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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람 [1]

너는 네가 산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겠지 희귀하고 진귀한 삼산들과 몸을 섞고 꼬불꼬불 고사리와 뽀송뽀송 송이버섯 싱그러운 나무를 안고 사박사박 갈비들을 밟으며 우람한  바위를 한아름 안았다고 생각하겠지 아침에 눈을 뜨면 수탉의 울음소리보다 우렁찬 태양을 맞이하고 강가로 나가면 오리들과 수영을 즐기는 거지 따끈따끈하게 모닥불 피워놓고 우적우적 오리고기 물고기를 맛있게 먹는 거야 심심하면 나무에 올라가 새알도 훔치고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새끼들을 놀아주기도 해 너는 네가 산에서 난 아담이라 생각하겠지 깎은 지 이십 년은 된 수염으로 온 산기슭에 위상을 떨치고 있다고 말이야 꼬불꼬불한 라면을 먹고 cctv를 피해 구석에 누워 박카스 한 통을 손에 쥐고 진귀한 것 좀[…]

산사람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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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1]

오랜만에 바다에 갔다. 시원하다. 서늘하고 개운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친다. 하늘은 항상 그렇듯 푸른색이다. 바다는 고요해서 좋다. 도심 속 차량, 사람들, 현란한 불빛과 귓전을 때리는 굉음이 이곳에는 없다. 복잡하고 피로한 인간관계, 가족, 회사도 없다. 바다는 끝없는 침묵만 품고 있을 뿐이다.   회색 파도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하얀 포말을 만들어낸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사각사각한 모래 질감이 감각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진다. 쪼개진 스티로폼 부표와 톡토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해조들, 맥주병과 소주병 그리고 다채롭게 산산조각난 플라스틱 조각들이 해변가로 쓸려온다. ‘해수욕 금지’라 적힌 낡은 표지판과 방파제 주변으로 가득 쌓인 쓰레기들이 바람에 덜그럭거린다. 겨울이라 사람들은 없다. 철썩대는[…]

심해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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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1]

저는 이제 우울과 불행보다 기쁨과 행복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하늘 별 달 해 집 가족 동물 항상 보이는 것 말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흙이 묻은 신발 책에 꽂혀있는 책갈피 땅에 떨어져 멍이 든 모과 도심 속 까마귀 부모와 새끼 끊어진 기타 줄 부러진 연필 심 액정이 나간 전화기 구석에 뭉친 먼지덩어리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들 너덜너덜해진 손수건 식상하다고요? 그건 당신이 익숙한 것에 물들어져 있다는 반증입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십시오 날카로운 종이에 베인 손가락 한입 먹고 버린 도넛 서울역 앞 노숙자들 참치캔을 게걸스레 먹는 고양이 쌓이지도 않는 눈 바람 빠진[…]

주목
/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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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님께 [1]

안녕하세요 김예지 님. 갑작스레 편지를 받게 되어 적잖이 놀라셨을 것 같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만약 이 편지를 읽으시게 된다면 말이지요. 읽지 못하시더라도 저는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님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디 꼼꼼히는 아니어도 읽어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 일 없는 휴학생이었습니다. 열여덟 살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하고,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어쩐지 대학 공부는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제가 게을러 공부를 싫어한 것일지 모르지만, 국어는 배울수록 별로 배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억지로 배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문학보다 다른[…]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님께
/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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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 저 사람들을 보세요 큰 소리를 외치며 팔을 휘젓고 있어요 무엇이 저들을 움직이게 만든 걸까요 초점 잃은 눈동자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고 말해요 어머니 저는 궁금해요 어릴 때 예배 드리고 찬송가와 성경을 예찬한 건 누구를 위해서였나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름만 거창한 분과 아버지와 우리를 맞바꾼 건가요 아니면 스스로의 안식과 평화를 위한 방패였나요 어머니 나는 몰랐어요 내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믿음이 부족하다 하지만 난 믿고 싶어도 믿을 누군가가 없는 걸요 기대고 싶어도 기댈 수 없어 그저 앞만 보고 돌진할 뿐 하늘 위에는 관심이 없는 걸요 이제는 알아요 당신이[…]

/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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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ROBOT [1]

난 어쩌면 지친 걸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 수많은 말 수많은 정보 수많은 날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가려진 침묵들이 나를 힘들게 해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어 이젠 시골로 산골로 숲속으로 돌아갈 수 없어 원망스런 당신으로 인해 칙칙한 감옥에 갇힌 나 나를 꺼내줄 누군가 산뜻하고 싱그러운 공기를 한아름 안고 풋풋한 봄향기 풍기며 다가올 이 시대의 구원자는 없는 것일까 그래 나는 어쩌면 체념한 걸지도 몰라 수많은 거리 수많은 시간을 거쳐도 돌아오는 건 매몰찬 대답들 자비 없는 언어들 시끄러운 굉음 소음들 쉴새 없이 내던져지는 죽음들 쓰레기를 먹고 사는 고래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간[…]

CITY ROBOT
/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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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행 [1]

떠나고 싶다 바다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으로 하늘 맑은 태평양 너머로 태양이 기다리는 곳으로 돈 직장 가족 집 이 모든 것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대와 함께.

영원한 여행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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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대처럼 살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도 나도 늙는걸 결국엔 사라져 흩어지는걸 그대처럼 살고 싶어요 우주에게 빛을 주는 당신처럼 나도 세상을 위해 빛을 줄래요

/ 2019-10-15
번호 컨텐츠
67 Research Paper Topics – A Few Suggestions on How To Choose The Ideal Issue [Research Paper Topics – A Few Suggestions on How To Choose The Ideal Issue에 댓글 닫힘] 모로 2021-04-17 Hit :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