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
흐 른글 [1]

 그 누가 작가는 높은 에너지를 무겁게 쓰는 사람이라 했던가. 그래서인지 남들이 슬플 때면 힙합을 춘다며 농담을 주고받을 때 나는 방 안에 어두컴컴히 앉아서 글을 썼다. 꼭 낮이면 글이 안 써졌다. 에너지가 배로 가야 할 것이 폐로 간 것처럼 둥실 뜨기만 했다. 참 글은 쓰고 싶을 때 안 써졌다. 써야 할 때도 안 써졌다. 대신 기분이 축 처질 때 눈물 대신 흘렀다. 바로 지금처럼. 눈물 대신 흐른 글이 내 감정을 충분히 적시고 나면 글은 끝났다.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그 무언가도 남기지 않은 채로 보여줄 수 없는 글이 되어 노트 귀퉁이에 남았다.[…]

흐 른글
/ 201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