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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로봇 [1]

      2036. 1. 1   저는 그날 아침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어머니를 놓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여기서 제가 말하는 ‘잃어버렸다’는 표현은 ‘물건을 잃어버렸다’와 같이 가벼운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추운 겨울날, 거리를 스쳐가는 사람들은 옷을 하나하나씩 더 껴입었습니다. 새해를 맞은 그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려졌지만, 나의 얼굴에는 차가운 바람이 때린 자국만 새겨질 뿐이었습니다. 저는 옷을 세 겹이나 껴입었음에도 목도리를 뚫고 들어오는 추위에 못 이겨 어머니의 손을 더욱 꼭 잡고 걸어갔습니다. 차디찬 바람 사이로 묵묵히 걸어가는 어머니는 전혀 추위를 타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입을 꾹[…]

슬픈 로봇
/ 201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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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 [1]

나는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이 싫고, 세상이 싫으면 사람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해야지 나를 죽일 필욘 없잖아요 돈이 허무하고 명예가 허무하면 돈을 포기하고 명예를 포기해야지 나를 저버릴 필욘 없잖아요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랑도 지치고 삶도 지치면 사랑을 버리고 삶을 버려야지 나를 던질 필욘 없잖아요 사람이 싫으면 사람을 죽이세요 세상이 싫으면 세상을 죽이세요 돈이 싫으면 돈을 죽이세요 명예가 싫으면 명예를 죽이세요 사랑이 싫으면 사랑을 죽이세요 삶이 싫으면 삶을 죽이세요 나를 죽이고 싶으면 나를 죽이지 마세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잖아요 나를 죽이려는 게 아니잖아요 나를 죽이면[…]

타살
/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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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패 [1]

좋페 모르는 나를 패, 나는 마조히스트니까 좋탐 모르는 나를 탐해, 나는 관심종자니까 인터넷 용어 모르는 나에게 in해, 나는 쾌락주의자니까 십대 용어 모르는 나를 욕해, 나는 십할놈이니까   좋페가 뭐냐고? 너를 좆나게 패주지 좋탐이 뭐냐고? 너를 좆나게 탐하겠어   요즘 유행을 모르는 나는 문찐이야, 왕따야 요즘 말을 모르는 너는 십대 맞니?   모르겠으면 인터넷을 찾아봐 이 세상에 인터넷은 기본이야 필수야 컴퓨터를 쓰면 인터넷을 알아야지 인터넷을 쓰면 인터넷 말을 알아야지   그래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무지몽매해요 좋페도 좋탐도 탐라도 제주도 탐라 아닌가요   좋페를 모르고 좋탐을 모르고 인터넷 용어를 모르고 십대들이 쓰는[…]

나를 패
/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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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페 모르는 나를 패 [1]

    요즘 십대들이 쓰는 말은 어렵다. 나도 십대인데 십대들이 쓰는 말을 보면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환경 차이, 문화 차이라 생각하고 싶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십대 친구들이 게시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일 년 전인가 한 친구가 '좋탐'이라는 글을 올려놓은 적이 있었다. 난 '좋탐'이라기에 '아, 좋담.', 그러니까 '좋다'는 의미인줄 알았다. 물론 그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몰랐고 그저 추정한 것이었다. 나처럼 의아해한 사람이 있어 "좋탐이 뭐야?"하고 댓글을 달았는데, 다른 이용자가 '좋아요 탐라'라고 답변했다. 나는 '좋아요'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탐라'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뜬금없이 지역 이름이 나온 게 아닌가.[…]

좋페 모르는 나를 패
/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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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 속에서], [감정이 있는 심연]에서 나타난 해방과 사랑 [1]

한무숙(韓戊淑, 1918~1993)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소설가로 유명하다. 그의 대부분 작품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성차별에 대한 반대의식이 강하지만, 한무숙의 모든 소설이 여성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무숙 작품집>에 실려 있는 해설은 ‘성적 불평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해석하지만, 필자는 한무숙의 세계관이 단순히 성차별에 국한되지 않고 사랑의 본질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본고는 작품집에 실린 <대열 속에서>와 <감정이 있는 심연>으로 두 작품이 함유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대열 속에서>는 전쟁으로 빚어진 갈등과 분열이 주인공 ‘명서’와 친구 ‘창수’를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다. ‘명서’는 어렸을 적 전쟁으로 인해 ‘창수’와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뒤틀린 마음을 품고[…]

[대열 속에서], [감정이 있는 심연]에서 나타난 해방과 사랑
/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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꽐라 [3]

난생처음 술에 취했다 취하고 싶어한 건지 마시고 싶어서 취한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어질어질하다 버스에서 토했다. 토사물이 튀어 옆사람에게 튀었다. 그는 눈을 있는 대로 부라리고 온갖 지랄은 다 한다 배상비로 이만 삼천 원을 날렸다. 형이 나를 부축한다. 술 마신 꽐라가 되었니, 술 마신 꽐라가 되었니…… 나는 형을 몇 년 만에 안아본 걸까 새벽을 깼는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쳤구나 다음날 일어나서 뭐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술 취한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이 말을 못했다.

꽐라
/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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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칠년 팔월 십삼일 일요일 [1]

한무숙 소설 독후감을 써서 응모했습니다. 서평처럼 한자말 잔뜩 넣어 쓰긴 했지만 작년보다 실력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작년, 재작년 독후감은 어색한 문맥과 비문이 조금씩 보이는데 올해는 그런 미숙한 부분이 적어진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수식을 줄이고 내가 할 말만 전달하는 능력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럭저럭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증표겠지요. 요즘 숙제가 많이 쌓여 초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어쩌면 숙제라기보다 목마른 지성과 교양을 욕심껏 채우려는 충동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요. 이탈로 칼비노 소설 <우주만화>는 예전에 민음사 전집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꼈던 칼비노의 첫인상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었지요. <우주만화>는 아직도[…]

이천십칠년 팔월 십삼일 일요일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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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아침이다. 나의 하루는 아침에서 열려 아침에서 닫힌다. 눈을 뜨는 순간 변함없는 일상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맞이한다. 나는 무거운 머리를 힘겹게 일으킨다. 알람은 필요 없다. 나는 내가 일어날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두뇌는 언제나 순차적인 흐름을 따를 뿐이다. 나는 침이 묻어 축축해진 베개를 바라본다. 정상적으로 일어났다는 증표다. 화장실이 나를 부른다. 물은 시원하다. 빙판 같은 수돗물이 흐릿한 정신을 세차게 후려친다. 눈꺼풀이 그제야 떼어진다. 화장실은 자신의 직분을 모두 수행한 것을 깨닫고 나를 내보낸다. 몸이 옷장으로 이끌린다. 잠옷이 나를 갈아입힌다. 내 몸이 겉옷에 들어간다.[…]

하루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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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대 눈 속에는 분명 눈이 있겠지 하얀 소복눈 위에는 분명 눈이 있겠지 차가운 차가운 가운데에는 분명 검정이 있겠지 검정 안 검정이 있겠지 참 신기하지 않을까 흰 눈에 검정 있으면 그대 눈은 하얀데 널 보는 눈은 하얀데 검정이 있음은 무슨 까닭일까 하얀 위에 검정을 파고들면 하얀이 있을까 그대 하얀 가운데에는 검정 눈이 있을까 하얀 눈이 있을까 하얀눈 검정눈 소복이 쌓이면 널 보는 눈이 있겠지 날 보는 눈이 있겠지 하얀 가운데 널 보고 검정 가운데 널 보겠지   봄이 가면 눈을 본다 아니 겨울 가면 눈을 감나 눈썹을 치켜뜨고 하늘을 보면 검정이나[…]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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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수정 부탁드립니다 [1] 모로 2017-10-03 Hit :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