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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여자 [1]

(글틴 시스템에 글자 색 바꾸기가 없어서, 한글 파일을 첨부합니다. 파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설 쓰는 여자       나는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상상력이 메마른 것일까, 감성이 결여된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써내려가다 도입부에서 멈추고,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몰라 답답해하며 길 잃은 망아지처럼 헤맨다. 소설 쓰기의 처음은 주제 정하기인데 몇 달이 지나도 이렇다 할 착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 나타나도 머릿속에만 머물 뿐 종이 위에 구현되지는 않는다. 억지로 한 자 한 자 써 봐도 속도가 느려 어느새 공모전 기한은 지나가 버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써지지 않는 것일까. 소재 선택의 잘못인가. 책을[…]

소설 쓰는 여자
/ 20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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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1]

그레고리 씨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마흔 살이 되어있었다 침대 위에는 웬 흉측하게 생긴 물체가 누워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레고리 씨는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팔에는 수북이 털이 나있었고 머리에는 듬성듬성 하얀 머리칼이 솟아있었다 끔찍했다, 그는 한 마리 중년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턱에 뾰족뾰족하고 거칠거칠한 수염이 런닝셔츠 뒤에 출렁출렁한 뱃살이 축 처진 눈동자 두 개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이 그레고리 씨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모르는 사이에 언제 변신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사지 멀쩡한 바퀴벌레였는데 큰일 났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그레고리 씨, 국세청에서 왔습니다 열어주시죠 아니, 국세청이라니? 그레고리 씨는 목이 콱 막혀 저, 사람[…]

변신
/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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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1]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저기 혹시, 하은이 바꿔주실 수 있어요? 하은이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전화 잘못 거셨어요. 끊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이거 분명 하은이 전화번호 맞거든요? 글쎄 하은이라는 사람 모른다니까. 다른 번호로 걸어보세요. 하은이 전화번호 맞다니까요, 모른 척 마시고 한번만 바꿔주세요, 네?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진짜 딱 한번만, 더도 말고 딱 한번만 바꿔주세요. 하은이 목소리 듣는 게 소원이에요. 제발요. 휴… 알았어요. 대신 더 이상 전화하지 마세요. 오늘로 이 번호도 바꿀 거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겁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어서 바꿔주세요. (정적) 얘, 하은아, 전화 왔다. 받아라. 여보세요? 하, 하은아. 내 말 들려? 언니야.[…]

단막극
/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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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니까요 [2]

가끔씩 사람들은 우리에게 참치캔을 따주곤 합니다 아이구 귀여워라 불쌍해 맛있게 먹어 몇 마디 툭툭 내뱉고는 아무렇지 않게 갈 길 갑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아는 걸까요 우리에게 참치캔은 필요 없습니다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어요 그게 야생에 사는 들고양이의 의무이자 필연이니까 굳이 주지 않아도 되요 피해만 불러일으킬 뿐 생태계를 파괴하고 밤마다 주민들을 소음에 시달리게 한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모르겠죠 짐작조차 못하겠죠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우리에게 화난 주민들은 우리의 수를 줄이려 대책을 강구하고 우리를 사랑한다고 자칭하는 고양이 애호가들은 역지사지 동물을 사랑해야한다 반대 시위하고 부딪히고 결국 서로 싸우게 되잖아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가요 한순간[…]

괜찮다니까요
/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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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씁쓸한 이별 노래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2]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할까. 18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가족의 사랑만 듬뿍 받아온, 타인에게 사랑을 많이 줘본 적 없는 나에게 박소란 시인의 사랑은 어렵고 난해하기만 하다.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9p)고 원망 담긴 시선을 보내면서 때로는 “경아, 너 혹시 듣고 있니? 나 지금 촉촉이 젖었는데 와서 좀 빨아줄래?”(55p) 하며 답장을 보내고 “거기,/거기 잘 있습니까”(77p)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물론 저마다의 시가 가진 속뜻은 매우 다르면서 똑같고 멀지만 가깝다. 이 시인이 말하려는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 절대적으로 불가해한 타자의 마음? 이미 떠났지만 지금도[…]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씁쓸한 이별 노래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 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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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나 [3]

저는 모태신앙인입니다. 흔히들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부모가 신앙인이면 나 자신도 신앙인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렴 상관없습니다. 이제 와서 불교나 천주교로 개종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답니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항상 교회에 관한 글쓰기를 거부해왔습니다. 일전에 교회를 다룬 소설을 쓴 적이 있었는데 사실 소설이라 부르기엔 아리송한,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애매하고 문장도 구성도 다분히 어설픈 글이었지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옛일이 회고되면서 자신감이 붙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저와 교회에 관해 본격적으로 전기를 써보려 합니다. 다소 어색하고 두서없어도 이해해주실 줄 믿습니다. 잠깐, 믿는다고 하니 꼭 하느님을 믿으라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혹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 글은[…]

교회와 나
/ 2018-12-18
46 글틴에 오신 분 모두 환영합니다! [0] 모로 2018-12-12 Hit : 21 모로 2018-12-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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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고서는 울 수 없다 [1]

여러분, 들어보십시오 나는 감성이 메마른 사람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부고를 듣고도 아무 감정 없고 어머니가 죽어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여러분, 상상해보십시오 감정이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눈물 없고 슬픔 없고 애환 없는 여러분, 보십시오 그 어떤 사회적 개인적 고통을 겪어도 아무런 감정도 감각도 없습니다 나는 로봇인가요 감정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던가요 여러분, 저는 아파도 아프지 않고 슬퍼도 슬프지 않고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습니다 칼로 찔러도 총을 쏘아도 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저는 무섭습니다 감정이 없어 저는 무섭습니다 여러분, 저는…

울지 않고서는 울 수 없다
/ 20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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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다 – [브레이브 원]을 감상하고 [1]

    우리는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살아간다. 생각하는 나, 밥을 먹는 나, 잠을 자는 나를 가슴속에 품은 채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불행하게 오늘을 산다. ‘나’는 ‘나’다. 또 다른 나, 내 몸을 대신할 수 있는 제2의 자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플갱어 같은 미지의 생명체는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간주되거나 신화적 동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러나 간혹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다중인격자라 불리는 그들은 자신이 나 혼자만이 아닌 나와 같은 얼굴을 지녔지만 나와는 다른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떤 때는 괴팍하고 사나운 모습의 나로 또 어떤 때는 상냥하고 가냘픈[…]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다 - [브레이브 원]을 감상하고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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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2]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왜 말이 없냐고. 대답 좀 해보라고. 그러나 말을 할 수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위축되어버리는데. 나는 이 빌어먹을 성격을 고치고 싶다. 한 동네 사는 다른 친구들은 질세라 사람들 앞에 당당히 마주서서 자신의 빛나는 모습과 기품 가득한 면모와 개성 넘치는 장기를 펼쳐보이곤 하는데 나는 항상 그림자 뒤에 숨어 타인의 눈치만 살핀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고 말을 건네지만 나는 입 한번 벙긋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아서 내가 별 훌륭한 위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구시렁거리며 떠나간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엔 복잡 미묘한, 이상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나도[…]

침묵
/ 201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