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4) 딸년

딸년  벌써 점심나절이 지나 있었다. 옛 집에서 실랑이질을 벌인 게 인부들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 아니었다. 새 집으로 짐을 올리는 일은 점심을 먹은 뒤라야 될 것 같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박스를 찾은 영감땡감은 입맛이 동해 아까부터 밥 타령이다.  “이사하는 날은 자장면도 맛있고 짬뽕도 맛있어.” 아침을 헛손질하다 말았으니 시장할 만도 했다. 그렇다고 체신머리 없이 딸년 앞에서 밥, 밥 해대는 것은 우세스럽다. 어떤 극심한 고통일지라도 제 안에 두고 잘 내색하지 않는 딸년이다 보니 자식이라도 어쩔 땐 어렵다. 사위 일만 해도 그렇다. 그토록 마음고생이 자심하면서도 제 그늘 아래에다만 두었다. 요새 젊은것들 같으면[…]

훈장 (4) 딸년
고봉준 / 2005-05-21
훈장 (3) 영감땡감

3. 영감땡감 바깥 베란다 창고에서 인부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기 좀 와보세요. 이게 뭡니까?”  매직펜으로 ※조심※이라고 휘갈겨 쓴 낡은 박스 두 개를 조심스레 가리킨다.  “뭐 그냥 그렇고 그런 거예요.”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려는데 어느 결에 뒤따라왔던지 영감땡감이 깜짝 반색을 한다.  “어? 그게 거기 있었어?”  인부가 창고에서 나온 짐은 창고짐 쪽에 함께 두는 게 원칙이라고 하자 아무 소리 말고 무조건 갖고 들어오라고 인상을 쓴다. 거실 인부가 짜증스레 뭔데 그래? 묻자 나도 몰라, 아따, 똥깨깨나 무겁네, 끙끙대며 들여놓는다. 영감땡감이 거실 인부의 칼을 집어들었다. 하나라도 묶고 싸기 바쁜 와중에 펼쳐놓고 보겠다니 거실 인부가 얼굴을 찡그렸다.[…]

훈장 (3) 영감땡감
편혜영 / 2005-05-21
훈장 (2) 딸년

 2. 딸년  어제는 무슨 비가 그리도 여름 장마비처럼 쏟아지던지. 다행히도 오늘은 해가 나, 날이 쨍하기는 하지만 비 끝에 바람이 차다. 나무들마다 잎새를 죄 떨구고 가지 사이가 텅 비어 있다. 그 하루 비에 맥을 못 추고 그 좋던 이파리들이 절단 나버렸다. 은행잎은 노래서 예쁘고 갈잎들은 붉어서 예쁘더니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꼭 영감땡감 짝이다. 잎들이 지고 나니 그 동안 나뭇잎에 가려 뵈지 않던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헌 침대, 고장난 청소기, 깨진 유리, 스티로폴, 썩어 한 줌 흙도 못 될 기구한 운명들 일색이다. 닳고 헐고 고장나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 판에 풍찬노숙에 시달려 하고 있는 꼬락서니들이[…]

훈장 (2) 딸년
고봉준 / 2005-05-21
번호 컨텐츠
12 제10회 전국 청소년 민속백일장 (민속박물관)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49
11 전국고교문예백일장(원광대)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97
10 전국고교생백일장 (공주대)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57
9 2005년 전국 소월문학 백일장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102
8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2005년 5월의 책중 청소년 분야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37
7 간행물 윤리위 2005년 5월 청소년추천도서 목록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105
6 전국고교문예현상공모 (경희대) [0] 웹관리자 2005-05-21 Hit :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