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
[10주년 특집_신작시] 버지니아 외 1편

  [10주년 특집_신작시]     버지니아     김별         사람의 마음과 맷돌은 과연 무슨 선착일까   여자가 머리를 끄집어냈다 여자가 갓난아기의 머리통을 끄집어냈을 때   맷돌은 왜 먼 길을 돌아갈까   달래놓았던 애가 다시 울고 여자는 아기를 달래고 여자는 손가락을 두어 개 잘라 가루를 마련할 것이고 우는 아기의 머리통을 돌려가며 멀리 돌아가며 달래고 달래는 여자 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애   나는 딱딱하다 나는 희고 붉다 나는 엇갈려서 중복으로 돌아간다   맷돌은 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숨구멍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메주를 조금 떠먹는 여자의 목마른 숟가락은[…]

[10주년 특집_신작시] 버지니아 외 1편
/ 2015-06-15
전동균
[5월_시_응] 지구를 돌리는 힘

  [5월_테마시_응]     지구를 돌리는 힘은     전동균         충주호 하천리 골짜기 외진 돌무지를 찾아와 찰랑대는 물결, 잔물결들   미안해, 살며시 솔잎을 따는 손길 같구나 저무는 바람 속을 느릿느릿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같구나 다시 핀 풀꽃 옆에 앉아 먼 하늘 우러르는 돌의 표정 같구나 문간방 앞에 겉절이 김치 놔두고 아닌 듯 사라지는 슬리퍼 소리 같구나   아, 갈 데 없는 잔물결들     ● 시작 노트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자주 가진 못하지만, 조용한 물가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찌를 바라보는 일은 내가 누리는 몇 안[…]

[5월_시_응] 지구를 돌리는 힘
/ 2015-05-18
우다영(2015)
[4월_단편소설_운] 영수증

현철 씨가 딸의 지갑을 열어본 것은 딸이 죽기 나흘 전의 일이었다. 딸은 친구들과 점심을 먹은 후 면접용 구두를 사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 인근의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엘리베이터 안에는 딸 말고도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지만 느닷없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달려든 괴한

[4월_단편소설_운] 영수증
/ 2015-04-15
최호빈
[4월_시_운] 블랙박스

  [4월_테마시_운]     블랙박스     최호빈         1   비질하고 보니 빨간 돌 부스러기들이 꽤 많다 누가 가져온 걸까 어디서 묻어온 걸까 보이지 않던 부스러기가 자라고 자라서 네모반듯한 돌이 되고 돌은 계속 쌓여 이리저리 골목을 만들어 내는데   담배연기 찌든 방에 앉아 우리는 각자 형편에 맞는 불행에 대해 지껄이며 언제쯤 골목을 벗어날지 생각한다   헐값의 얼굴들로 범벅이 된 창 하나 부스러기에 뚫을 때까지   2   비를 맞고 서 있다 네 개의 바퀴가 여행가방에 달려 있다   제자리를 걷는 사람과 서 있는 사람을 신호등처럼 분명하게[…]

[4월_시_운] 블랙박스
/ 2015-04-15
오성인
[3월_신작시_입] 완벽한 입

  [3월_신작시_입]     완벽한 입     오성인             세상에서 가장 빈틈없는 표정을 위해 종속(從屬)을 강요받은 입은 길들여지지 않는 말들을 가차 없이 내다버린다 버려진 말들도 그런 입을 버린다 입안에 쌓인 버려진 입들을 먹고 자라난 기름기 번지르르한 말들이 입의 구령에 맞춰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퍼즐을 맞추듯 표정의 빈 공간을 메운다 한 치의 균열도 용납 않기 위해,       놀려져야 하는 혀는 악역을 감수해야만 한다 자칫 봇물처럼 터져버릴 말들을 옭아맸다가 풀어 주기를 능구렁이처럼 능숙하게 하는, 그의 이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십 년 만에 우연히 연락이[…]

[3월_신작시_입] 완벽한 입
/ 2015-03-16
김종연
[2월_시_옷] 여벌

  [2월_시_옷]     여벌     김종연         섬 뒤로 돌아간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음지에 핀 꽃을 골라 따던 날들   그러다 매번 바치기 직전에 깨어나는 꿈   아무 것도 상실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외롭지 않게 불행해졌다       ● 작가의 노트       저는 지금 런던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하는 곳이라 두꺼운 옷 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고 그래서 여벌옷 또한 많이 필요합니다. 이곳을 다르게 은유한다면 두꺼워서 몸을 다 덮어주고 가려줄 만한 관계보다는 자주 갈아입을[…]

[2월_시_옷] 여벌
/ 2015-02-15