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체
별 헤는 곳(퇴고) [2]

희고 차가운 밤에 옆집 동생 순이와 함께 이름 모를 슈퍼 앞 평상에 누워 흰 별을 세었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밤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던 탓이다 방향을 잃은 동공은 머물 곳 없이 떠돌다가 흰 스케치북에 멈추게 되었다 순이의 손은 바쁘게 별의 외곽에 우주를 그려 넣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고 순이는 별도 추방당할 곳이 필요하다며 낮게 빛나는 별들을 소각하지 않고 모아 두고 있었다 별의 뒤편에는 아득한 우주가 있다 먼 곳으로 사라지려는 별을 묶어 두는 곳 빛도 놓친 별에게는 잠시 주마등이 스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밤의 한순간은 밝고 희다 결국 사라진 별을[…]

별 헤는 곳(퇴고)
/ 2020-09-20
망상체
늦은 밤 랩소디 [2]

희고 차가운 밤에 옆집 동생 순이와 함께 이름 모를 슈퍼 앞 평상에 누워 흰 별을 세었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밤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탓이다 방향을 잃은 동공은 머물 곳 없이 떠돌다가 흰 스케치북에 멈췄다 순이의 손은 바쁘게 별의 외곽에 우주를 그려 넣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고 순이는 별도 추방당할 곳이 필요하다며 죽은 별들을 소각하지 않고 모아 두고 있었다 별의 뒤편에는 아득한 우주가 있다 아득하게 아득하게 사라져가는 별을 묶어 두는 곳 죽은 별에게는 잠시 주마등이 스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밤의 한순간은 밝고 희다 죽은 별을 기억하기 위해 잠시 투쟁하는 것이다   방향을 잃은 동공이 뚜렷해진다 하늘에게로 우주에게로 별의 뒤편에게로 어느새 순이는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러다 눈을 꼭 감았다

늦은 밤 랩소디
/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