건 쉽지만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   너무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이라 그런걸까 서로를 잘 안다고 자만해서 그런걸까 평소에 해본 적 없는 말이라 어색해서 그런걸까         떫은 사과를 한 입 베어물면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아 이걸 내가 먹는 게 아닌데   두 입째에는 고개를 갸웃하지 좀 시큼하고 떫다 근데 첫 입보단 낫네  […]

사과와 사과
/ 2020-10-23
윤서호
시 같지도 않은 시 [3]

몇 문장 쓰고 구석에 박아둔 문서들이 쌓이고 쌓여 기도에 달라붙어 숨 못 쉬게 만들었고   이제는 문서 하나를 찾으려 두세 번씩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니 불만스레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문서에 내려앉은 소복한 먼지는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준다.   내 또래 친구들이 쓴 완벽한 글들은 씁쓸하고 파괴적인 열등감을 자아냈다. 내가 너무 한심해 한숨도 쉬다   뭔가를 쓰고는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끝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앓는다.   못해도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데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어요. 고등학생이 되면 글 쓸 시간이 줄어들 텐데 시간 많은 지금  많이. 써. 놔야지.   글 나부랭이 쓴다고[…]

시 같지도 않은 시
/ 2020-10-06
15 질문 [2] 윤서호 2020-09-25 Hit : 101 윤서호 2020-09-25 101
윤서호
혀는 칼날보다 강하다고 믿는 소년 (수정) [1]

중3 1학기 기말고사 D-32   “아 어카냐. 이번 시험 망치면 엄마가 컴퓨터 부순다는데.” 정은이 핸드폰 게임에 집중하며 말했다.   “나도임. 안 그래도 저번 시험 망쳐서 영석이 단단히 화났던데. 이번 시험 조지면 어디 암매장 당할  듯.” 영석, 맞다. 영석 초 영석 중 영석 고 설립자 이영석.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아는 그룹 영석 그룹의 설립자 이영석. 영석 그룹은 영석 중공업, 영석 화학, 영석 교육재단, 영석 출판, 영석 제당 등을 아래에 둔 한국의 대기업이었다.  승빈 말을 빌리자면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밥 벌어먹고살게 해주는' 아주 대단한 기업이었다. 그 그룹의 사장이 승빈의 할아버지였고 아버지는 영석 교육재단[…]

혀는 칼날보다 강하다고 믿는 소년 (수정)
/ 2020-09-16
윤서호
이런 걸 위선이라 하는 걸까 [1]

못하겠어 진짜.  준혁은 케이지에 갇혀있는 토끼를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준혁이 안락사 시켜야 하는 토끼는 온순해 보였지만, 미세하게 몸을 떨고 코를 쉴 새 없이 벌름거리는 등 불안해 보였다. 다시 올 때까지 안락사시켜놔. 이것 하나 제대로 못 하진 않겠지? 윤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SFE(청정 동물실)를 나갔다.  토끼는 한 제약회사의 의뢰로 실시된 진통제의 안전성 실험대상이었다. 한 번에 끝내는 거야. 한 번에 끝내야 얘가 덜 아파.. 그렇게 속삭이며 준혁은 철창을 열고 토끼를 들어 올렸다. 토끼는 계속해서 몸을 떨고 쌕쌕거리며 숨을 쉬었다. 준혁은 토끼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끼의 발과 목을 고정한 뒤, 토끼에게 정맥주사를 놓았다. 토끼는[…]

이런 걸 위선이라 하는 걸까
/ 2020-09-15
윤서호
정의로운 하이에나 [3]

얼마 전, 몇몇 먹방, 뷰티 유튜버들을 필두로 뒷광고 문제가 터져 나왔다. 처음 뉴스 기사를 접했을 때는 이 사람 누구지, 누군진 몰라도 잘못했네 하고 그냥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뒷광고한 유튜버 목록이 늘어만 갔다. 그중에는 초등학생 때 즐겨봤던, 게임 방송을 하는 모 게임 유튜버와 가끔 보던 먹방 유튜버, 보진 않았지만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메이저 유튜버들이 대다수여서 깜짝 놀랐다. 그들은 회사로부터 광고를 받았지만 '내돈내산', 즉 자기가 직접 사서 쓴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이거나 영상에 '유료광고' 표시를 하지 않는 등 광고 사실을 숨기고 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다. 이렇게 소비자들을 기만하여 그들이 번 돈은 수십억이었다.[…]

정의로운 하이에나
김민지 / 202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