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심장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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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심장박동

 

 

병아리 감별사의 손에서

툭툭 쓰러져가는 노란 것들,

병아리들은 죽어갈 것, 금방 죽을 것, 건강한 것들로 나뉘어서

분쇄기에, 문구점 앞 병아리 장사의 상자에, 닭 농장에 보내진다

 

감별사의 손에는 작은 심장이 달려있다

아슬아슬하게 숨이 붙어있는 병아리처럼

아슬아슬하게 뛰고 있는 작은 심장,

엉덩이를 들어서 알을 낳을 것들을 찾다가

작은 심장이 멈추면

눈이 감기고 떠다니는 기억들이 머리를 부리로 쪼아댄다

 

청심환 하나를 꼭 먹도록 해

먼저 온 감별사 선배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심장이 아프잖아

아파서 눈물이 흐르잖아

눈물이 떨어지니까 목마른 병아리들이 받아 마신다

 

분쇄기를 탈출한 병아리를 데려다가

방안에 하나 둘 채워갔다

발에 밟힌 수많은 병아리들을 방안에 가득 찬 노란 것들로 잊어갔다

노란 것들, 바나나, 저 둥근 전구도 노란색이잖아

따뜻한 전구가 털을 힘껏 부풀린 병아리들을 데운다

졸린 눈으로 꾸벅꾸벅 왔다갔다 그러다가 풀썩 쓰러지는 병아리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분쇄기에 들어갔어야 할 병아리는 삼일을 넘기지 못했어

신발에 뭍은 병아리 시체조각들이

방안에 흩뿌려져있다

이제는 병아리를 데려오지 않을 거야

 

방안에 사료들이 차있다

밥을 지어먹어도 되겠는데,

농담하는 친구의 말에 압력밥솥에 사료를 몽땅 부었다

그리고 먹었다 먹다가 토하고 토한 것을 먹었다

병아리가 되고 싶어,

손에 달린 심장이 아슬아슬하게 뛰고 있다

일정한 심장박동, 나는 살아있는 게 싫어서

병아리를 감별하고 감별하고 감별하다가

손을 자르고 심장을 도려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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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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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옹이

 

 

맑다고 소문난 우물을 마시러 왔더니

우물보다 하늘이 더 맑다

약한 중력으로 운석들을 끌어들이더니

산에 사는 나무보다 더 큰 옹이를 가지고 있는 달,

보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상처가 안보여서 다행이라고

아니, 어쩌면 더 슬프기도 했다

입 꼬리 올린 초승의

불어터진 입,

건어물 전에서 생선 파는 어머니나

꽃집에서 묘목 파는 아버지의 휜 새끼손가락을 닮은 것,

그게 참 아려서

우물에 비친 달을 뜯어먹었다

누구의 눈물로 만들어진 우물일 거라고 단정했다

마실 때마다 속에선 기쁨이 우물처럼 난다

 

하늘 올려보는 게 두렵다

너무 맑아서, 치부를 들킬까봐

옹이자국투성이 달이 너무 아파보여서

그때처럼, 시장을 벗어나고 꽃집을 피해 다니던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다

 

지구의 상처를 달이 안고 사는 거라고 말했다

당연한 게 아닌데 알지 못해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고 위로해줬어야 했는데

우물에 비친 달을 보고서야 알았다

옹이투성이 달, 하늘, 누구네들의 상처가

물을 한 잔 더 마셨더니

속에서 우물처럼 슬픔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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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다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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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다란 나무

 

 

제 키보다 한참이나 큰 나무를 보면

가지마다 나있는 상처를 볼 수 있다

새의 발톱에 긁혔거나

부리로 쪼아댄 흔적이

바람 불어댈 때마다 신음소리를 낸다

 

언젠가 한 청년이 목매달아 죽었다는 소문,

사람들은 소문에 홀려 나무를 볼 때마다 리본을 걸어준다

간간히 리본에는 글귀가 쓰여있다

시인이 된 사람들이 적어놓은

꾹꾹 함축 시켜 놓은 시어들이

노란 리본을 거멓게 만들 정도로 꽉꽉 차있다

 

귀신들린 나무,

 

누구는 무당을 불러 재를 지내기도 한다

죽은 청년을 추모해 주기 위함은 아니다

큰 나무에는 귀신이 들린다며

애써 죽은 청년을 모욕하는 재,

무당이 소문의 근원지인 밧줄을 잘라내면

툭, 리본들이 흩어지며 떨어지고

무당의 방울은 요란한 소리를 낸다

 

밧줄이 걸려있던 가지에는 상처가 남아있다

새의 발톱이나 부리보다 큰 상처가

청년의 죽음이 새한테 업혀 날아갔지만

제 키보다 큰 나무한테는 남아있는 것이다

뚝뚝, 눌린 가지에서 수액이 나온다

나무가 죽음만큼 아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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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사는 사람 – 콩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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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사는 사람

-콩벌레

 

 

어디서 얻은 핫팩을 가지고

그렇게 몸을 둥글게 마는 사람

누가 막대기로 툭툭 건드릴 때면

오히려 미안, 내 얼굴이 더러웠니?

 

콩, 하고 누가 말하면

혹시 날 아는 사람일까 싶어 내민 얼굴,

지나간 사람마다 나를 쳐다본다 아니, 무시한다 아니, 막대기로 툭툭 건드린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핫팩을 가슴팍에 붙였다

약간의 온기,

누군가의 체온이 묻어있는 게 참 아련하다

몸을 둥글게 말아 발가락까지 데웠다

 

느릿느릿 살아가는 노인도

제 몸 하나 들어갈 집은 있었다

내가 한 번 뺏어볼까,

끈적끈적 누린내를 가진 노인의 집에

누구도 발을 드리려 하지 않는 걸 안 후로

나는 노인보다 낮은 곳에서 살기로 했다

나는 핫팩이 있으니까,

같잖은 위안을 했다

 

몸을 둥글게 말아 언덕을 구르면

어떤 사람은 재밌다고 웃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징그럽다며 자리를 피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나 같은 거에도 불쌍하다며 웃는 아이를 말리겠지?

 

꾸역꾸역 핫팩은 꼭 지켰다

핫팩이 없으면 몸을 말 이유가 없어서

누가 콩, 내 이름을 까먹을지도 몰라서

 

가슴팍에 붙인 핫팩의 열이 식지 않게

내 열을 주어야 한다

추위에 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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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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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안경

 

 

한자리에 매달리는 일

 

블루, 너와 함께 물장구를 치고 싶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너의 눈물,

파라솔 밑에서 고단한 다리를 접어놓은

너와 함께 물에 빠질 수 있다면.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너는 하늘을, 파란 페인트 분필 볼펜 색연필을 보았다는 걸 알아

 

블루, 너와 친해지고 싶어

너의 옷을 파란색으로 맞춰주고

내가 파란 렌즈를 낀다면,

우리는 멀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블루, 하품도 버릇도 색깔도 닮은 우리,

안과의사의 이간질이 우릴 친해질 수 없게 만들어

낯가림이 심한 나를 떠나지 말아줘

블루, 너의 고단한 다리를 매일 주물러 줄 테니까

 

연신 하품하는 동안

너의 파란 옷도 나의 렌즈도 빛을 잃어가겠지만

블루, 너의 이름을 기억하며

블루, 조금씩 멀어지지만,

 

블루, 이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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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음 올려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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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담은 공기가

쾌쾌한 기지개를 펴며 얼굴을 덮쳤다

 

올해보다 조금 더 신선한 공기,

숨을 들이키자 머리를 관통하는 글자들,

어디서 봤던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찰리, 내 손을 잡아줘요

 

나는 읊조린다

그러다 데자뷰를 느끼고

공기들은 써내려갈 것이다

 

올해의 공기들로 채워진다

작년의 것들이 소멸하며 반짝였다

 

나는 다른 책을 꺼냈다

언제 담긴지 모른 공기가 코를 간질인다

올해의 것들로 채워나간다,

그러다 소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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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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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남에 살고 있는 예비 고3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로 김소연 시인, 성석제 소설가, 김이듬 시인 음.. 지금 생각나는 분인 이분들 뿐이네요. 잘 부탁드려요!!/시 소설 둘 다 하지만 요즘은 시에 집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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