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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피노키오, 혹은 우리는 피노키오 – 빈슐뤼스 [피노키오]를 읽고 [2]

피노키오를 처음 접한 것이 애니메이션 <피노키오(Pinocchio, 1940)>를 감상했을 때였다. 당시엔 너무 어려서 아무 생각 없이 봤겠지만, 몇 년 지나고 열 살이 넘어간 후 보자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니, 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에 저런 장면이 있었나, 피노키오가 담배를 피다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배경도 칙칙해서 정말 내가 알던 애니메이션 피노키오가 맞나 싶었다. 그러나 원작은 더했다. 디즈니에서 그나마 순화한 것이었다. 피노키오는 말하는 귀뚜라미를 망치로 때려죽이는가 하면, 자신을 조롱하는 학생을 두꺼운 책으로 내리친다. 그밖에도 피노키오는 다방면적으로 범죄와 악행을 저지르지만 어디에도 순수한 아이처럼 '착한' 모습은 없다. 비록 이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타며 급진적으로 변모했지만, 카를로 콜로디의[…]

우리와 피노키오, 혹은 우리는 피노키오 - 빈슐뤼스 [피노키오]를 읽고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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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에 관하여

근래 나는 독후감에서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일 년 전 글과 올해 글을 비교해보니 일 년 전 글이 더 뛰어나 보인다. 수필에서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아도 내가 좋아하는 독후감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어려운 한자말만 더 활용하게 됐지 알맹이는 텅텅 빈 것 같다. 무엇보다 예전의 '읽고 바로 쓰기' 능력이 감소했다. 예전엔 감명 깊은 책을 읽고나서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라 바로 썼는데,(끝내고 나면 결과가 좋게 나와 뿌듯했다) 지금은 그 기운이 휘발된 것 같다. 재미있는 책을 읽지 않아서인가… 며칠 전에 쓴 장정일 독후감도 성에 차지 않는다. 너무 대충 써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 독후감은 죄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은 별 거 없었던 듯하다. 어디서 발굴한 한자말만 그럴싸하게 집어넣고 동생 말대로 '있어[…]

독후감에 관하여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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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2]

저를 발견했다면 부디 앉아주시겠습니까?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당신의 엉덩이가 한번 닿는다고 해서 부서지지는 않을 겁니다. 오래되긴 했어도 재질은 고급이라 한번쯤 앉아볼 만합니다. 먼지야 털면 그만이고요. 거미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몸에 기생해 실을 자아내던 거미는 이사를 간지 오래거든요. 혹 거미줄이 옷에 달라붙을까 걱정된다면 저쪽에 빗자루가 있으니 가져오십시오. 먼지와 함께 멀리멀리 쓸어내면 그만이랍니다.   자, 준비됐으면 한번 앉아보시지요. 나무라서 딱딱할 것 같다는 편견은 버리십시오.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워지는 법입니다. 제 예상과 달리 딱딱하다 하더라도 당신은 살이 푸짐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앉으면 무너질 것 같다고요? 너무 근거 없는 추측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소원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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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지 못한 앵무새

협성독서왕 독후감대회를 포기했다. 쉽게 쓰여지리라 생각한 <앵무새 죽이기> 독후감이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다. 책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였다. 전개는 너무나 평이했고 이전 세계 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투성이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꼬마 니콜라> 같은 범작과 비슷한 용모를 띠지만, 그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학교 권위적인 교육 방식, 흑인 인종차별 등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 부조리적 요인들을 풍자했지만 그런 유의 매체가 너무나 많은 지금에 <앵무새 죽이기>는 단지 평범한 성장소설에 지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흐름이 늘어질 때도 있고 납득하기 힘든 대목도 있어 도통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결국[…]

죽이지 못한 앵무새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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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 괴상함의 매력 [1]

2017. 8. 3   며칠 전에 장정일 장편소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손에서 놓았다. 이 작가 작품이 으레 그렇듯 등장인물은 대부분 엉뚱하고 괴상망측한데다, 배경은 하나같이 만화적인 기괴함을 풍긴다. 남성 성기가 점점 커져 우주로 날아가 행성을 폭파한다는 이야기가 어지간히 재미있는지,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썼던 말을 그대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는 약간의 실험적 특성을 띠고 있는데 앞 대목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는 점에서, 작가 후기에서 나온 것처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루한 고문'처럼 느껴지지만 진행될수록 흥미를 유발해 눈여겨볼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전작 <너에게 나를 보낸다>보다 흥미로웠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곳곳에 삽입된 지식의 흔적이[…]

장정일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 괴상함의 매력
/ 2017-08-17
6 제 계정이 생겼습니다~ [3] 모로 2017-07-27 Hit : 98 모로 2017-07-27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